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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방울 채집 - 곁을 맴도는 100가지 행복의 순간
무운 지음 / 밝은세상 / 2023년 5월
평점 :
품절
힐링은 아날로그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빠르게 휘몰아치는 영상과 하이퍼링크 사이에서 숨을 고를 틈은 없다. 맨발로 보송한 이불을 휘감아야 하고, 코끝으로 계절내음을 맡아야 한다. 되도록 자신의 온 감각을 모두 사용해야 한다. 자기 전 아름다운 책을 샅샅이 탐독하는 것도 좋다.
내 기억에 가장 행복했던 순간도 하나의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샅샅이 탐독하는 순간이었다. 어린 시절 아름다운 세일러문 삽화를 황홀하게 뜯어보거나, 동화책에서 맘에 드는 페이지를 닳도록 보던 경험은 유독 진하게 남는다. 표지부터 끝 부분 출판 정보까지, 책장 넘기기도 아까워서 조심조심 넘기게 되는 경험은 얼마나 소중한가. 인간으로서 맛볼 수 있는 가장 진득한 몰입의 순간. 좋아하는 책 읽기.
그런 면에서 <마음 방울 채집>은 정말 좋았다. 나도 일러스트 작업을 많이 하는 편이지만, 그림 하나 그려내는 게 정말 힘이 들거든. 글과는 또 달라서, 그림은 정말이지 <펜이 화면의 모든 구석을 정직하게 지나야만> 완성이 된다. 때문에 그림그리기는 오히려 육체노동에 가깝다. 맘먹고 가로세로 1000px짜리 그림 그리려면 5~6시간은 오롯이 어깨근육과 척추기립근을 희생해야 한다.
그런데 이 책에는 그런 일러스트가 총 100장 등장한다. 그것도 모든 장면장면이 더할 나위 없이 정성을 들였다. 완벽을 기하진 않고 약간 손에 힘 빼고 몽글몽글하게 그린 느낌인데, 그마저도 의도된 느낌이다. 읽는 사람에게 오직 힐링만을 선사하겠어, 하는 결의(?)가 느껴진다.
그리고 한 컷 한 컷 구도와 테마 선정이 예술이다. 정말로 일상에서 행복을 느낄 만한 순간을 담아냈다.



그러니까 이런 사랑스러운 일러스트들이 가득하다.
자기 전에 샅샅이 탐독하고 자면 행복한 꿈을 꿀 것이 틀림없는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