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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과 몽상 - 에드거 앨런 포 소설 전집
에드거 앨런 포 지음, 홍성영 옮김 / 하늘연못 / 2002년 4월
평점 :
품절


포우 전집이 나왔다는 말에 기꺼이 이 책을 샀다. 따로 포우 단편집을 사는 것보다 이쪽이 나은 투자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읽어본 결과는 다소 실망스러운 편이다. 실망스럽게 여겨지는 것은 물론 포우 때문은 아니다. 번역이 도대체 마음에 들지 않는다. 몇구절을 실예로 들어보겠다.

<황금 곤충> -> 제목부터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동안 많은 번역들이 황금충이나 황금벌레로 번역을 했고, 나도 그것이 더 어울린다고 보인다. '잠깐! 이 곤충을 가져가.' '그 곤충을요, 윌 주인님! 곤충을요!' 주피터는 소리쳤으며... 주피터는 교육을 받지 못한 흑인이고 심지어 왼손 오른손도 구분을 하지 못한다. 마땅히 주인이 뭐라고 했건간에 <벌레>라고 외쳤어야 하지 않을까? 아니면 <풍뎅이>라고 하던지...

<모르그 가의 살인> 그가 잡은 짐승의 감당할 수 없는 잔인성으로 애를 먹은 뒤, 그는 결국 짐승을 그가 살고 있는 파리에 무사히 데려오는 데 성공했다. 파리에서 그는 이웃사람들의 곱지 않은 호기심을 끌지 않기 위해서, 그 짐승이 선박의 가시에 박혀 발에 난 상처가 회복될 때까지 그놈을 조심스럽게 숨겨 두었다. 그의 궁극적인 의도는 그놈을 파는 것이었다. 포우의 원문을 읽고 대조한 것은 아니지만 너무 직역한 냄새가 풀풀 나지 않는가?

<저승과 진자> 나는 기절했었다... 아무리 깊게 잠을 잔다 해도! 정신착란에 빠진다 해도! 기절을 한다 해도! 죽는다 해도! 무덤 속에 들어간다 해도 모든 것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고문대에 묶여 있는 절박한 사내가 말하고 있는 장면이다. <미쳐버린다 해도!>라고 쓰는 것이 더 절박감을 느끼게 해주지 않을까?

전반적으로 이런 번역투가 철철 넘치는 문장이 너무 오랫동안 지속된다는 느낌을 도저히 지울 수가 없다.

더불어 분류 방법도 납득하기가 어렵다. 본래 번역한 텍스트도 이렇게 나뉘어져 있었던 것일까? <고자질하는 심장>, <병 속에서 발견된 수기> 같은 것이 어떻게 추리 편에 들어갈 수 있는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다. 차라리 <검은 고양이>가 추리 편에 있다면 납득하기가 쉬울 것 같다. 포우의 소설 중에서 추리 소설로 인정받는 것은 <모르그 가의 살인> <도둑맞은 편지> <마리 로제의 비밀>의 뒤팽이 등장하는 3편과 <황금벌레> 뿐인 것으로 알고 있다. 분량을 적절히 나누고자 억지 분류를 한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심각한 포우의 팬이 아니라면 별로 권장하고 싶지 않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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