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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하나님의 신비
마이클 프로스트 지음, 홍병룡 옮김 / IVP / 2002년 2월
평점 :
'세렌디피티'(serendipity)라는 말이 있다. The Three Princes of serendip이라는 인도의 옛 이야기에서 유래된 말로, '예기치 못한 귀한 것을 우연히 발견하는 기쁨' 혹은 '뜻밖의 깨달음'을 뜻한다. 호주의 차세대 리더로 주목받는 Morling 신학대학의 교수 마이클 프로스트 (Michael Frost)가 지은, '일상, 하나님의 신비' (IVP) 라는 책은 많은 이에게 이러한 Serendipity가 될 수 있을 듯 싶다.
신실한 그리스도인들의 관심사 중 하나는, 평범한 일상 속에서 하나님의 손길을 더 깊이 느끼는 것이다. 그래서 말씀 묵상과 일상의 묵상을 통해 그분의 뜻을 더 깊이 알아가기를 훈련한다. 이 책은 바로 그러한 사람들에게 매우 유익한 일상생활의 영성에 관한 책이다.
일상생활의 영성을 이야기하니, 로렌스 형제의 '하나님의 임재연습'이라는 책이 떠오른다. '하나님의 임재연습'은 매일의 일상을 통해 이루어지는 하나님의 임재를 그의 고백과 기도로 잔잔하게 잘 묘사하는 반면, 이 책은 좀 더 신학적인 바탕과 원리로 일상의 영성에 관해 서술하고 있다. '신학적'이기는 하지만, 그리 딱딱하지도 않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음은 물론이다.
저자는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종교적인 이분법에 지배받으며 살고 있음을 지적한다. 예를 들면, 예배, 기도, 성경읽기등은 경건한 것이나, 친구와의 만남, 영화와 음악등의 대중문화를 즐기는 것, 건강을 위한 운동등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경건과 관계없는 세속적인 것으로 느끼며 살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마음의 눈과 귀를 열어 세상을 바라본다면, 이 세상의 모든 것 속에서 하나님의 손길을 느낄 수 있음을 말하고 있다.
저자는 이것을 '이목집중의 훈련'이라고 정의하며, '산문체 일색의 구태의연한 공식, 즉 하나님이 종교적인 활동을 통해서만 일하신다는 고정 관념을 버리고, 창조에 바탕을 둔 접근을 수용하여 하나님이 우리 주변에서 자기를 계시하고 계심을 인정'하는 훈련을 하라고 한다. 그렇게 삶의 모든 순간들 속에서 성'과 '속'의 이분법적 사고를 벗어나 '하나님의 창조와 예수님의 성육신'이라는 기준으로 모든 사물과 사건을 통합적으로 바라볼 것을 말하고 있다. 그렇게 살아갈 때, 우리 삶의 평범한 일상에서도 매일 매일 하나님의 임재를 맛볼 수 있음을 강조한다.
개인적으로 이 책이 매우 의미 있었던 것은, 요즈음 고민하던 부분들, 예를 들면 종교적 이분법적 사고를 극복하는 것, 마음의 눈을 뜨고 살아가는 것, 세상과 문화를 바라보는 기준들에 대해, 저자는 마치 질문을 기다렸다는 듯, '산문체 일색의 무미건조한 세상에서 시를 창조'하고, '이목집중의 훈련'을 하며, '창조와 성육의 기준'을 가지라고 대답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며, 일반적인 표현으로는, 위에서 말한 우연의 일치로 깨달음을 얻는 '세렌디피티', 기독교적 표현으로는, 하나님의 손길을 깊이 느끼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이 '세렌디피티'라는 표현은 이 책에 등장한다.)
본서는 가격도 적당하며 (5,500원) 분량도 약 200페이지 정도로 부담도 없고, 재미도 있기에 하루정도면 충분히 읽을 수 있을 것이다. 한가지 아쉬움은 뒷부분으로 갈수록, 앞부분에 비해 저자의 통찰력과 구성의 긴장감이 떨어진다는 것이고, 개인적으로 별로 좋아하지 않는, 전형적인 단순명료형 서술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본서는 그러한 단점을 충분히 넘어설만한 통찰력있는 시각을 제공한다 하겠다. 이 책을 접하는 모든 사람들이 일상 속에서 '하나님과 우리 사이에 발생하는 수많은 사건들'을 발견하는 '하나님의 신비'를 배울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