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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거미원숭이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춘미 옮김, 안자이 미즈마루 그림 / 문학사상사 / 2003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예쁘고 귀엽다. 하는 짓이 깜찍하기도 하다. 좀 맥락없이 구는 듯도 하지만, 보고 있자니 기분 전환도 되고, 그것이 깜찍함의 원천임을 아니, 못내 토닥여 주고 싶어진다. 있으면 좋고 없어도 그만이라지만, 한번 정서적으로 밀착되고 나면 떼어놓기가 여간 힘들지 않다. 솔직히 '쓸모'는 없다. 그러나, 쓸모 없다는 그 이유 때문에, 자신이 쏟아부은 정이 더욱 각별하고 스스로 사랑스러워진다.
이것이 펫이다. 그리고 무라카미 하루키의 <밤의 거미원숭이>는 그런 면에서 소설로서 완벽한 '펫'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 글은 짧고, 터무니 없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지만, 깜찍하고 귀엽다. 보고 있으면 기분 전환도 되고, 도저히 무거운 기분을 가질 수 없게 된다. 한번 손에 들면, 대체로 끝까지 읽어내는 자신을 발견하는 것이다. 소설로서 유용성은 없는 것 같지만, 그래서 더욱 사랑스럽다. 나는 그가 부럽다. 무라카미 하루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