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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머리로 생각하는 역사 이야기 - 거꾸로 읽는 책 25 ㅣ 거꾸로 읽는 책 25
유시민 지음 / 푸른나무 / 2005년 1월
평점 :
절판
1996년에 개정판이 나온 모양인데 내가 읽은 책은 일단 1994년 초판본이다. 이 책이 나오기 전에 대학교에서 선배들이 추천하는 역사 입문서로는 만장일치로 E.H. 카의 <역사란 무엇인가>였다. 하지만 이 책 서문에서도 지적하고 있듯이 그 책은 유럽 역사의 예를 들어가며 쓴 책이라 읽기에 만만한 책이 아니었다. 그러던 차에 유시민(이제는 국회의원이 된)씨의 이 책이 가지는 의미란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모두 8장으로 구성된 작은 판형, 적은 분량의 이 책은 크게 2가지를 말한다고 정리할 수 있다. 그 하나는 역사가의 가치관과 그를 둘러싼 정치사회경제적 상황으로부터 자유로운 그 자체로 '객관적인 역사'란 개념은 허구라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국정 역사교과서란 것은 그야말로 위험한 의식화교재이다)
다른 둘은 역사의 심판이 이루어지지 않는 한 사회의 운명은 비관적이라는 것이다. 이 점은 요즘 내가 중점적으로 읽고 있는 자기계발서적과도 맞닿아있는 구석이 있다. 성공한 사람들은 모두 긍정적인 자기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그것이 있기 때문에 큰 일을 할 수 있었던 용기를 낼 수 있었고, 실패에서도 꿋꿋하게 일어날 수 있었던 것이다.
역사란 건 한나라의 국민, 한 민족에게 있어서 이런 자기이미지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지난 역사를 어떻게 해석해 내느냐가 앞으로의 역사를 어떻게 만들어나가느냐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렇게 생각해 볼 때 왜 일제가 그토록 자국의 역사를 (좋은 쪽으로) 왜곡하고, 우리나라의 역사를 (나쁜 쪽으로) 왜곡하려고 발악을 하는지 이해가 갈 것이다.
ps. 장정일씨가 문화일보에 삼국지 연재를 시작하면서(그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그의 독서일기에서도) 이문열의 삼국지가 1980년대 운동권을 비토하는 기성세대의 일갈이라는 해석을 끌어낸 적이 있다. 그러니까 장정일의 삼국지는 이문열의 삼국지와는 새로운 시대에 발맞춘 다른 관점에서 접근하겠다는 선언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역사서뿐만 아니라 역사소설도 작가의 가치관이나 시대상황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을 여기에서도 볼 수 있다.(소설이라는 점에서 당연한 소리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