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한 자전거 여행 3 - 그 애와 함께 창비아동문고 328
김남중 지음, 오승민 그림 / 창비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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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한 자전거 여행 3의 출간 소식을 처음 접한 그 순간부터 바로 사 보아야겠다는 열망에 사로잡혔다. 출판사의 서평단 모집 소식을 며칠만 늦게 들었어도 나는 결제 버튼을 누르고 있었을 것이다. 생각보다 빨리 만나보게 된 호진이의 세 번째 자전거 여행 이야기를 기다리며 지난 이야기들을 떠올려보았다.

불량한 자전거 여행은 고학년 아이들 대상의 온 책 읽기 도서로 매우 유명하다. 6학년 아이들을 처음 가르쳤던 그 해 온 책 읽기 도서를 고민하던 중 알게 된 이 책은 내게 동화의 재미를 처음 알게 해준 그야말로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 전까지는 수업을 위한 교재 정도로 동화책을 읽어왔다면 '불량한 자전거 여행'을 접한 후로는 스스로 좋은 동화책을 찾아보고 사서 읽는 수준에 이르렀다. 이 책을 함께 읽은 아이들 중에는 학업에는 영 뜻이 없고 그냥 저냥 억지로 등하교만 하다가 사이클선수라는 큰 뜻(?)을 품고 진로를 선택해 다른 지역의 중학교로 진학한 아이들도 있을 정도였으니 내겐 정말 의미있는 책이 아닐 수 없다. 그런 책의 세 번째 이야기가 나왔다는데 그냥 무시하고 넘어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렇게 며칠을 학수고대하며 기다린 끝에 책을 손에 쥐고는 단숨에 읽어내렸다. 중간에 쉬어가며 읽으려는 생각도 물론 없었지만 한 번 읽기 시작한 책은 쉽게 내려놓을 수가 없었다. 이야기의 구성과 흐름이야 말할 것도 없을 뿐더러 제주의 풍경도 눈 앞에 펼쳐지는 듯 생생했다. 흘러가는 바람 한 점, 때로는 거세고 때로는 잔잔한 파도 소리, 아름다운 저녁 노을, 멋드러진 산등성이, 크고 작은 오름들, 바다에 우둑 선 성산일출봉...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제주의 풍경들이 글만으로도 살아서 내 눈앞에 펼쳐졌다. 그 곳을 굴러가는 자전거의 행렬이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머리속에 스쳐가는 경험은 그야말로 황홀했다.

이런 멋진 배경에 자칫 가려질 수도 있는 여러 인물들의 이야기들이 너무 과하지도 그렇다고 가볍지도 않게 적당한 울림으로 다가온다. 1, 2권을 통해 심각한 갈등을 해결하고 이제는 더욱 돈독하고 끈끈해진 가족애를 선보이는 호진이의 가족들은 한 마디로 감동적이다. 성장하는 인간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가장 화려해 보이지만 어쩌면 가장 외롭고 힘들 은찬이와 그런 은찬이를 옆에서 변함없는 우정과 사랑(?)으로 지켜보는 지우가 제주도 자전거 여행을 함께 하며 조금씩 단단해져가는 모습이 무척이나 대견스럽다. 초등학생들이 모의한 제주여행이라는 다소 어이없는 설정임에도 너무 억지스럽지 않게 마음에 와 닿는 것은 어른보다 더 속 깊고 성숙하게 느껴질만큼 현명하고 따뜻한 모습들을 볼 수 있어서가 아니었을까...

불량한 자전거 여행 1~3권 모두를 통틀어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가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바로 '도전'이다. 그 누구도 도망치거나 외면하기보다는 당당히 맞서 나아가길 선택한다. 새로운 삶으로의 전환, 자신을 구속하는 주변의 모든 굴레와 장애물, 가족의 불화, 체력과 정신력의 한계, 자신에 대한 불신과 의심 등등 끊임없이 발목을 잡는 수많은 어려움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변화와 발전을 위해 '도전'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 책을 덮으면서도 앞으로의 호진이와 은찬이, 지우, 삼촌과 치연 누나, 호진이 부모님의 미래가 찬란히 빛날 것을 기대하고 또 믿게 되는 듯하다. 다음에 다시 만나게 될 호진이가 어떤 청소년으로, 어떤 어른으로 성장할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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