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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태어나지 않은 너에게
알베르 자카르 지음, 김주열 옮김 / 도서출판성우 / 2003년 1월
평점 :
품절
우린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는 패스트푸드점의 빠른 속도마냥 우리네 하루도 무언가에 휩쓸리듯 지나간다. 사람들은 더 이상 자신에게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를 묻지 않는 듯싶다. 하루하루 목 죄여 오는 경쟁을 당연하게 여기고, 그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라도 희생할 듯한 냉정함을 유지해야만 한다. 그것은 어쩌면 오늘날을 살아가는 가장 기본적인 태도일지도 모른다. 어느 누가 이런 삭막함을 원했던가? 하지만 어김없이 우리는 이 모든 것을 ‘진보’라는 단어 속에 포함시켜 버린다. 인류가 이룩한 화려한 문명, 그 밝기만큼이나 검게 드리워진 그림자까지도 우리는 진보라고 여기면서 살아왔다.
하지만 옳다고 말할 순 없는 지금의 현실이 우리에게 가져다 준 것은 상실감이었다. 가진 자를 바라보는 그 두 눈은 ‘나도 저렇게 될 수 있다’라는 희망보다는 무언가 박탈당한 것 같은 상실감으로 얼룩졌다. 결코 벗어날 수 없을 것 같은 암울함 조차도 우리 사회는 개개인의 실력이 결정지은 것이라고 해석하곤 했다. 그렇게 모든 것은 누가 만들었는지 알 순 없지만 지배적인 질서 아래 부합할 때만이 인정 받을 수 있었다. 이는 삶의 모든 순간에 어김없이 적용되는 진리와도 같았다. 운동경기를 보는 그 순간에도 우리 모두는 승자가 되길 갈망하고, 때로는 애국심에 호소하며 패배라는 단어 앞에서는 격렬한 분노를 표출하게 되는 것이다. 나 자신이 빛나기 위해 타인의 존재를 외면하고, 그렇게 타자화된 존재에 대해서는 한없이 격하시키는 속에서 우리 모두는 우리 자신의 얼굴을 잊어왔던 것이 아닐까?
하지만 어떤 알 수 없는 힘에 의해 우리 모두는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지라도 지금의 이 질서를 향해 끊임없이 빨려 들어가고 있다. 그것은 자본이 될 수도 있고, 권력이 될 수도 있으며, 성(性)에 기초한 질서일 수도 있다. 배제에 기초한 힘의 공고화 속에서 점점 더 소수만이 인정 받을 수 있는 사회가 도래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점점 더 우리 자신을 소외시키고 있고, 이는 우리의 후손들에게도 어김없이 이어질 것이다.
과학 기술이 예견한 핑크빛 미래, 그 끝이 어떤 모습을 지니고 있을지 우리는 예측할 수 없다. 이미 필수품이 되어버린 듯한 핸드폰 마냥 미래의 어느 순간에는 지금 우리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무언가가 또 다른 이름의 우리를 지배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지금 우리가 그렇듯 그들 역시, 그저 잘 살기 위해 아둥바둥하는 속에서 자연이 그들 손에 쥐어준 얼마 남지 않은 아름다움마저도 해치게 될지도 모른다. 풍요로운, 하지만 너무도 메마른 그 삶 속에서 희망을 찾는 것은 어쩌면 더 이상 불가능한 것이 될지도 모른다.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 남성일지 여성일지 조차도 알 수 없는, 아직 태어나지 않은 존재를 향해 1925년 태생의 알베르 지카르는 말한다. 자신에게 기회가 주어지는 순간마다 말이 아닌 행동으로 모든 것을 대신하곤 했던 그였기에, 작은 힘이 모여 만드는 거대한 변화에 대해 그는 작은 아이를 향해 말할 수 있었던 것이다. 자기 자신의 존재에 대한 믿음, 그것으로부터 세상의 변화는 시작되며.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우리는 우리 자신의 삶의 주인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