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프랑켄슈타인 (무삭제 완역본) - 현대판 프로메테우스 ㅣ 현대지성 클래식 37
메리 셸리 지음, 오수원 옮김 / 현대지성 / 2021년 5월
평점 :
프랑켄슈타인 하면 압도적으로 무시무시한 괴물이지요!! 죽은 시체들을 엮어 만들어낸 인조인간, 괴물 말입니다. 엄청난 괴력과 지능, 혐오스러운 외모를 갖춘 존재에요. 아직까지도 무지무지하게 사랑받고 있을 정도로 전세계 고어물 매니아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1818년 쓰여진 소설임에도 매력적인 서사 때문인지 수많은 2차 저작물이 쏟아져나오고 있기도 하구요.
하지만 <프랑켄슈타인> 원작 소설을 읽어본 적은 없었습니다. 그러다 이번에 좋은 기회로 원작 소설을 읽어보게 되었어요. 무더운 여름에 괴물이 나오는 SF장르만큼 괜찮은 독서거리도 없지 않겠습니까.
오!! 그런데 정말 흥미로웠습니다. 너무 재미있어서 이틀 만에 다 읽었어요. 19세기에 쓰여진 게 맞나 싶을 정도로 서사가 치밀하고 창의적인 액자형 구조에 인물의 시점이 다양해서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일단 소설의 구조가 굉장히 흥미롭습니다. 탐험가인 월턴은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북극으로 모험을 떠납니다. 그 과정에서 런던에 있는 자신의 누나에게 편지를 보내지요. 이 편지의 형식을 빌려 소설이 시작됩니다. 그런데 월턴은 북극에서 조난당한 한 남자를 구조하게 됩니다. ‘빅토르 프랑켄슈타인’이라는 남자는 지치고 우울하고 절망에 빠진 폐인 상태였으나, 조금씩 알아가니 굉장히 흥미로운 인물이었습니다. 그는 월턴과 어느 정도 친밀감을 쌓은 후, 자신의 경이로운 체험담을 들려주기 시작합니다. 프랑켄슈타인의 경험담이 이 소설의 2부를 구성합니다.
빅토르 프랑켄슈타인은 미래가 유망한 젊은이로, 자연과학에 재능을 보이는 젊은이입니다. 가족의 기대를 안고 잉골슈타트 대학에 유학을 가게 되지요. 거의 천재급 인물로 학문에 뛰어난 재능을 보이며 자연과학, 더 나아가 생명의 원리를 탐구합니다. 거의 광기어릴 정도로 학문 연구와 발명에 집착합니다. 이 부분의 묘사가 흥미로웠어요. 학문 덕후가 한 분야에 꽂히면 어떻게 되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ㅋ
그는 연구를 거듭하던 끝에 엄청난 것을 창조해버리고 맙니다. 바로 ‘인조인간’을 만들어버린 것이지요. 애초에 이상적 인간을 만드려고 했으나 기대와는 달리 추하고 끔찍한 괴물을 창조해 버린 그는, 사무치는 공포심에 그만 실험실을 뛰쳐나오고 맙니다. 괴물 역시 어디론가 사라져 버려요.
프랑켄슈타인은 자신이 저지른 ‘선 넘은 발명’에 대한 죄책감을 안고 위태위태하게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꽤 오랜 시간이 흐른 후, 괴물이 다시 창조자인 프랑켄슈타인 앞에 나타나요.
괴물은 창조자인 프랑켄슈타인에게 자신이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털어놓습니다. 사실 이 부분에서 괴물이 상당히 가여웠습니다. 세상에 갓 눈 뜬 어린아이와도 같았는데, 눈을 뜨자마자 창조주에게서 버림받고 이리저리 떠돌게 되었으니까요. 혐오스러운 외모 때문에 사람들이 자신을 증오한다는 것을 알게 되고 이리저리 숨어 지내게 되는데, 그러다가 어떤 시골 마을의 단란한 가족의 오두막 헛간에 숨어 살게 됩니다. 괴물은 놀랍게도 영리한 지능을 가져서 가족들의 대화를 엿들으며 독학으로 언어를 습득하고, 인간 사회의 규칙 같은 것도 알게 됩니다. 웃기는 게, 괴물이 우연히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플루타르코스 영웅전>, <실낙원> 세 책을 구하게 되거든요. 그걸 읽으면서 인간사에 다 통달하는 걸로 나오는데 엄청 흥미롭습니다.ㅋㅋ (역시 책으로 사람이 되는 것인가!!) 18살 어린 메리 셸리가 ‘단기간에 괴물이 인간성을 갖기 위해서 무슨 책을 읽혀야 할까’라고 고심했던 모습을 떠올리니 뭔가 귀여웠어요.ㅋㅋ (그런데 나는 이 셋 중에 하나도 안 읽었다;;;)
아무튼 괴물은 이 과정에서 자신도 사랑받고 인간들에게 섞여 살고 싶다는 위험한 욕구를 품게 됩니다. 단단히 마음먹고 벼른 다음 괴물은 가족 앞에 모습을 드러내는데요, 아아… 정말로 애석하게도 가족들은 괴물을 보자마자 극도의 혐오심을 보이며 도망을 가버립니다. 이 과정에서 괴물은 정말로 상처를 받아요. 이 가족은 정말 단란하고 인격적으로도 성숙하며 고결하다고 생각했는데, 그마저도 자신을 혐오했으니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요.
결국 괴물은 자신의 창조주인 빅토르 프랑켄슈타인을 찾아갑니다. (이 과정도 재밌는데, 괴물이 오두막에 숨어 사는 동안 그 가족들이 지리 공부하는 것을 엿들어서 지리에도 통달하는 걸로 나옵니다.ㅋㅋ) 괴물의 존재를 애써 잊고 살려던 빅토르 프랑켄슈타인은 그의 등장에 또 깜짝 놀라게 되고… 괴물은 눈물로써 호소합니다. 자신과 같은 여자 괴물을 하나 더 만들어 달라고요. 그러면 아무도 없는 황야에 묻혀서 다시는 나타나지 않겠다고요.
그러나.. 이대로 프랑켄슈타인이 괴물의 제안을 수락하고 하하호호 해피엔딩이 되지는 않았겠지요.ㅜㅜ 프랑켄슈타인은 자신이 창조한 괴물의 뛰어난 능력과 잠재된 위험성에 더욱 겁을 집어먹게 되고, 이를 거절합니다. 이때부터 진정한 비극이 시작됩니다.
결말이 궁금하시다면 책을 읽어 보셔요!ㅎㅎ(밀당)
덧붙여, 저는 이번에 검색하다가 처음 알게 되었는데, <메리 셸리>는 프랑켄슈타인의 작가이지요. 그런데 그녀가 고작 18살 때에 프랑켄슈타인 캐릭터를 만들어냈다는 걸 아십니까? 역사상 최초의 SF장르 소설의 창시자, 전무후무한 괴물 캐릭터의 창시자가 18살 여고생이었던 셈입니다! 호, 흥미롭지요. 지금으로 치면 18살 여고생이 우주공학과 첨단생명공학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이를 이용해 엄청난 상상력으로 초인간적인 캐릭터를 창조한 셈인데요. 무려 1811년에 그런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니… 고정관념을 시원하게 깨 주는 화끈한 전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정말 흥미로웠습니다. 19세기 고전(?)소설 특유의 엄격한 도덕성이라든지, 진지한 내면 탐구 묘사도 흥미로웠구요, 기술 그 자체보다는 인조인간의 고뇌와 고통이라는 감성적 측면에서 접근했다는 점도 좋았습니다. 이 정도 천재성을 띠어야 고전으로 남는 건가… 싶기도 하고요. 일독을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