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체 극장 - 영원회귀와 권력의지의 드라마
고명섭 지음 / 김영사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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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명섭의 <니체극장>은 놀라운 책이다.

이것이 과연 한국인이 쓴 책인가도 싶다. (영어로 번역되길 바래본다)

내용뿐 아니라.. 필체도 매우 미려하다.  

니체를 읽어야지 하면서도 선뜻 나서지 못했던 독자들에게 딱 좋은 책이 아닐까 싶다.

 

각설하고..

책속에서 니체를 평가한 이들의 얘기가 나온다.

그중 칼 야스퍼스의 니체 평가를 인용한다.   

 

"자기모순은 니체 사상의 특징이다. 우리는 거의 언제나 니체의 어떤판단에 대해서도 정반대의 판단을 또한 발견할 수 있다. 겉으로 보면 그는 모든 것에 관해서 두 가지 의견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따라서 우리는 바로 우리가 원하는 것을 니체로부터 마음껏 인용할 수 있다... 이러한 모순은 사태의 본질에서 생기는 필연적인 모순이며 사유의 졸렬함의 표시가 아니라 성실함의 표시일 것이다." (p.444)

 

동감!

문제는 니체의 모순이 사유의 졸렬함이 아니라 성실함이라는 마지막 구절.

 

그래도 계속 이런 생각이 든다. 

신을 거세했던 니체는 왜 초인이라는 또다른 현신을 열망했는가.

자기를 극복하는 그 초인은 "너 자신의 왕이 되어라"라는 플라톤의 통치자와 무엇이 다르던가.

세상을 비극이라고 했던 니체는 왜 또 세상을 희극으로 만들려고 했던 것일까.

하이데거가 니체를 플라톤 이후 서구 형이상학의 최후 완성자로 불렀던 게 이런 이유였으리.

 

세상이 진짜 비극인 이유는 세상이 비극이라고 외치는 나 자신도 그 비극의 일부라서가 아닐까.

이에 대한 성찰이 없다면.. 그것은 이미 유체이탈적 비극론에 불과하다. 사고의 졸렬함이다.

 

니체극장을 읽다 쇼펜하우어를 다시금 주목한다.

니체는 쇼펜하우어의 철학은 받아들이면서도 쇼펜하우어의 가치는 저버렸던 것은 아닐까.

세상이 모두 권력관계라면.. 그리고 이 더러운 권력관계로부터 벗어나고자 한다면..

결국 그 답은 하나뿐이지 않겠는가.

 

"죽음"

 

물리적 죽음도 죽음이겠지만.. 생존의지를 버리는 것..

이것이 세상 권력관계에 대한 가장 명확한 저항아닐까.

언제나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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