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독자들과 삶의 기적을 나누고 싶다.
<문학의 숲을 거닐다> <축복> <생일> <내 생애 단 한번> 등 편안한 문체로 독자들의 감성을 이끌었던 수필가 장영희. 생후 1년 만에 소아바미에 걸려 평생을 목발과 다리보조기에 의지해 왔던 그에게 또 다른 어려움이 닥쳤다. 2001년 우연히 받게 된 건강검진으로 암에 걸린 사실을 알게 되었고, 방사선 치료로 완쾌. 2004년 다시 척추로 전이, 2년 동안 무려 스물 네 번의 항암 치료를 받았다. 하지만 지난 5월 9일, <내 생애 단 한번> 이후 9년 만에 내놓은 에세이집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이 독자들의 손에 닿기도 전에 이 세상을 떠났다.
그의 마지막 저서로 남게 된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은 프롤로그부터 마지막 에필로그까지, 읽는 순간순간이 귀하고 또 귀하다. 책의 제목이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으로 정해지기까지의 과정을 실은 '나, 비가 되고 싶어'란 제목의 프롤로그 중 '기적을 원한다'는 대목에서는 코끝이 시큰거려온다.
나는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으로 제목으로 정했다. 생각해 보니 나는 지금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기적을 원한다. 암에 걸리면 죽을 확률이 더 크고, 확률에 위배되는 것은 '기적'이기 때문이다. |
그의 흔적이 오롯이 담긴 미국유학생활, 가족이야기, 아버지에게 보내는 편지, 결혼생활에 실패한 제자에게 보내는 편지, 자살하여 이 세상을 먼저 떠난 제자에게 보내는 편지. 한편 한편의 글을 읽다 보면 그의 따스한 손길과 마음이 온전히 전해져 온다.
곳곳에 드러난 지난했던 투병생활에 관한 고백들은 마음을 짠하게 하고, 그를 더욱 그립게 만든다. 신체적, 정신적으로 힘겨운 나날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이들에게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온 그이다. 하지만, 오히려 자신의 글을 읽는 독자들을 통해 위안을 받았다고 고백한다. 타인을 향한 섬세한 배려로 그득한 그의 전 생애는 아름다움 그 자체였던 것이다.
당신의 하루하루가 바로 내일을 살아갈 기적이 된다!
세월이 많이 흐른 지금, 나는 새삼 ‘좋은 사람’에 대해서 생각한다. 그리고 정말 누구의 마음에 ‘좋은 사람’으로 남는 게 얼마나 힘들고, 소중한지 깨닫기 시작한다. 누군가 단 한 사람이라도 따뜻한 마음, 아끼는 마음으로 날 ‘좋은 사람’으로 기억해 준다면 수천 수만 명 사람들이 다 아는 ‘유명한’ 사람이 되는 일보다 훨씬 의미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지난 3년간 내가 살아온 나날은 어쩌면 기적인지도 모른다. 힘들어서, 아파서, 너무 짐이 무거워서 어떻게 살까 늘 노심초사했고 고통의 나날이 끝나지 않을 것 같았는데, 결국은 하루하루를 성실하게, 열심히 살며 잘 이겨 냈다. 그리고 이제 그런 내공의 힘으로 더욱 아름다운 기적을 만들어 갈 것이다.
|
마음이 상하고 지친 수많은 이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심어준 ‘좋은 사람’으로서 늘 곁에 있었던 장영희. 그의 희망메세지를 통해 위로 받은 독자들의 머리와 가슴에 분명 ‘좋은 사람’으로 기억되리라 믿는다. 충실하게 자신의 온 삶을 지켜온 모습은 이 세상을 살아갈 이들에게 또 다른 기적으로 전해줄 것이다. 故 장영희의 마지막 선물,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을 통해 그가 남긴 삶의 기적과 축복을 발견하길 소망한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