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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혼자 웃고 싶은 오후
장석주 지음 / 달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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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가 낯선 풍경에서 인생의 심연을 엿보는 것은 여행자의 당연한 권리이자 기쁨이다. 여행의 본질은 자기에게서 떠나 되도록 자기를 멀리 벗어남에 있다. 자기에게서 해방되어 비로소 자기를 만나는 것이 여행의 보람이다. 가장 가까운 나를 만나려고 가장 먼 곳으로 떠난다. 내 어딘가의 숨은 자아를 만나는 것, 이것이 풍경의 먼 곳, 혹은 먼 곳의 풍경이 만들어내는 뜻밖의 효과다. -  9

보는 것은 물질로 빚어진 장소의 외관입니다만, 그 장소란 시간과 포개진 무엇입니다. 장소가 펼쳐내는 공간의 무한함은 시간을 삼키고 다시 내뱉으며 변화를 이룹니다. 풍경은 시간의 유동성에 의한 충격과 변화를 떠안으며 만들어진 총체인 것이니까요. 풍경은 응고된 물이 아니라 움직이는 것, 즉 기운생동의 결과를 반영하는 상입니다. -23

인생은 뒤돌아볼 때 비로소 이해되지만, 우리는 앞을 향해 사랑가야 하는 존재다” -30

누군가 인생의 맛에 대해 묻는다면 나는 입을 꾹 다문 채 아무 대답도 하지 않을 테다. 혼자 속으로 이런저런 생각을 굴리겠지. 인생이란 아주 씁쓸한 것만도, 그렇다고 달콤한 것만도 아니었지만, 인생은 살 만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35
결혼생활이 늘 행복한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불행으로 덧칠되고 씁쓸한 것만도 아니다. 하긴 저마다 처지가 다르고 감정의 밀도가 다르고 삶의 배경도 다르니 결혼의 빚는 삶의 모양도 다양할 테다 – 45

가을이 저 안쪽에서부터 깊어간다. 바람이 분다. 아아, 다시 살아봐야겠다! 가을 오후, 마음의 근심들을 내려놓고 책을 읽다가 혼자 웃는다, 얼굴이 환해지고 입가에는 절로 웃음이 떠오른다. 무르익은 열매가 터지고 야산 언덕에 구절초가 흐드러진 이 계절이 좋다. 가을밤은 일찍 오고, 창가에 등불을 밝힌 채 귀뚜라미 우는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책을 읽을 때, 아아, 이 가을, 내가 살아 있음이 미칠 만큼 좋다. – 67

물은 지위, 재산, 권력과 상관없이 날마다 입을 통해 들어와 몸에서 순환하고, 일부는 땀과 오줌으로 나간다. 내가 걸을 때마다 이 물은 내 몸속에서 출렁인다. 나는 걸어 다니는 작은 바다다. -71

오늘 우리가 겪는 시간의 권력은 항상 현재에 집중한다. 뤼디거 자프란스키의 [지루하고도 유쾌한 시간의 철학]에 따르면 이 말은 과거를 저장하고 미래를 경영하며 시간 사건들의 촘촘하게 짜인 네트워크를 현재에 씌우는 것을 뜻한다. 지금 이 세기를 사는 이들은 대개 정밀하게 짜인 시간 계획의 통제 아래 놓인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 74

지구 자기장으로 방향을 가늠하며 날아가는 철새들과 국경을 넘어 떠도는 배낭여행자들은 한군데 정주하지 않고 떠돌며 산다는 점에서 닮았다. 세계를 떠도는 것은 호모 노마드다. / 중요한 것은 자유로운 삶을 구하고 그에 따라 사는 것이다 결국 많은 것은 작은 것이요, 작은 게 큰 것이다. 가진 게 많을 때 덜 자유롭고 가진 게 적을 때 잃을 것도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75

그 찰나 뒤늦게 이 밤이 내가 겪은 이전의 어떤 밤과 다르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놀라워라, 인류는 항상 모든 밤을 단 하나의 밤으로 겪어내는 것이다. -83

영원한 회귀가 가장 무거운 짐이라면, 이를 배경으로 거느린 우리 삶은 찬란한 가벼움 속에서 그 자태를 드러낸다. -89

나쁜 것은 실패가 아니라 실패의 두려움 때문에 아무 시도도 하지 않고 주저앉는 것이다. 시도했으니까 실패한다. 시도가 없었다면 실패도 없다. 실패에 자책하지 마라. 무엇인가를 시도하고 실패한 경험이 훗날 성공의 밑거름이 된다. / 살아 있다면 계속 움직이고 시도하고 또 시도하라 -149

실패했다고 주저앉는 사람은 태양을 잃었다고 우는 어리석은 사람이다. 그가 어리석은 것은 우리가 태양을 잃는 일은 일어날 수 없는 불가능한 일인 까닭이다. 인도 시인 라빈드라나드 타고르는 태양을 잃었다고 울지 마라, 눈물이 앞을 가려 별을 볼 수 없게 된다라고 했다. 태양이 하늘의 유일한 별은 아니다. 태양이 진 뒤 어둠 속에 별들 수천억 개가 떠오른다. 별들은 떠올라 영롱한 빛을 반짝이는데, 이는 실패 뒤에 무수히 많은 가능성들이 반짝이는 것과 같다. 실패에서 더 많은 것을 배워라. 아직 목적지에 닿지 못했다고 투덜대지 마라. 저 멀리 보이는 목적지에서 눈을 떼지 말고 바라보면서 계속 걸어가라. -150


삶이 원하는 대로 살아지는 것은 아니지만, 시간은 미정형의 것에게 형태를 부여하고, 추상의 것들을 형태로 바꾸어 고정한다. 우리는 시간을 살아내며 무엇인가가 되는 것이다. -194


현재란 과거를 소비하며 동시에 미래를 빌려다 쓰며 빚어낸 시간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마다 차이가 있지만 오늘의 삶이란 일정 정도의 과거를 머금고 있으며, 미래를 끌어다 쓰고 있는 것이다. 현재가 과거를 머금는 두 가지 방식은 망각과 집착이다. 망각된 것은 소진된 기억의 시간이고, 집착은 소진되지 않은 채 나를 과거에 매어두는 시간이다. 현재가 미래를 끌어다 쓰는 유력한 방식은 희망과 상상이다. 우리는 망각을 딛고 상상하며 미래로 나아간다. 혹은 많은 것들을 망각 속에 묻으며 희망을 품고 오늘의 역경을 견디는 것이다. -197

새 계절은 를 돌아보고 사는 방식과 일상을 성찰하기에, 삶을 지탱하는 중요한 가치와 그렇지 않은 것을 분별하고 질서를 만들기에 맞춤하다. -210

풍경이라는 책을 탐독하는 것은 걷는 자의 권리이다. 풍경은 시간대에 따라 시시가각으로 빛의 양에 따라 모양이 달라진다. 햇빛, 바람, 석양, 땅거미, 어둠이 걷는 자를 감싸고 동행하는데, 이때 시간은 멈추거나 유예된다. 시간은 걷고 있는 지금 이 찰나에 멈춰져서 움직이지 않는다. -232


나답게 사는 것이야말로 자기에게 맞는 옷을 입은 듯 자연스럽다. 자신이 만든 도구에 속박되어 도구의 도구로 살지 않고 제 삶의 주인으로 살아가는 게 중요하다. -284

당신, 울 일이 있을 때 조금만 덜 울고, 웃을 일이 있을 땐 조금 더 크게 웃어주세요. 당신은 웃는 모습이 예쁘니까요. 나는 날마다 청송 사과 하나씩을 깨물어 먹고, 만 보씩을 걸으며, 어떻게 살아야 세상에 작게나마 보탬이 되는 사람이 되는가를 궁구하며 살겠어요. 잘 있어요, 당신. -293



사유란 무엇인가에 대하여 알 수 있는 책.
글의 모든 제목이 '~~에 대하여'로 형성되어있다.

사소한 단어나 존재들을
그렇게 깊이 생각해본 적이 없는 나에게,
'가만히 혼자 웃고 싶은 오후'는
나의 사유가 얼마나 얕은지,
사유란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한 번으로 부족하다.
여러 번 읽어보며 깨달아야겠다.

좋은 글귀와 배울 점이 너무 많아
포스트잇, 인덱스 천국이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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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의 존재 (블랙에디션)
이석원 지음 / 달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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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한다. 나는 너를 사랑한다.

나는 너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려 노력할 것이다. -241

억만 겹의 사랑을 담아, 너에게.
- 380 <Au Revoir >

사랑과 열정은 한 몸이 아니었다. 열정이 식는다고 사랑도 사라져버리는 것은 아니었다. 만난 지 오 년 십 년 된 사이에 무슨 설렘이 있고 어떤 긴장이 있겠는가.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함없이 사랑을 이어가는 사람들이 있다. -17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 배우들의 삶이 보기에 산뜻하고 간편해 보이는 이유는 바로 이러한 과정의 추함과 번거로움이 생략되어 있기 때문이다. -29


내 집에 배어 있는 나로 인해 오랫동안 묵혀진 몸 냄새도 내 코에는 감지되지 않으니 나로선 불쾌할 일이 없고, 어느 구석 혹여 더러운 곳이 있다 한들 내가 쓰는 공간이고 물건이므로 별 상관없다. -31

 

집에서 누리는 행동의 자유란 사생활의 극치라 할 수 있다. 결혼이란 엄청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32

 

사생활의 안전하고도 확실한 보장은 마음의 평화와 긴밀한 관련이 있다. 사실은 그 어떤 것보다도 우선적으로 배려되어야 할 중요한 가치이다.

완벽한 비공개의 자유란 얼마나 갖기 어렵고 소중한지 공감할 것이다. 일탈이란, 아무도 모르는 머나먼 타지에서 행해지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는 나의 집, 아무도 들여다볼 수 없는 곳에서 언제든 가능한 것이다. -35


다만 난 꿈이라는 게 누구에게나 쉽게 주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내가 알기로는 꿈이 없어서 고민하고, 꿈을 찾으러 애쓰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다. -37


산책은 풍경이 필요하다. 산책에 길이 필요한 것은, 길이란 풍경을 동반하기 마련이고 좋은 길은 좋은 산책을 가능하게 하기 때문이다. -45


우리 인생이 저 위에서 보면 결국 이런 것일 거야. 이렇게 작고, 단지 여러 개체 중 하나일 뿐인 아무것도 아닌 삶. -76


두려움이 너무 앞서버리면 지금 이 순간조차도 온전히 누릴 수 없게 된다는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 -80


그러나 종말과 상처에 대한 이 모든 확실하고 불안하며 어두운 전망에도 불구하고 사랑은 아랑곳없이 피어납니다. 씨앗이 바람을 타고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곳 어디라도 날아가 생존이 불가능해 보이는 암벽 틈이나 낭떠러지 위에서까지 얼마든지 꽃을 피우듯, 사랑은 그렇게 어디서든 피어납니다. 원하든 원치 않든 일단 시작되고 나면 누구든 바로 모든 사랑의 단계 중에서 가장 황홀하고 아름다운 처음의 순간을 피할 수는 없게 되죠. -82


그러나 그 불공평함이 결국 모두에게 적용되는 것을 보면, 게임의 승부는 누가 하루라도 더 빨리 자신에게 주어진 것들을 긍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가에 달려 있는지도 모릅니다. – 99


누군가를 있는 그대로 존중한다는 것은 그만큼 어려운 일이다. 사람은 자신의 필요에 의해서, 자신의 입장과 시각으로 타인을 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존재의 본질이란 어쩌면 타인에 의해 인식되는 것외에 다른 답이 없을지도 모른다. -110


말이란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기억될 뿐이다. 나를 황홀하게 했던 수많은 말들은 언제나 내 귀에 들려온 순간 사라져버렸다. 말이란 이처럼 존재와 동시에 소멸해버리기에 그토록 부질없고 애틋한 것인지도 모른다. -144


누구나 자신에 대한 기대라는 것이 있고 그것이 실제로 오르기 어려운 산이라는 것을 깨닫기까지는 어느 정도의 세월이 필요하다. 그 깨달음을 스물다섯에 얻는다면 그건 바보 같은 일일 것이고, 서른이라 한들 속단이긴 마찬가지다. 그러나 마흔 언저리쯤 되면 반드시 포기하고 받아들여야 할 때가 온다. 그때가 되면 마지막 몸부림도 쳐보고 온몸으로 거부도 해보지만 결국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은 나 자신에 대한 거부할 수 없는 확인이다. 자신을 안다는 것. 그 잔인한 일 말이다.
-189 <어느 보통의 존재>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려면 타인이란 존재는 절대적입니다. 나의 말을 들어주는 사람이 있을 때라야 비로소 말이 될 수 있고, 나의 행동과 내가 빚어내는 모든 결과물들은 지켜봐 주는 사람이 있을 때 비로소 의미라는 것을 가질 수 있게 됩니다. -218


로망이란 어쩌면 단지 꿈꾸는 단계에서만 아름답고 행복할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토록 바라던 많은 것들이 실제로 내 것이 되었을 때, 상상하던 만큼의 감흥을 얻었던 적은 많지 않았으니까. 그러니 중요한 건 이루어낸 로망보다는 아직 이루지 못한 로망이 얼마나 남아 있는가,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꿈을 품게 될 것이가 하는 점일 것이다. -268


같은 언어를 쓰지만 표현은 서로 다른 우리는 이토록 개별적인 존재들. -개별성, 285


도대체 사랑은 몇 번째 순위일까. 누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사랑이라 했을까. 그래서 사랑은 0순위이다. 때로는 그 어떤 것보다 중요하지만 때로는 아무것도 아닐 수 있는 게 바로 사랑이기 때문에. – 290

 

진정으로 굳은 결속은 대화가 끊기지 않는 사이가 아니라 침묵이 불편하지 않은 사이를 말한다. -296

 

행복 중의 으뜸이 바로 평범한 행복이다. 왜냐하면 삶이, 세상이 우리를 가만 놔두질 않는다. 일상에서 무사히 하루를 보내는 것만한 행복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는 날, 당신의 인생은 안타깝다. -297


그런데 그 생의 의미, 하고 싶은 일, ,,, 이런 거 어떻게 보면 정말 신기루 같애. 그런 거창한 거 없이도 일상의 행복을 누리면서 사는 사람들 얼마든지 많구, 생겼다고 좋아했다가 아니가 싶어서 다시 힘들어하는 사람들도 많은 걸 보면, 확신이라는 걸 갖고 사는 사람들이 정말 몇이나 될까 싶어. 그러니 내가 볼 때 중요한 건 그게 있건 없건 자신이 불행하지 않다고 생각하며 사는 게 가장 중요한 거 같애. 안 그러니? 아무튼 기운 내. 너만 그런 건 아니니까. -321

 

사람이 나이를 먹어간다는 건 하나둘 포기해야 하는 것이 그만큼 늘어남을 뜻하고 결국엔 그렇게 커져가는 빈자리를 감당하고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 바로 어른의 삶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351

사람이 거의 일생 동안 콤플렉스의 지배를 받는 것, 다른 사람들의 평판의 지배를 받는 것, 어떤 종류의 것이든 공포의 지배를 받는다는 것이 끔찍하다. 숨겨도 솔직해도 어쨌든 벗어날 수 없다는 건 더더욱 절망적, 그러나 어쩌면 사람들은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나에 대해 관심이 없는지도 모른다. -361


 


이석원 작가님이 생성하신 <보통의 존재>는 나의 인생 책 중 하나이다.
사람들이 나에게 책 추천을 권할 때면 주저하지 않고 '보통의 존재'를 추천한다.

작년에 <보통의 존재>라는 책을 읽은 후, 이석원 작가님이 궁금해져서,  생성하신 다른 책들도 읽었는데, 정말 하나같이 다 마음에 든다. <실내 인간>도 강추다!

색 노란 표지에 '보통의 존재'가 적혀있다.
보통의 존재? 보통의 존재는 무엇인가?
알 것 같으면서도 규정짓지 못하겠다.

블랙 에디션으로 재탄생한 <보통의 존재>.
신기한 건,
블랙으로 보는 느낌은 노랑으로 볼 때와는 또 다른 감성에 빠지게 한다는 것.



<보통의 존재>는 일기 같으면서도 통찰서같고 편지 같기도 하다.
나를 포함한 우리는 평범한 한 사람으로 살아가면서도, 나름대로는 평범하지 않게 살겠다며 열심히 살아간다. 삶을 살아가면서 느끼는 감정들과 상황들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보통의 존재>는 우리의 다름을 공감으로 같게 만든다.

사랑, 슬픔, 실연과 같은 여러 감정들과, 우리의 존재의 이유, 삶을 대하는 태도 등 현실 속에서 우리가 마주치는 것들에 대한 개인적이지만 개인적이지 않은 글.

평범한 '보통의 존재'들이 <보통의 존재>를 읽으며 
위로를 받고, 우리의 삶도 가치 있으며, 살아갈만하다는,  
나를 더 사랑하고 당당하게 살아가자는 힘을 얻길,

보통의 존재를 3번째 읽는데, 읽는 상황마다
문장 하나하나가 다르게 다가온다.

우리의 존재를 응원한다.
우리 존재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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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뭐하자는 인간이지 싶었다
이랑 지음 / 달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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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뭐하자는 인간이지 싶었다> 라는 제목을 읽고 나서 떠올렸던 생각 하나.
넌 대체 뭐하는 인간이길래 그 모양이니?’라는 말.

  보통 이 질문은 난 너를 이해할 수 없다, 네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라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생각하는데, 이 말을 입 밖으로 내뱉는다는 것은, 질문의 대상과 갈등을 조장하면서도 이해해보고자 하는 가능성을 함축한 것이다.

  헌데, <대체 뭐하는 인간이지 싶었다>에서 싶었다라는 단어로 인해, 질문 던지는 대상을 특정 짓지 않음으로써, 인간이기도 하고 이기도 하며 작가이기도 한, 특정인 듯 특정 아닌 특정적인 것이 되어버렸다. 결국 너의 존재와 나의 존재, 작가의 존재, 특정적이면서도 보편적인 인간을 이해해보고자 하는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여기서 우선적으로 인간은 작가 자신을 가리킨다고 생각한다. 자신은 어떠한 인간인지, 자신의 존재와 주변 상황을 탐구하는 질문들과 그에 대한 답들로 흘러가기 때문이다.  책을 읽다 보면 작가가 자신 스스로에 대해 궁금할 법도 한 것이, 작가는 가수이자 작가이며 그림도 그리는 등 한 두 가지가 넘는 다양한 일을 하는 사람이다. 다양한 일 속에서 다양한 나를 만나기에 나 같아도 내가 누군지 궁금하겠다.

  다양한 것을 시도하기에, 그 질문들은 사소하고도 개인적인 것들 에서부터 평소에 우리도 궁금했을 법한 질문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그렇게 질문에 대한 사고의 흐름을 글로써 그려내며 결론에 도달하는 과정을 읽다 보면, 그 결론이 맞는 것 같기도 하고, 그렇다면 내 생각은 어떠한 지 생각하게 되고, 어느새 나도 나의 존재에 대해 물음을 던지며 나를 찾아가고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특히 나에겐, 우리의 일상 속 너무나 당연해서 관심을 주지 않았던 소재들에 대해 의문을 갖고 깊게 들여다본다는 것이 흥미로웠다. ‘베프들, 사람 간의 주고받는 대화, 명칭, 반려묘, 나를 둘러싼 상황등에 대해 ?’라고 의문을 갖는 것 자체가 나는 생각해보지 않았던 주제들이었기에, 또한, 그 질문 속에 나를 삽입해 나와의 연결고리를 발견해내고 나아가 살아가는 것까지 확장시키는 모습이 대단하다고 느껴진다.
 
   생각에 생각을 물고 늘어지는 것, 생각을 가지치기하는 것은 나에게 너무 힘든 과정이다. 이 과정을 작가와 함께 하다 보니 힘들다는 생각보다는 재미있다, 나도 종종 생각의 가지치기를 해볼 수 있겠다라는 마음도 생성된다.

'벌벌' 中
사람들 앞에 나서서 뭔가 하는 것은 모두에게 떨리는 일이구나, 이게 전공자 비전공자의 문제가 아니구나. 그렇다고 심장의 떨림이 멈춰지진 않았지만 이들과 한층 가까워지는 느낌이었다. 우리는 모두 같구나. 친구 앞에서 연기를 하든, 타인 앞에서 연기를 하든. 무대에 오르는 것은 모두에게 떨리는 일이구나. -47


  ‘벌벌은 특히 내가 공감하고 좋아하게 된 부분이다.
사람들 앞에 서는 것, 무대에 서는 것 등 문자 그대로 벌벌떠는 것에 대한 글이기 때문이다.
팀플과 발표가 전부라고도 할 수 있는 경영학과의 학생이라면 발표를 피해갈 수 없기에, 또한 나는 기타 치고 노래 부르는 것을 좋아해 버스킹이나 작은 공연들을 경험해보았기에, 무대에서의 떨림을 너무나도 공감한다.

떨기 싫은데 왜 떠는 건지, 떨어서 내가 보여줄 수 있는 것을 다 보여주지 못할 때, 떨림 호르몬을 분비하는 뇌 녀석한테 너무 분하고 한대 쥐어박고 싶다.
나도 한 때, 그리고 현재도, 무대에 오를 상황이 생성되기 전 며칠 동안은 떨림이 왜 생기는지, 그 원인에 대해 종종 고민하기에, 작가가 써 내려간 떨림에 대한 통찰이 너무나도 이해되고 공감된다.

나는 아마추어이기에 떨려도 괜찮은 거라고 위안 삼기도 했는데, 예술가인 작가도 떨린다고 고백하고 고민하는 부분이 뭔가 나에게 위로가 되었다. 그러면서 무대에 서는 자와 그것을 바라보는 자의 상반된 시선을 서술한 부분은 나에게 떨림에 대한 새로운 답을 제공했다.

나도 무대에 서는 자인 동시에 바라보는 자이며, 상반된 두 시선을 다 갖고 있는데, 왜 항상 무대에 서는 자의 입장에서만 떨림을 고민했을까? ‘
바라보는 자에게 무대에 서는 자의 떨림은 흥미로운 주제가 아니다. ‘내가 얼마나 즐길 수 있는가가 주된 관심사일 뿐. 이렇게 당연하고도 쉽게 도출할 수 있는 것을 왜 나는 생각하지 못했을까?

'벌벌' 中
보는 사람은 무대가 재미있나 없나만 신경썼다. 그것 또한 충격이었다. 떨리는 건 어쩔 수 없다. 사람들 앞에 서는 건 당연히 떨리는 일이다. 다만 무대에 올라서서는 무대에 올라서 할 말한 것을 보여주자. 무대에 서는 것은 남들에게 뭔가를 보여주는 일이다. 뭔가를 보여주는 일을 만들기까지는 많은 시간과 공이 들어간다. -48


  
이뿐만 아니다. ‘벌벌말고도 여러 부분에서 나를 놀라게 한다.
작가는 자신을 왜곡하지 않고 나름 객관적으로 드러낸다. 현재 자신의 감정에 매우 솔직하고 그대로 표현한다. 울고 싶을 땐 미친 듯이 울고, 즐거울 땐 미친 듯이 즐겁고, 현재 자신의 감정에 충실하면서도 그 상황 속 자신의 모습을 묘사하는 데 있어 미화시키려 하지 않는다. 그런 점이 나에게는 신선했다.

보통 누군가에게 나를 드러내거나 소개할 때, 그 방식이 글이던 영상이던, 자신을 좋고, 호감 가는 사람으로 보이고 싶기 마련인데, 그녀는 그렇지 않다.
포장도 없이 훅 자신을 까발리기에 더 끌리게 되는 듯하다


 
  그녀의 인간적인 매력에 반해버리면서도, 그녀를 찾아가는 질문이 나를 찾아가는 질문이 되고, 가벼운 주제들이 무겁게 변했다가, 훅 치고 들어왔다가 나갔다가, 롤러코스터를 탄 듯 하다.

'살고 싶습니다' 中
살아 있다는 것. 그 사실 하나로도 굉장한 일이 아닌가 생각한다. 내가 선택한 것은 아니었지만 태어난 순간 생은 시작되었고, 그후부터는 내가 사는 모습에 따라 삶이 어떤 궤도를 그리기 시작한다.

지금까지는 어떤 모습이었는지 모르겠으나 나의 선택과 취향 그리고 직업과 친구 등 여러 가지 조건들로 삶이 채워져 훗날 뒤돌아보았을 때 어떤 모양의 궤적인지 또렷이 보일지도 모르겠다. -38

 

 

 

'세상에 필요한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中
세상에 필요한 사람이고 싶다. -2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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