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으로 읽는 러시아 - 러시아 문화와 조우하다
김은희 지음 / 이담북스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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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으로 읽는 러시아 



먼저 이 책의 표지는, 이 책 맨 마지막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편에 있는 N. 야로센코 '어디나 삶'이라는 그림입니다. 예쁘고 화려한 그림도 많은데 왜 하필이면!? 그 답은 이 책을 끝까지 읽으면 알 수 있습니다. ㅎㅎㅎ 



 240여 페이지인데, 책 크기는 생각보다 아담합니다. 그래서 처음 이 책을 보고 '후후후 금방 읽겠군' 했는데, 생각보다 상당히 오래 걸렸습니다. -_-;;; 양이 많네요 하하하....로 때우고 끝낼 게 아니라(.....) 


미술에 대해 설명해주는 책들이 한창 쏟아져나올 때 이후로 이러한 책을 읽게 된 것은 개인적으로 꽤 오랜만이어서도 그렇지만, 앉은 자리에서 술술 읽어내려갈 수 있는 류는 아니더군요. ㅎㅎ 


뭔가 어려운 말들이 잔뜩 쏟아져나왔다거나 하는 것은 아닙니다. 러시아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도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이해 가능하게 구성되어 있어요. 


(글 속에 나오는 주요 인물들의 약력이 나와 있어요.) 




 챕터 마다 소개되는 회화 작품에 대한 소개에다가 그에 관련한 러시아의 작가, 화가, 사회상, 문화들이 소개되고 각 챕터의 끝에는 이야기에 언급된 주요 인물들의 약력을 실어놓고 있습니다. 어찌보면 주요 인물들에 대한 작은 백과사전 같은 느낌이 들 정도예요. 책의 크기는 특별히 크진 않지만 안에 든 정보들이 상당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다른 독자들은 어떠실런지 모르겠지만 저는 그래서 읽는데 꽤 오래 걸렸어요. 



또한 이 책의 특별함은 무엇보다 이 책을 지으신 김은희님만의 글솜씨와 내공의 어우러짐에 있지 않을까 합니다. 과거 한창, 그림을 이야기하는 책들이 유행하여 쏟아져 나왔을 때 제가 읽었던 책들엔 문외한이 접하기엔 문턱이 꽤 높거나, 또는 책 페이지에 그림만 박아두고 정작 이야기는 사변적인 이야기로 흘러가버리는 등 뭔가 크게 만족하기 어려울 때가 많았어요. 문턱이 높은 글은 뭐 그렇다 쳐도, 그림만 걸어놓고 사변적인 이야기판이 될 경우에는 일부 독자들은 동의하고 싶지 않은 소리들도 생겨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물론 '그림으로 읽는 러시아'도 제가 위에 적었듯이 한 번에 술술 읽어내려갈 수 있는 류는 아닌 것 같다고 했지만, 어차피 처음 이 책을 집어들게 된 것은 러시아의 여러가지 모습들을 보고 싶어하는 마음이 있다는 것이기도 할 뿐더러 끝까지 일정한 문턱을 유지하면서 상당한 양의 정보를 꼼꼼하고 간결한 문체로 다 넣어주셨다는 점에 대해 저는 매우 만족합니다. 


글 진행 중에 이것저것 짧게 언급되는 여러 책이나 사건에 대해서 독자가 자연스럽게 더 궁금해지게 만든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은 일이거든요. 


책을 읽는 사람들 중에 러시아 대문호들의 길고 긴 소설작품을 별도로 다 읽어볼 사람들이 많지는 않을 것이라고 해서 그것이 또한 그 작가들에 대해 앞으로도 전혀 모르는 상태로만 있을 거란 뜻이 되는 건 아니지요. ㅎㅎ 지난 번 '로쟈의 러시아 문학 강의' 책을 읽었을 때처럼, 러시아에 관심이 있다면 이렇게 차근차근 조금씩 접근하여 익숙해지는 것도 참 좋은 방법같습니다. 




이 책은 러시아의 문화와 역사에 대해 많은 것을 설명하고 있으면서도 문장은 소설 내지 수필처럼 아름답습니다. 




'계절은 자연을 만들고, 자연은 명화를 만든다' 중에서 25쪽 

..... 엷게 흩어지는 가벼운 구름들이 떠 있는 높은 하늘도 멀리 강물과 맞닿아 있고, 고즈넉이 배 한 척만이 한가로이 봄볕을 즐기며 편안한 물 위에서 여유를 부리고 있다. 봄볕에 더 환히 빝나는 하얀 자작나무의 흰빛, 멀리 어렴풋이 보이는 차고와 앞쪽 전나무의 녹색, 가지들과 강변의 황금색, 하늘과 강물의 푸른빛이 어우러져 섬세한 봄의 서정을 들려준다. 수채화처럼 깨끗하고 밝은 빛깔들로 그려져 봄 풍경의 투명함과 맑음을 선사하고 보는 이들에게 봄 속 자연의 부활이 가져다주는 따뜻한 낙천주의를 전해준다. 그림을 보면 어느새 마음이 조용한 기쁨과 평안으로 채워져 말 없는 위로를 받는다. .... 



I. 레비탄 '봄 물의 범람' 작품을 묘사한 글의 한 부분입니다. 차분하면서 군더더기 없는 문장들이 참 좋습니다. 

그래서 그림을 한 번 보고, 글을 읽고 다시 한 번 그림을 보고 하다보면 독서 시간이 생각보다 오래 걸리게 되는 겁니다. ㅎㅎㅎ 


그림에 대해 잘 모른다는 것은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그만큼 그림을 덜 자세하게 본다는 뜻이 될 것 같습니다. 저도 그냥 그런 일반인이니 아무리 훌륭한 명화를 보아도 특히, 뭐랄까 비교적 책으로 가볍게(?) 인쇄된 것에 대해서 눈이 표면만 슬쩍 훑고 지나가는 때가 많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옆에 그 그림을 위한 좋은 글이 있다면 저어기 왼쪽 아래에 있는 '배 한 척'도 다시 한 번 눈을 돌려 확인하게 되고 '자작나무의 흰빛'이 봄볕을 나타나는 색깔에 어떻게 더 환히 빛나는 인상을 제공하는 지에 대해 작가를 따라 꼼꼼하게 확인하게 됩니다. 책을 끝까지 열심히 읽고 나면 그림을 보는 눈 또한 조금 더 꼼꼼하게 변하게 될 지도 모르는 일이지요. ㅎㅎㅎ 




한 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다 그렇진 않지만 - 일부 그림들 중 2-3작품 정도가 '깨져 보입니다.' 


해상도 낮은 이미지를 이미지 원본보다 더 크게 키웠을 경우 보이는 그... 도트작업한게임 화면 보는듯한 낯선 느낌 -_-;;;; 

18쪽의 B. 쿠스토디예프 '마슬레니차'와 115쪽 V.막시모프 '농민의 결혼식에 온 주술사', 그리고 205쪽 V.수리코프 '친위병 사형 날의 아침'같은 이미지 원본의 해상도가 많-이 아쉽습니다. 이 부분은 출판사에서 신경을 좀 더 쓰셨으면 좋았을거라 생각합니다. 

(픽셀 깨진 부분이 보입니다. 유화작품인데 게임 화면같이 보이는...-_-;;) 





그리고 25쪽에는 니키타 '흐루쇼프'라고 했지만 뒤의 다른 챕터 99쪽에서는 '흐루시초프'라고 표기된 부분이 하나 있습니다. 당연하지만 둘 다 같은 아저씨 이름이니까 다음 쇄엔 고쳐질 수 있길 희망합니다. 



(별 의미는 없고 아름다운 그림이라 한 번 찍어봄) 





중반을 넘어가면 러시아의 음식 문화에 대해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많이 실려 있는데, 그 중에 재미있는 속담을 조금 옮겨적어서  아직 이 책을 읽지 않은 분들께 유혹(...)을 하고 싶네요. ㅋㅋㅋ 


[보드카에 대한 속담] 158쪽

- 아침부터 마시면 하루가 자유로워진다. (.....) 

- 오늘 마실 수 있는 것을 모레로 미루지 말라. (.....)  

- 보드카는 두 종류밖에 없다. 좋은 것과 아주 좋은 것. (.....)

- 마실 거냐고 묻지 말고 무엇으로 해장할 거냐고 물어라. (.....)


.....OTL;;;;;; ㅋㅋㅋㅋ



나머지는 양호합니다. ㅋㅋ

[빵에 대한 속담] 164쪽 

- 빵이 잘 구워지면 일도 잘된다. 

- 소금으로는 술 마시고 빵은 베고 잔다. 

- 빵이 없으면 식사를 한 것이 아니다. 

- 빵 조각이 없으면 어디나 슬픔이다. 



[차와 관련된 속담] 177쪽 

- 차를 마시는 것은 장작을 패는 일이 아니다. 

- 사모바르가 끓으면 - 나가면 안 된다. 

- 차 마신다고 취하지 않는다.  (.....)

- 차를 마시면 100살까지 산다. 

- 차가 있는 곳이 나무 아래의 천국이다. 





(167쪽 - 수학시험도 구술시험으로 본다고 하네요! 전전긍긍하는 학생들... ㅋㅋ) 





제가 가장 좋아하는 그림은 100쪽에 나오는 F. 말랴빈의 '회오리'입니다. 강렬하고 시뻘개서 참으로 좋습니다. ㅋㅋ 책장을 넘기자마자 감탄하게 되었는데, 말랴빈 이 작품의 붉은 색도 이콘에서 많은 부분을 취한 것으로 보이며 1899년의 '웃음'이라는 작품은 고대 성상화가들 이후 말랴빈의 그림에서 최초로 붉은 색이 완전하게 표현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합니다. 




(웹에서의 그림 출처는 http://en.wikipedia.org/wiki/Filipp_Malyavin#mediaviewer/File:Filipp_Malyavin_-_%D0%92%D0%B8%D1%85%D1%80%D1%8C_-_Google_Art_Project.jpg ) 

링크로 가시면 크게 보실 수 있어요. 





끝으로, 이 책의 그림들과 연관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러시아 그림의 아름다움과 그에 대한 호기심을 더욱 증폭(!)시킬만한 동영상도 하나 붙입니다. 



.....인데 아쉽게도 바로 안 보이네요. ㅠㅠ 그냥 링크 주소만 붙일게요. 


http://vimeo.com/88529961


하지만 강추! 가서 보시면 후회 안 함! 진짜예요 (.....) 





http://vimeo.com/user13139429/videos/ 여기로 가보시면 페이지 5-7사이 월별로 아름다운 그림영상을 찾아보실 수 있어요. 

책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데 붙이자니 좀 뭐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저는 이런 것들을 보면서 '아 아름답다 아름답다'하고 있다가 이번에 이 책 '그림으로 읽는 러시아'를 읽을 수 있게 되었거든요. 흥미를 가지게 되면 계기가 만들어지는 것이니까요. 



러시아의 아름다운 그림들과 함께 그 속에 촘촘하게 깃들인 문화와 역사, 그리고 삶에 대한 이야기를 알고자 하신다면 '그림으로 읽는 러시아'를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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