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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티스타 수술 팀의 영광 ㅣ 가이도 다케루의 메디컬 엔터테인먼트 1
가이도 다케루 지음, 권일영 옮김 / 예담 / 2007년 1월
평점 :
품절
<바티스타 수술 팀의 영광>, 가이도 다케루
(2015.8.19.~2015.8.20.)
늦은 밤 옥수수 한 알씩 까먹으면서 휘리릭 읽기에 좋은 책.
세파에 휘둘리지 않고, 자기만의 소신(?)을 가진 느릿함, 무심함을 가진 주인공(중 한 명). 책에서는 이런 무신경함이 오히려 더 쿨한(?) 것으로 보였지만, 현실에서 이런 사람을 만난다면 ‘너 혼자면 인생이 쉽더냐?’고 생각했을 것 같다.
심장이식 수술을 전문적으로 하는 기류 교이치 교수가 이끄는 ‘바티스타 수술 전문팀’. 수술 성공률 100%를 이어가던 이 팀이 연속해서 수술에 실패하고, 환자는 사망한다. 이런 상황에서 다카시나 병원장은 외래 책임자인 신경내과 강사 다구치에게 내부 조사를 의뢰하고, 그 후 후생노동성의 공무원 시라토리가 합류해 사건을 풀어간다. 바티스타 팀의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 의사 다구치인 줄 알았는데 결국은 시라토리가 해결사로 등장한다. 현실이었다면, 실제 공무원을 절대 이렇게 하진 못했을 거다.
의료 과실? 의도된 살인? 의료계의 현실을 소설로 쓴 작가
‘의료 과실인가, 의도된 살인인가.’ 이 책을 이끌어가는 주제다. 소개 문구에서는 대학병원의 현황, 의료 시스템의 위기 등이 언급되었지만 이 부분은 현실감 있게 다가오지는 않았다. 실제 외과의사이기도 했던 저자 가이도 다케루는 이 책으로 제4회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대상을 수상했고, 이후 아동 의료에 대한 ‘나이팅게일의 침묵’(2008년), 의료계와 정부의 윤리성을 담은 ‘제너럴 루주의 개선’(2008년), 호스피스에 대한 내용을 담은 ‘나전미궁’(2010년)으로 병원, 의료체계, 의료 시스템 등 의료 현실에 대한 내용을 이어갔다. 이 책은 일본에서 텔레비전 드라마로 만들어졌다.
사람들에게 가장 필요한 병원일지 모르는 곳, '구치외래'
‘치밀하다’고 말하기엔 부족한 내용이지만 전문성이 필요한 의료계 쪽에서 전공을 한 사람이 직접 쓴 책인데다 마음에 드는 문구도 제법 있었다. 무엇보다 신경내과 강사인 다구치가 출근하고 있는 ‘구치외래’에 호기심이 더 갔다. 급박하게 돌아가는 병원 시스템에서는 제외된 곳이면서 동시에 ‘고객 서비스를 우선으로 한다’는 입에 발린 말이 필요한 요즘 같은 때 꼭 필요한 곳이었기 때문이다.
그가 하는 일은 ‘일단 많이 듣는 일’이다. 나같이 참을성 없이 말만 많은 사람은 절대 할 수 없는 일이지만, 다구치는 그 역할을 아주 잘 해낸다. 사람들은 분노하고, 억울할 때 설령 그 일이 해결되지 않더라도 ‘들어줄 사람’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때로는 마음이 상했던 그 일이 말을 하는 과정에서 풀리기도 한다.
40분씩 기다렸다가 5분 검진 받고, ‘이 병의 원인은 스트레스이니 스트레스 받지 말고, 충분히 잘 먹고, 잘 쉬고, 더운 여름이니까 시원하게 지내세요. 약 받아 가시고요.’ 따위의 말을 들어야 하는 현실이 떠올랐다. 병원에서 내쳐진, 혹은 제외된 이 책 속의 ‘구치외래’야 말로 어쩌면 사람들에게 가장 필요한 병원의 진정한 모습이 아닐까.
퇴근 후 텔레비전도, 밥도 싫다면 책을 펴라
내가 무뎌서 그런지는 몰라도 결국 범인은 내가 생각하지도 않고, 눈여겨보지도 않았던 사람이었다. 범인은 잡혔지만 대부분의 책이 그렇듯 ‘해피엔딩’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어쨌든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기 때문이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봤고 유명해서 선뜻 손이 가지는 않았었다. 꼭 읽어야 할 유명한 책도 많지만, 꼭 내가 읽지 않아도 되는 유명한 책도 있다. 퇴근하고 돌아와 텔레비전도 켜기 싫고, 밥도 먹기 싫을 때 펴놓고 읽기에 좋은 책이다.
p.92 나는 도메조 씨의 말을 다 들어주었을 뿐이다. 침묵까지 포함해서 모두.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 진심으로 귀를 기울이면 문제는 해결된다. 그리고 상대방의 진심을 듣기 위해서는 내 입을 다물 필요가 있다. 중요한 것은 그뿐이다. 물론 그게 생각보다 훨씬 어려운 기술이기는 하지만.
p.142 "룰은 깨기 위해 있는 겁니다. 다만 보다 나은 미래를 가져올 수 있다는 개인적인 확신이 있을 때만 깰 수 있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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