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뭐하자는 인간이지 싶었다
이랑 지음 / 달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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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뭐하자는 인간이지 싶었다> 라는 제목을 읽고 나서 떠올렸던 생각 하나.
넌 대체 뭐하는 인간이길래 그 모양이니?’라는 말.

  보통 이 질문은 난 너를 이해할 수 없다, 네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라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생각하는데, 이 말을 입 밖으로 내뱉는다는 것은, 질문의 대상과 갈등을 조장하면서도 이해해보고자 하는 가능성을 함축한 것이다.

  헌데, <대체 뭐하는 인간이지 싶었다>에서 싶었다라는 단어로 인해, 질문 던지는 대상을 특정 짓지 않음으로써, 인간이기도 하고 이기도 하며 작가이기도 한, 특정인 듯 특정 아닌 특정적인 것이 되어버렸다. 결국 너의 존재와 나의 존재, 작가의 존재, 특정적이면서도 보편적인 인간을 이해해보고자 하는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여기서 우선적으로 인간은 작가 자신을 가리킨다고 생각한다. 자신은 어떠한 인간인지, 자신의 존재와 주변 상황을 탐구하는 질문들과 그에 대한 답들로 흘러가기 때문이다.  책을 읽다 보면 작가가 자신 스스로에 대해 궁금할 법도 한 것이, 작가는 가수이자 작가이며 그림도 그리는 등 한 두 가지가 넘는 다양한 일을 하는 사람이다. 다양한 일 속에서 다양한 나를 만나기에 나 같아도 내가 누군지 궁금하겠다.

  다양한 것을 시도하기에, 그 질문들은 사소하고도 개인적인 것들 에서부터 평소에 우리도 궁금했을 법한 질문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그렇게 질문에 대한 사고의 흐름을 글로써 그려내며 결론에 도달하는 과정을 읽다 보면, 그 결론이 맞는 것 같기도 하고, 그렇다면 내 생각은 어떠한 지 생각하게 되고, 어느새 나도 나의 존재에 대해 물음을 던지며 나를 찾아가고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특히 나에겐, 우리의 일상 속 너무나 당연해서 관심을 주지 않았던 소재들에 대해 의문을 갖고 깊게 들여다본다는 것이 흥미로웠다. ‘베프들, 사람 간의 주고받는 대화, 명칭, 반려묘, 나를 둘러싼 상황등에 대해 ?’라고 의문을 갖는 것 자체가 나는 생각해보지 않았던 주제들이었기에, 또한, 그 질문 속에 나를 삽입해 나와의 연결고리를 발견해내고 나아가 살아가는 것까지 확장시키는 모습이 대단하다고 느껴진다.
 
   생각에 생각을 물고 늘어지는 것, 생각을 가지치기하는 것은 나에게 너무 힘든 과정이다. 이 과정을 작가와 함께 하다 보니 힘들다는 생각보다는 재미있다, 나도 종종 생각의 가지치기를 해볼 수 있겠다라는 마음도 생성된다.

'벌벌' 中
사람들 앞에 나서서 뭔가 하는 것은 모두에게 떨리는 일이구나, 이게 전공자 비전공자의 문제가 아니구나. 그렇다고 심장의 떨림이 멈춰지진 않았지만 이들과 한층 가까워지는 느낌이었다. 우리는 모두 같구나. 친구 앞에서 연기를 하든, 타인 앞에서 연기를 하든. 무대에 오르는 것은 모두에게 떨리는 일이구나. -47


  ‘벌벌은 특히 내가 공감하고 좋아하게 된 부분이다.
사람들 앞에 서는 것, 무대에 서는 것 등 문자 그대로 벌벌떠는 것에 대한 글이기 때문이다.
팀플과 발표가 전부라고도 할 수 있는 경영학과의 학생이라면 발표를 피해갈 수 없기에, 또한 나는 기타 치고 노래 부르는 것을 좋아해 버스킹이나 작은 공연들을 경험해보았기에, 무대에서의 떨림을 너무나도 공감한다.

떨기 싫은데 왜 떠는 건지, 떨어서 내가 보여줄 수 있는 것을 다 보여주지 못할 때, 떨림 호르몬을 분비하는 뇌 녀석한테 너무 분하고 한대 쥐어박고 싶다.
나도 한 때, 그리고 현재도, 무대에 오를 상황이 생성되기 전 며칠 동안은 떨림이 왜 생기는지, 그 원인에 대해 종종 고민하기에, 작가가 써 내려간 떨림에 대한 통찰이 너무나도 이해되고 공감된다.

나는 아마추어이기에 떨려도 괜찮은 거라고 위안 삼기도 했는데, 예술가인 작가도 떨린다고 고백하고 고민하는 부분이 뭔가 나에게 위로가 되었다. 그러면서 무대에 서는 자와 그것을 바라보는 자의 상반된 시선을 서술한 부분은 나에게 떨림에 대한 새로운 답을 제공했다.

나도 무대에 서는 자인 동시에 바라보는 자이며, 상반된 두 시선을 다 갖고 있는데, 왜 항상 무대에 서는 자의 입장에서만 떨림을 고민했을까? ‘
바라보는 자에게 무대에 서는 자의 떨림은 흥미로운 주제가 아니다. ‘내가 얼마나 즐길 수 있는가가 주된 관심사일 뿐. 이렇게 당연하고도 쉽게 도출할 수 있는 것을 왜 나는 생각하지 못했을까?

'벌벌' 中
보는 사람은 무대가 재미있나 없나만 신경썼다. 그것 또한 충격이었다. 떨리는 건 어쩔 수 없다. 사람들 앞에 서는 건 당연히 떨리는 일이다. 다만 무대에 올라서서는 무대에 올라서 할 말한 것을 보여주자. 무대에 서는 것은 남들에게 뭔가를 보여주는 일이다. 뭔가를 보여주는 일을 만들기까지는 많은 시간과 공이 들어간다. -48


  
이뿐만 아니다. ‘벌벌말고도 여러 부분에서 나를 놀라게 한다.
작가는 자신을 왜곡하지 않고 나름 객관적으로 드러낸다. 현재 자신의 감정에 매우 솔직하고 그대로 표현한다. 울고 싶을 땐 미친 듯이 울고, 즐거울 땐 미친 듯이 즐겁고, 현재 자신의 감정에 충실하면서도 그 상황 속 자신의 모습을 묘사하는 데 있어 미화시키려 하지 않는다. 그런 점이 나에게는 신선했다.

보통 누군가에게 나를 드러내거나 소개할 때, 그 방식이 글이던 영상이던, 자신을 좋고, 호감 가는 사람으로 보이고 싶기 마련인데, 그녀는 그렇지 않다.
포장도 없이 훅 자신을 까발리기에 더 끌리게 되는 듯하다


 
  그녀의 인간적인 매력에 반해버리면서도, 그녀를 찾아가는 질문이 나를 찾아가는 질문이 되고, 가벼운 주제들이 무겁게 변했다가, 훅 치고 들어왔다가 나갔다가, 롤러코스터를 탄 듯 하다.

'살고 싶습니다' 中
살아 있다는 것. 그 사실 하나로도 굉장한 일이 아닌가 생각한다. 내가 선택한 것은 아니었지만 태어난 순간 생은 시작되었고, 그후부터는 내가 사는 모습에 따라 삶이 어떤 궤도를 그리기 시작한다.

지금까지는 어떤 모습이었는지 모르겠으나 나의 선택과 취향 그리고 직업과 친구 등 여러 가지 조건들로 삶이 채워져 훗날 뒤돌아보았을 때 어떤 모양의 궤적인지 또렷이 보일지도 모르겠다. -38

 

 

 

'세상에 필요한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中
세상에 필요한 사람이고 싶다. -2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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