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을 낼 수 없는데 힘을 내라니 - 잘 살려고 애쓸수록 우울해지는 세상에서 사는 법
고태희 지음 / 현대지성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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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뜻하고 노란 표시에 마음에 드는 제목, 그리고 정여울 작가의 추천사가 있어서 선택한 책이다! 사실 읽기 전에 조금은 망설였다. 우울한 사람의 글을 읽는 것은 조금은 위험한 일이다. 우울함을 유발하는 사고방식은 전이되는 성질이 있고, 나 또한 우울함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귀엽고 샛노란 표지에도 조심조심 두근대며 글을 읽게 되었는데, 웬걸. 굉장히 쭉쭉 읽히는 책이었다. 챕터 한토막 한토막이 짧아서 그런 것도 있고, 지나친 우울의 묘사보다는 자신이 겪었던 일들을 담담하게 나열했다. 우울감에 대한 우월의식이 없다는 것도 좋았다. 종종 사람들은 자신의 우울감을 호소하며 '이렇게 섬세하고 예민한 내게 그렇게 반응하다니 너무 잔인하고 폭력적이시네요. 저 상처받았어요!!!'라고 하는데, 사실 그게 더 피곤하거든.ㅠㅠ 듣는 사람을 지치게 하고 주변 공기를 무겁게 만든다.

그런데 이 분은 약간 나랑 비슷했다. 뭐든지 자기 자신에게서 문제를 찾고, 가스라이팅을 당해도 '나만 참으면 될 거야' 라면서 참을 수 있는 데까지 꾸우우욱 참고,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하며, 하루하루 성실하게 살아야만 직성이 풀리는 스타일이었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의 특성을 깨부수기 위한 저자의 시도로 가득 차 있었다. 잘 안 되지만, 그렇게 드라마틱한 변화가 일어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스스로를 다독이며 주변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그렇게 담담하게 살아가는 이야기로 가득 차 있었다. 그게 좋았다. 그래서 이 책을 잡자마자 어렵지 않게 완독할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이건 책이 가져야 할 미덕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이렇게 우울증이나 조울증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룬 책 말이야. 아무래도 비슷한 성향의 사람이 집을 가능성이 높으니만큼, 그런 사람의 마음에 좋은 영향을 미치기 위해서는 조금 더 친절하고 따스해야 한다. 마음이 나약해져 있을 때 가장 필요한 게 그거니까 말이야. 참, 그러고 보니 이 저자분은 이런 상황에서도 한 편의 책을 내셨다는 게 참 대단하다. 아마도 이 분은 책을 기획하고 글을 쓰면서 자신의 인정 욕구도 채우고 하루하루 성실함에 대한 내적 보상도 느끼시지 않았을까? 이것이 글쓰기의 참된 효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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