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귐의 기도
김영봉 지음 / IVP / 2002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그리스도인에게 있어서 기도는 매우 중요한 신앙행위이다. 그러하기에 진지한 신앙인이라면 기도에 대한 특별한 관심이 당연한 것이고, 그 관심을 채우기 위해 기도에 대한 여러 책들을 섭렵하기 마련이다. 시중에 나와 있는 기도에 대한 책 중에는 영혼의 양식이 되는 좋은 고전도 있지만, 근래에 유행하는 것 중에는 균형잡힌 신앙성장에 유익하지 않은 것도 꽤 있다.

기도를 자신의 이기적인 목적을 채우기 위한 도구로 전락시키고, 기복주의와 성공주의를 대놓고 조장하는 '야베스의 기도'가 그 대표적인 경우라 하겠고, '무조건 하면된다', '기도하면 형통한다'는 식의 유치한 인본주의적 기도를 가르치는, '히스기야의 기도'나, '강청기도의 능력'등이 그러한 범주에 속하는 책들이라 할 수 있겠다. 이렇게 영적 어린아이들이나 읽을만한 동화같은 책들에 무언가 부족한 갈증을 느끼는 이라면, 읽어볼 만한 유익한 책이 있다.

'바늘귀를 통과한 부자'라는 책으로 '청부론' 논쟁에 불을 지핀, 김영봉 목사의 '사귐의 기도'가 바로 그것이다. 이 책에는, '기도로 흥한 한국 교회가 기도로 망할 위기에 직면했다'는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한 저자의 진지하고 진실한 마음이 녹아있다. 그러한 저자의 고민은, 깊은 학문적 연구와 영성에 대한 오랜 시간의 탐구를 통해 기도의 본질로 나아간다. 그리고 그 본질을, '기도는 하나님과의 사귐'이라고 정의한다. 저자는 바른 기도를 위해 우리가 잘못 오해하고 있는 문제들을 지적하며, 기도에 대한 배경신학과 실제적인 지침들을 잘 가르쳐 주고 있다. 또한 역사 속에서 위대한 신앙의 선배들이 추구했던 영성이 '사귐의 기도'였음을 말하며, 그 유익한 열매들을 알려주기도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하고픈 말을 대신 해주고 있는 듯한 저자의 서술에 여러 번 감탄을 하였다. 저자가 지적하듯, 기도는 마치 알라딘의 요술램프에서 지니를 불러내 듯 하나님을 불러서 자기 욕구를 채우는 행위가 아니라, 살아계신 하나님과의 인격적인 사귐이다. 그것을 '인격적인 관계', '친밀한 만남', 혹은 '깊은 교제', 그 무엇이라고 부르던, 신앙생활의 핵심은 바로 사귐이며, 그것을 기도라 불리는 영적대화를 통해 이루어 내는 것이다. 그 본질인 '사귐'을 회복하기 위한 안내서 역할을 해주고 있는 이 책은, 우리의 정서를 이해하는 한국사람이 썼기 때문에, 우리의 문제를 정확히 진단하고 그 대안을 제시해 주는 장점이 있기도 하다.

이 책의 또 다른 미덕은, 정말 쉬운 글로 씌여져서 읽기가 매우 편하다는 것이다. 그 쉬운 글 속에는 영성에 대한 깊은 통찰력이 담겨져 있어 책 읽기를 자주 멈추게 되지만 말이다. 좋은 책들은 대개 어려운 책들이 많아 쉽게 선물하지 못했었는데, 당분간은 이 책이 친구들을 위한 나의 선물이 될 것 같다. 한 가지 아쉬움은, 각 주제들에 대해 좀 더 많은 양으로, 더 깊이 들어갔으면 하는 점이었다. 몇 몇 주제들은 그저 양념역할 정도만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기도에 대한 개론서 정도로 이해한다면 그리 큰 문제는 아니다.

'바른' 기도가 무엇인지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진지한' 기도 생활을 시작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앞에서 이야기한 류의 책들을 덮어 버리고 당장 이 책을 구해 읽어라. 책을 읽는 도중, 기도를 하지 않고는 못 견디게 될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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