#지구가뜨거워서버스가무료라고 #장성익 #인디스쿨 #서평단 기후 위기와 관련해 읽은 책 중에서 가장 희망적인 책이다. 기후 위기를 다루다보면 기후 우울증에 걸리게 된다. 모든 데이터들이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미래는 없다고 말한다. 그게 사실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게 사실이라고 해도, 전문가들이 위기라고 말해도 우리의 일상이 드라마틱하게 변하지 않는다. 꾸준히 목소리를 내는 소수만 존재할 뿐이다. 날이 갈수록 더워진다고 걱정하거나 자식들은 에어컨 낼 비용은 벌고 살아야 할텐데 정도의 관심뿐이다. 미래를 살아갈 아이들에게 교사로서 어른들이 말해주지 않는 이 상황을 전달해야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현실을 데이터로 알려주다보면 아이들은 자신이 하지 않은 일에 대한 책임을 떠 안는 선택을 하기보다 미래를 포기하고 싶어한다. 그래서 아이들을 가르치다보면 심각한 상황을 심각하지 않게 전달해야하는 딜레마에 빠진다. 아이들은 질문한다. "그럼 어떻게 해결해요?" "이 책의 끝에 답이 있단다."라고 대답한다."몰디브는 진짜 물에 잠겨요? 그럼 물에 잠기기 전에 가봐야 되는 거 아니에요?" 날이 더워져도 옆 동네가 물에 잠겨도 아이들은 실감하지 못한다. 아이들에게 에어컨을 조금만 틀어주지 않아도 학부모가 아동학대로 신고하는 세상이다. 학급에 다양한 아이들이 함께 지내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사회적 약자나 소수에게 배려하는 것을 어려워하는 시대이다. 더우면 에어컨을 틀어야 하고, 맛있는 고기를 먹어야 하고, 대중교통 대신 편안한 엄마 아빠차를 타고 다녀야 하는 아이들에게 이 책은 어떤 기후 행동을 이끌어 낼 수 있을까.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지구가 뜨거워서 버스가 무료라는 제목을 보면 의아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기후위기가 인권침해라는 말도 낯설어 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는다면 기후 정의를 바탕으로 기후 행동에 이르기까지 순차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한국에서도 기후 소송이 진행중이다. 물론 결과론적으로 봤을 때는 아직 큰 성과는 없다. 그렇지만 할 수 있는 일이 그것 뿐이라며 꾸준히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있다.학교에서 채식을 시작한지 32일차이다. 아이들은 매일 아침 오늘 급식에서 선생님이 먹을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구분하며 생활 속에서 채식의 의미를 되새긴다. 밥과 김치만 먹는 날이 많다. 게다가 오늘처럼 오므라이스가 나온 날이면 국물과 깍두기만 먹을 때도 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메뉴로 구성된 수요일은 채식하는 교사가 굶는 날이기도 하다. 생태적 감수성을 키우는 교육과정을 운영중이다. 아이들은 어떤 과목이든 생태적 감수성을 키우는 학습으로 귀결되는 일종의 프로젝트 수업을 듣고 있다. 처음 시작할 때는 단순히 재활용품 만들기를 통해 예쁜 쓰레기만 생산하는 단순한 수업들이 많았다. 해가 거듭될수록 예쁜 쓰레기 생산을 줄이고 아이들이 공동의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해결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울 수 있는 방향으로 전진하고 있다. 이 책을 읽고 오랜 고민의 체증이 확 내려간 느낌이 들었다. 처음 기후위기와 관련된 수업을 진행할 때는 개인에게 초점을 맞췄다. 아이들이 급식을 남기지 않고 분리수거를 잘하고 종이를 낭비하지 않고 쓰레기를 재활용한 작품을 만드는 교육을 통해 습관형성하다보면 사회가 바뀔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사회는 그렇게 변하는 게 아니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기후 위기에 대한 선진국과 부유층의 책임에 더 초점을 맞추게 되고 정부나 기업에게 기후 정의를 요구하는 방향으로 교육 방식이 바뀌었다. 5학년 아이들은 인권에 대해서 배운다. 인권을 지키기 위한 이전 사람들의 노력을 조사하고 인권 침해를 극복하는 사례를 찾아본 뒤 이어서 헌법에 나타난 인권에 대해서 공부를 하게 된다. 헌법에는 국가가 국민의 기본권을 지켜야한다고 명시한다. 기후 위기로 인해 국민의 생명권과 생존권이 지켜지지 못하고 있다면 이것은 누구의 책임인가. 지금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미래 세대의 기본권은 누가 지켜야 하는가.이 책을 읽으며 어렵지 않게 문제 상황을 접하고 해결 방법을 함께 생각해 볼 수 있다. 몇 해전만 해도 환경 오염과 관련해 북극곰이 터전을 잃어가는 다큐멘터리나 광고가 많았다. 10여 년이 흐른 지금, 우리 앞에 북극곰이 위태롭게 서 있던 자리에 인간이 놓여있다. 앞으로 5년 뒤 어떤 상황으로 악화될지 알면서도 내 책임이 아니라고 회피하거나 무지하게 현실을 부정하는 이들이 많다. 기후 제국주의 시대에 기후 식민지와 관련한 최근 다큐멘터리를 보며 큰 충격을 받았다. 거대 기업들은 지속 가능성이란 단어로 포장한 채 여전히 기후 범죄를 저지르고 있고 무지한 이들은 소비를 줄이지 못하고 기후 식민지의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 물론 우리나라에도 그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5학년이 되어서 처음 배우는 실과라는 과목에서 다루는 의, 식, 주는 모두 기후를 바탕으로 설명할 수 있다. 기후는 오랜 기간 동안 고정된 날씨라고 할 수 있는데 10여년 사이에 급격하게 변하다보니 예전과 같은 지식 전달이 될 수가 없다. 실과를 통해 기후 위기와 관련된 현실을 직면하고 사회를 통해 해결방법을 모색하고 국어와 미술, 음악을 통해 기후 행동을 표현할 수 있다. 범교과적이고 통합적인 교육을 하기 앞서 이 책을 아이들과 온책읽기를 한다면 큰 도움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