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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starize, 나는 파스타가 되어버렸어!"
<와인 스캔들> <박찬일의 와인 셀렉션> 저자이자, 논현동 '누이누이' 레스토랑의 쉐프인 박찬일 신작 <보통날의 파스타> & <지중해 태양의 요리사>. 출간일 순서로 말하자면, <지중해 태양의 요리사>가 먼저다. 잡지 기자로 일하다 30대 초반에 요리에 흥미를 느끼고 이탈리아 유학을 결심한 박찬일. 이탈리아의 요리학교와 와인과정을 이수한 그는 시칠리아에서 1년간 요리사로 일하며 '이탈리아 요리'의 진수를 배운다. 한겨레 ESC에 연재된 31편을 엮은 <지중해 태양의 요리사>는 이탈리아 유학 시절 동안 겪은 에피소드들을 감칠나게 그려낸다. 좌충우돌 체험담 속에 자연스레 녹아든 이탈리아의 음식, 문화, 사람에 관한 이야기도 엿볼 수 있다. 중간 중간 눈에 띄는 일러스트는 소설가 김중혁의 작품이다.
"요리사란 요리를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한 그릇의 요리가 식탁에 오르기까지 통제하고 감시하는 관찰자여야 한다고, 쥬제뻬는 믿었다. 나는 그의 생각에 동의했다." _ <지중해 태양의 요리사> 중에서
이탈리에서 훔쳐 온 진짜 파스타 이야기란 부제의 <보통날의 파스타>는 그야말로 진짜 '파.스.타' 이야기로 파스타에 관한 모든 것을 펼쳐낸다. 파스타의 재료와 종류부터 면을 삶고 만드는 방법, 즐기는 방법까지는 물론, 한국과 이탈리아의 파스타 비교, 현지의 다양한 파스타 소개 등 다채로운 이야기들을 풍성하게 소개한다. 대표적인 파스타 레시피, 파스타 만들 때의 팁을 함께 수록하여 요리에세이로써의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뿐만 아니라, <지중해 태양의 요리사>에서 보여준 유머감각을 살려내어 파스타에 얽힌 자신의 경험담을 곁들인다. 시인 최갑수의 사진을 수록하여 파스타의 리얼리티를 시각적으로 즐길 수도 있다.
"창의적이고 노련한 이탈리아의 요리사들은 보기에도 좋고 맛도 좋은 세계 으뜸의 파스타를 만들었다. 나는 그것들을 어깨 너머로 배우면서 나를 'pastarize'했다. 그랬다. 그건 '파스타화'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불러도 좋을 일이었다. 이탈리아에 산다는 건, 더구나 이탈리아 요리를 현지에서 배운다는 건 파스타와 친숙해지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_ <보통날의 파스타> 중에서
송 MD 보통의 파스타에 관하여..
너무도 다양한 파스타 이야기들을 접하고 있자니, 눈도 입도 근질거렸다. 있는 거라곤 스파게티, 어머니께서 손봐주신 깐마늘 몇 쪽, 또 어머니께서 껍질 & 내장 제거해 주신 새우 몇 마리, 리슬링, 파슬리, 올리브유뿐. 그래도 '변형 알리오 올리오' 정도는 해먹을 수 있겠다 싶어 적극모드에 돌입했다.
<보통날의 파스타>에 소개된 박찬일 레시피는 내겐 조금 당혹스럽긴 했다. 좀 규격화된 인간이라, 한번 음식을 하려 하면 노트북의 레시피 화면을 꼭 옆에 펼쳐놓고, 정확한 수치에 따라야 직성이 풀리니까. 박찬일 레시피는 이런 식이다. "솥에 물을 넉넉히 잡아 소금을 치고 끓인다." 그럼 나는 한참을 고민에 빠진다. '물은 몇 컵? 소금은 몇 스푼?' 그래도 몇 번 파스타를 만들어봤다고, 이날은 대충 '감'으로 했다. 모든 '적당히'. 단, 알 덴테는 8분을 삶으면 된다는 지인의 지시에 따랐다. 정확히, 8분!
사실 달달한 리슬링은 알리오 올리오와 좋은 매칭을 이루지 못하고 그 맛이 입 안에서 겉돌긴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흡족한 한끼 식사였음엔 분명했다.
리델잔에 담긴 와인과 소박한 파스타의 여유로움을 매일같이 즐기고 싶다만.. 현실은 차가운 김밥 한 줄, 시간에 쫓기듯 벌컥 들이키는 진한 카페라테 한 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