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으로 단점이자 장점이 될 수도 있는 점인데요. 제가 이런 말씀을 드린 적이 있죠. 각종 성공인들의 사례를 제시하며 의욕 뿜뿜!! 동기 부여!! 어때, 너도 할 수 있어!! 라는 자극적인 자기계발서들은 영 쓸모가 없더라구요. 오히려 좀 재미는 없더라도 구체적인 방법론이나 전략, 인물의 일대기를 아주 상세하게 서술해서, 읽는 속도는 더딘 책이 오히려 나중에 삶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더라고요. 이 책은 명백히 후자인 책입니다. 빌 캠벨이 어떤 사람인지 그려 볼 수 있을 만큼 그의 의사결정과 배경과 사고과정이 상세하게 서술되어 있어요. 다만 그게 너무 구체적이다 보니 관련 분야 지식이 없는 사람들은 책을 읽어나가며 디테일한 부분을 이해하는 데 에너지를 많이 쓰게 될 수도 있습니다.
인상 깊은 구절을 옮겨 봅니다.
사람들이 회의실에 들어와 앉으면 주말에 무얼 했는지 물어봤다. (중략) 일상적인 이야기들이 나올 때도 많았다. 예를 들어, 조너선의 딸의 축구경기 결과나 엔지니어링 부서의 수장인 앨런 유스터스가 골프장에서 몇 타를 쳤는지와 같은 이야기가 있다. 이런 대화는 언뜻 즉흥적이고 비공식적으로 보였지만, 빌이 에린과 함께 수년간 발전시킨 소통방식의 일부였다. 이 대화에는 두 가지 목적이 있다. 첫째는, 가족과의 생활, 개인 생활을 서로 공유함으로써 팀원들이 서로를 인간으로서 알아갈 수 있게 하기 위함이었다. 둘째는, 전문가로서, 또는 직책에 따른 의무감으로 회의에 참석하는 것보다 구글러 혹은 한 인간으로서 모든 사람이 즐거운 마음으로 회의를 시작할 수 있게 하기 위함이었다. 빌과 에릭은 즐거운 근무환경과 높은 성과 사이에는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있다고 생각했다. p. 71
빌은 항상 스몰 토크로 시작했지만, 그의 스몰 토크는 정말로 작지는 않았다. 직장에서의 스몰 토크는 종종 피상적이다. 출근길에 있었던 일들을 가볍게 얘기하는 정도다. 하지만 빌과의 대화는 좀 더 의미 있고 다채로웠다. 가끔 빌은 업무 이야기보다도 인생 이야기에 더 관심이 있다는 느낌마저 주곤 했다. p. 77
관리자에게 있어 구성원 개개인의 인생사에 진심으로 관심을 가진다는 것은 어려운 일일 겁니다. 당장 담임 업무만 하더라도, 우리 반 아이들 모두에게 안부를 일일이 묻고 형제관계가 어떤지, 취미는 무엇인지 공들여 파악하는 것은 힘든 일이거든요;; 하지만 '관심 받고 있다는 느낌'만큼 사람에게 활력을 불어넣고 열심히 하리라는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 있을까요! '즐거운 마음과 높은 성과 사이에는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있다고 생각했다'라는 말에 백번 동의합니다.
이런 아이디어를 모두 이끌어내기 위해 빌은 종종 회의 전에 개개인들과 면담을 해 그들의 생각을 물어보곤 했다. 빌은 여러 사람과 대화를 하면서 다양한 관점을 이해하게 되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이런 면담을 함으로써 회의 참석자들이 회의 안간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스스로 정리할 기회를 갖게 된 것이다. 빌과 대화를 하면서 회의 전에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어쩌면 회의장에 도착했을 때 참석자들의 의견이 통일되었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확실한 것은, 이들은 이미 충분히 생각했고 자신의 관점을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 나눴을 것이란 사실이다. p.84
세상에나... 회의 참석자들과 회의 전에 개개인과 면담까지 하다니요. 회의를 주재하려면 이 정도 노력은 해야 하는 건가요. 면담을 하면서 미비한 부분을 발견할 수 있고, 또 참여자들도 스스로 생각을 정리할 수 있겠네요. 아아, 저도 교실에서 이런 거 써먹어보고 싶습니다.ㅜㅜ 2학기 때 토론 수업을 할 기회가 있으면 반드시 사전에 학생 개개인과 인터뷰를 해 봐야겠어요.
의사결정을 책임지는 관리자가 무엇을 해야 할지 자신이 다 안다고 생각하면, 빌의 합주단 방식은 제대로 운영되기 어렵다. (중략) 관리자는 팀 회의 때 항상 마지막에 말하는 사람이 되라는 것이었다. 그녀가 정답도 알고 있고 그녀의 생각이 옳을 수도 있지만, 그걸 말하게 되면 팀이 하나로 뭉칠 기회를 빼앗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빌은 조언했다. 정답을 찾아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팀이 하나 되어 함께 정답을 찾아가는 것도 똑같이 중요하다. p.85
너무 명언 아닙니까. 관리자란 진짜 그런 존재에요. 저 정답 알아요!! 하고 번쩍 손을 드는, 헤르미온느 같은 존재가 아니란 말입니다. 오히려 한 발 물러나 팀이 하나로 뭉쳐 정답을 찾아낼 기회를 줘야 하는 존재에요. 학생의 정체성과는 매우 다른, 선생의 정체성이기도 합니다. 저도 이런 면을 길러야 할 텐데요.
하지만 빌에게 신뢰란, 여러 의미가 내표되어 있다. 신뢰란 자신이 한 말을 꼭 지키는 것을 의미한다. 만약 당신이 빌에게 무엇을 하겠다고 말을 하면 당신은 반드시 그 말을 지켜야 한다. 이는 빌에게도 똑같이 적용되었다. 빌이 하는 말은 언제든지 믿어도 됐다. p.115
미숙함과 게으름으로 교감선생님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적이 있는 제게 정곡을 찌르는 파트이군요.ㅜㅜ 어떤 사람에게 무엇을 시킬 때, '이 사람이라면 믿어도 되지'라는 마음이 진심으로 들기는 쉽지 않은 일이잖아요. 특히나 회사에서 함께 일하는 파트너라면 이런 신뢰라는 덕목을 갖춘 사람이어야 하겠죠.
<적극적 경청>
빌은 코칭 세션을 진행할 때 단 하나도 놓치지 않겠다는 태도로 당신의 말을 주의 깊게 경청한다. 빌은 핸드폰이나 이메일을 보지도 않고 시계도 보지 않으며, 주의력이 떨어질 때 창문 밖을 쳐다보는 일도 없다. 그는 언제나 당신의 말을 듣고 있다. p.125
세상에나... 이게 얼마나 신경을 많이 써야 하는 일인데요.
<올바른 선수를 선발하라>
빌은 사람들에게서 네 가지 특성을 원했다. 우선 '스마트'한 사람들을 원했는데, 여기서 스마트란 학문적인 의미보다는 업무에서 다른 분야를 빠르게 습득하고 공통점을 연결하는 능력을 의미했다. 빌은 이런 능력을 '통합적 사고'라고 불렀다. 그리고 근면하고 굉장히 진실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정의하기 힘든 특성인데, '그릿(grit)'을 가져야 한다. 그릿이란, 쉽게 말해 쓰러져도 다시 일어서서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열정과 끈기를 의미한다.
위에서 설명한 네 개의 특성을 가진 사람이면, 그 사람이 어떤 결점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빌은 그 결점을 용인할 수 있었다.
(중략)
배울 의지가 없는 사람은 빌의 관심을 전혀 받지 못했다. (중략) 그는 단순히 개인적인 성공을 달성하는 것 외에도 보다 큰 대의를 위한 헌신도 원했다. p.160
<올바르게 승리하라>
가을이 되면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오후에 빌은 새크리드 하트 중학교의 풋볼장에서 풋볼 연습을 지도했다. 단 한 사람만 빼고. 대부분의 사람은 이 시간 동안 빌이 전화를 받지 않는다는 걸 잘 알았다. 종종 훈련 시간에 빌의 전화가 울릴 때가 있는데, 그럴 때마다 빌은 핸드폰을 꺼내 누가 전화를 걸었는지 확인했다. 선수들도 빌의 핸드폰을 슬며시 엿보았다. 빌은 발신자만 확안하고 다시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었다. 그렇게 스티브 잡스에게 걸려온 전화는 부재중 처리가 되었다.
한 선수는 이렇게 말한다. "최소한 연습시간만큼은 우리가 빌 코치님에게 가장 중요한 존재라는 것을 아는 것만큼 기분 좋은 일은 없었죠. 그때만큼은 코치님의 모든 관심은 우리에게로만 향했어요." p.186
세상에, 정말 진심으로 일에 집중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중학교 풋볼 팀을 지도하려고 스티브 잡스의 전화를 받지 않다니요......
진심은 통한다, 사람이 중요하다. 이런 말은 매우 상투적인 말이지만, 그런 상투적인 말 속에 진짜 진실이 숨겨 있다는 것을 뼛속 깊이 알고 있는 사람은 몇 없을 겁니다. 스스로를 겉에 드러내지 않은 채 조용히 그늘 속에서 세계 최고의 기업을 코칭한 분, 돌아가시고 나서야 이렇게 빛을 보게 되는군요. 이런 분을 존경하지 않는다면 누구를 존경해야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