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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에, 마음을 놓다 - 다정하게 안아주는 심리치유에세이
이주은 지음 / 앨리스 / 2008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그림에, 마음을 놓다』, 이주은
(2015.9.8.)
지친 마음을 달래려고, 이 책을 골랐다.
비록 직접 보는 것은 아니지만 컬러로 인쇄된 그림도 좋았고, 작가의 글도 좋았다. 일 때문에 이주은 교수의 글을 1년 간 받았다. 교정보면서 수정이 거의 없을 만큼 글이 깔끔했다. ‘교수라면 당연히 글을 잘 쓰지 않겠냐’는 사람도 있겠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글은커녕 맞춤법도 맞지 않는 교수들도 많다. 신문에 기고한 글을 고쳐주면서 원고료는 다 받고, 수정하고 싶은 부분을 말해주고 그 부분을 나보고 써서 달라는 교수도 있었다. 일하면서 사람들의 글을 보다 보니 원고에서 저자의 성격이 보인다. 글뿐만이 아니라 원고를 받는 과정에서도 그 사람의 성격이 드러난다. 정말 놀랄 만큼 실망스러운 사람도 있어 원고를 받기 전에는 가끔 읽었던 그 사람의 책을 연재가 끝난 후에 쳐다보지도 않은 적도 있지만, 이주은 교수는 그렇지 않다. 오히려 연재가 끝난 게 아쉬웠을 정도다.
아픔은 나만의 것이 아니다.
결과는 자꾸 만들어 내라고 하는데 머릿속에도, 마음속에도 남아 있는 게 하나도 없어 심히 방황스런 날들이 이어지고 있다. 이래서는 언제까지 회사를 다닐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 책의 부제는 ‘다정하게 안아주는 심리치유 에세이’, ‘백 마디 말보다 따뜻한 그림 한 점의 위로’이다. 잘 모르는 어려운 명화에 대한 역사나 기법에 대한 내용이 아닌 작가 개인의 이야기와 삶에 대한 생각이 적혀 있다. 한 명의 인간이지만 인류 전체의 일부이기도 하니까 다양한 부분에 있어서 겹쳐지는 상황도, 생각이 많다. 사랑, 미움, 사람 사이의 관계와 내 마음 속의 고단함, 외로움…. 이 모든 것에서 비롯되는 아픔은 나만의 것은 아니다.
'혼+술'에 '책'을 더하고 싶을 때 딱!
속지가 반짝반짝한 재질이라 읽기에 다소 눈이 아플 수 있지만, 컬러 인쇄한 명작들은 적절한 시기에 ‘이게 무슨 그림이지?’ 하는 궁금증을 풀어준다. 요즘 ‘혼+술’(혼자 마시는 술)에 ‘책’이 더해져 즐길 수 있는 곳이 많이 늘었다고 한다. 물론 서울에서. 하지만 혼자서 술을 마시며 책을 읽던 것은 이미 대학원을 다니던 시절부터 내가 즐겨하던 일이다. 즉, 그곳이 어디든, 나의 의지만 있다면 어느 곳에서 책을 읽어도 상관없다는 뜻이다. 어떤 책을 읽어도 좋지만, 이주은 교수의『그림에, 마음을 놓다』는 맥주 한 잔 홀짝이며 읽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책이다. 그러다가 문득 창밖을 바라보며 지나간 옛 사랑도 떠올리고, 하루 종일 지쳤던 마음을 괜찮다고 어루만져주면 된다. 그렇게 내일의 떠오르는 태양을 대비하는 것이다.
p.15 지금 생각해보니 공감한다는 것은 결코 대단한 일이 아니었다. 지극히 평범하게 함께 나누는 일상의 일들이 커다란 위로가 되기도 한다. … 힘들 때에는 가까이 있어주고, 자기편이 되어 주고, 일상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p.25 성인이 되면 오히려 경계를 허무는 일에 주력한다. 계속해서 선 안에 있기만을 고집하고 선 밖을 인정하지 않으면 어린아이 같다는 말을 듣기 십상이다. 그러나 경계를 넘나든다고 해서 ‘내’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래도록 쌓은 내공 덕분에 줄을 긋지 않고도 자기 영역을 확실히 지킬 수 있는 단계에 이르렀을 때 비로소 어른다운 어른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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