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읽는 나는, 특수학교 교사입니다 장애공감 2080
공진하 지음 / 한울림스페셜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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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중>
세상 모든 몸에서 방귀와 똥이 나온다
특수교육은 장애를 가진 어린이의 사회적응눙력을 길러주는 데 그 목표를 두고 있다
통합교육이 특수교육의 본질
어린이 바로 앞에서 이 어린이에 관한 불편한 질문이나 표현들을 거침없이 사용하는 사람들도 있다
*동네 친구는커녕 학교 친구도 만나지 못하는 어린이가 나에게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생각하면 막막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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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학급 담임교사다. 우리 반 아이는 국어, 수학 시간에 통합지원반에 가서 수업을 듣는다. 쉬는 시간, 놀이시간, 점심식사 후 시간 이 아이와 어울리는 친구가 없다. 아이는 교사에게 자신과 놀아줄 아이를 정해달라고 말했다. 사춘기에 들어선 5학년 아이들은 작은 학교에서 자연스럽게 이 아이를 배려하며 지내왔다. 그러나 수업이 아닌 놀이 시간까지 의무적으로 놀고 싶어하는 아이는 없다. 그래서 친구에게 가서 같이 놀자고 제안해보라고 말했다. 교사가 의무적으로 노는 친구까지 정해준다면 아이들은 교사 눈 밖에서 그 아이를 어떻게 대할지 상상할 수 없을 것이다.
놀아줄 아이가 없으니 이번에는 교사에게 놀아달라고 했다. 통합반 교사가 매 쉬는 시간마다 일대일로 이 아이와 놀아줄 수는 없다. 5~6명의 아이들을 개별화 지원하는 통합지원반 교사와는 또다른 역할이 있기 때문이다.
통합교육의 현실은 생각과 다르다. 물리적으로 함께 있는 것도 의미있어 한다면 충분히 의미가 있다. 비장애아동이 다양한 상황에서 어떤 행동을 하는 지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자폐성향의 아이는 통합 교실에도 자신만의 세계에서 지낸다. 통합학급 지원반 선생님의 교육관도 영향이 있다. 국어, 수학 개별화 수업을 통한 학습적인 지원만 하겠다는 분도 있고, 통합학급에서 하는 다양한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통합지원반에서 연습해서 보내주는 분도 있다.

무튼, 요즘 통합반에서 수업 이외의 시간까지 당연한 배려로 채울 수 없는 상황에서 고민이 커 가는 시점에 이 책을 만났다. "그림책 읽는 나는, 특수학교 교사입니다."
교사가 되기 전 장애이해교육, 통합교육론 등 통합학급과 관련된 10학점이 채 되지 않은 수업을 듣고 실습도 따로 하지 않는다. 겨우 3~4과목을 이수하고 랜덤뽑기 마냥 통합반 교사가 되는 이 현실 속에서 꼭 필요한 책이 아닐까 싶다.

"착하지 않은 특수교사"라는 작가의 소개가 마음에 든다. 특수교사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에 대한 대답인 것 같다. 마치 비건 교사로 살아가면서 일상이 되어버려 사람들이 인지하지 못하는 폭력적인 모든 것들에 의문을 던지고 있는 나 자신의 모습을 보는 것 같다.

작가가 글 속에서 동네 친구는커녕 학교 친구도 만나지 못하는 어린이가 나에게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생각하면 막막하기만 하다고 이야기하는 부분이 있다. 매일 통합반에서 선택적으로 일부 학습만 되고 학생들끼리의 상호작용이 없는 아이를 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놀이시간에 자신과 놀아주는 아이는 없고 반대로 수업 시간에 모둠 활동에 참여하지 않는다. 그냥 멀뚱히 앉아만 있다. 아이들이 교사의 눈치를 보고 작은 역할이라도 제안하면 자신을 내버려두라고 소리지른다. 그러니 수업을 마치고 이 아이가 "나랑 놀 사람? 나한테로 와!"라고 매번 외쳐도 아이들은 늘 외면한다.

학습은 학교가 아닌 환경에서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입장에서 학교에서 해야하는 교육은 사회화이다. 그런데 통합학급에서 어떤 사회화가 되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그렇다고 분리되어야 한다는 뜻은 절대 아니다.

"민수야, 힘내"라는 그림책에서 민수가 더 작으면 잘 업어줄 수 있다고 말하는 아이에게 "우리가 더 커야돼."라고 답하는 장면이 있다. 전자를 말하는 교실에서 후자의 답을 찾는 교사에게 그림책은 분명 특별한 가치가 있다.

이 책을 통해 작가가 사회에 던지는 순한 맛 질문들은 통합반 교사에게도 위로가 된다. 작가의 세계 속에 있던 고민들이 글을 통해 독자의 상상 속에서 열린다. 장애를 가진 개인이 아닌 장애를 받아들이지 않는 사회가 감당해야 질문들. 작가가 우리에게 남기는 숙제들.

직업은 우리의 일부이기도 하지만 분명히 분리되어져야 할 부분이기도 하다. 많은 교사들이 자신의 직업과 자신의 삶을 분리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 사회적 시선에 당당히 의문을 던지고 아니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자신을 착하지 않은 특수교사라고 소개하는 작가에게서 위로를 받게 된다.

사회에 대해 "왜?"라는 질문을 던지게 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꼭 추천한다. 통합반 교사이기에, 특수교사이기에 이 책을 읽어봐야 한다고 한정짓고 싶지 않다. 작가 역시 글을 쓸 때 독자층을 그렇게 설정하지 않았을 것 같다.

아이들은 교사라는 틀을 통해 세상을 본다. "그림책 읽는 나는, 특수학교 교사입니다."라는 책을 통해 세상을 보는 새 창 하나가 더 생겨났다. 작가의 시선을 통해 독자에게 새로운 세상을 열어주는 이 책을 적극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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