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끝이 정해진 이야기라 해도
루스 피츠모리스 지음, 변용란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8년 6월
평점 :
절판


몇년 전 tv를 통해 과거 농구선수 였던 박승일 님의 루게릭병 투병기를 보았다. 루게릭병은 전신의 운동세포가 천천히 파괴되어 점차 사지가 위축되기 시작해 병이 진행되면서 호흡근 마비로 수년내에 사망에 이르게 되는 치명적 질환이라고 한다.방송을 통해 본 그의 모습은 이미 병이 많이 진행된 상태였다. 침대위에서만 생활하고 있었고 신체부분 중에서 움직일수 있는 부분은 눈동자 뿐이었다. 눈동자의 움직임을 감지하는 장치를 통해 대화도 하고 인터넷 카페에 글을 쓰기도 하는 등 사람들과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줬다.그의 삶에 대한 의지와 가족들의 헌신을 보며  tv를 보다가 눈물이 났다. 내가 만약 저런 병에 걸렸다면 아니 내 가족이 내가 감당하기 어려운 질병에 걸렸다면 '나는 견뎌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두려움과 걱정이 먼저 들었다.



이번에 읽은 책 '어쩌면 끝이 정해진 이야기라 해도' 는 운동신경질환에 걸린 남편을 둔 아내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앞서 언급한 루게릭병도 운경신경질환의 하나이다.


아일랜드 태생의 저자 루스는 라디오 pd와 작가로 일했다. 영화감독이자 작가인 남편 사이먼과 결혼해 세아이가 있었다. 어느날 남편이 운동신경 질환이라는 질병의 진단을 받고 3년 시한부 선고를 받았다. 호흡부전으로 응급처치를 받던 중 뜻하지 않았지만 산소 호흡기를 달게 되고 사이먼의 병이 깊어가는 와중에도 두 사람은 쌍둥이를 낳고 삶의 계속 살아간다. 몸이 점차 굳어 눈동자만 움직일수 있게 된 사이먼.루스는 아이들과 씨름하며 가끔은 도망치고 싶은 일상에 눈물 짓기도 한다. 차가운 바다에서 바다 수영을 하고 자신의 아픔을 함께 나눠주는 친구들이 있고 사랑하고 사랑해주는 아이들이 있어 하루를 살아갈 용기를 얻는다. 


"갤런이 바다에서 헤엄을 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그의 수영은 자신의 영혼을 구하기 위한 행위다. 비극이 덮치면 인간에겐 구언이 필요하다. 자신을 구원할 수 있는 순간을 찾아야 한다. 나는 수없이 끔찍하게 지쳤고 그때마다 스스로 구원을 찾았다. 하지만 갤런의 비극은 아직 생생하다.그의 반항심은 열정적이다. 그에 비하면 나는 늙고 지치고 피폐한 느낌이다. 사이먼은 선착장에 함께 오지 않았다. 그는 집에서 침대에 누워 가상세계에 빠져 있다. 그의 시선구동 컴퓨터는 집 밖에선 작동하지 않는다. 선착장까지 외출하는 것은 그에겐 너무 어려운 일이다. 6년째 그의 운동신경질환과 함께 살고 있다. 나는 지쳤다"


루스는 바다 수영을 한다. 견뎌내기엔 아픈 상처를 가진 친구들과 함께.그들은 차가운바다에 몸을 던진다.바다 수영은 어찌보면 그들의 상처를 만져주고 또다른 하루를 살 수 있게 만드는 치료약 같은 존재다.그들은 살고 싶다.


"아이들은 아빠를 맹목적으로 사랑한다. 아이들은 늘 아빠를 찾고 아빠에게 손을 댄다. 그러면 남편의 얼굴은 크리스마스 전등처럼 환하게 빛을 뿜는다.비록 움직일 수 있는 부분은 너무도 작지만 그의 눈동자가 반짝반짝 빛나 그가 마음의 평화를 누리고 있음을 알아차릴 수 있다. 그의 눈은 양쪽이 다른 모양이다. 세이디는 아빠 얼굴을 토닥거리고, 헌터는 아빠를 보며 씩 웃는다. 잭은 아빠의 품으로 파고들어 포옹하고, 레이프는 이야기를 재잘 거리며, 아든은 진짜 카우보이 스타일로 가까이 다가가 몸을 기댄다."


몸은 움직일 수 없지만 사랑은 통한다. 아이들도 아빠가 포옹해 준다거나 사랑한다는 말을 해주지 않더라도 미세한 느낌으로 아빠의 사랑을 느낄 수 있다.모르는 사람이 보기에는 일방 적인 행위인 것 같지만 서로는 교감한다.


책의 제목처럼 어쩌면 끝이 정해진 이야기라 해도 삶의 지속된다. 그 삶속에 사랑도 있고 고통도 있고 행복도 있고 인내도 있다. 책의 이야기를 다 담을 수는 없겠지만 책을 읽고나니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조용하고 재미없다고 생각했던 하루가 누군가에게는 더 할 나위 없는 소중한 하루 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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