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의 존재 (블랙에디션)
이석원 지음 / 달 / 2009년 10월
평점 :
품절


사랑한다. 나는 너를 사랑한다.

나는 너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려 노력할 것이다. -241

억만 겹의 사랑을 담아, 너에게.
- 380 <Au Revoir >

사랑과 열정은 한 몸이 아니었다. 열정이 식는다고 사랑도 사라져버리는 것은 아니었다. 만난 지 오 년 십 년 된 사이에 무슨 설렘이 있고 어떤 긴장이 있겠는가.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함없이 사랑을 이어가는 사람들이 있다. -17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 배우들의 삶이 보기에 산뜻하고 간편해 보이는 이유는 바로 이러한 과정의 추함과 번거로움이 생략되어 있기 때문이다. -29


내 집에 배어 있는 나로 인해 오랫동안 묵혀진 몸 냄새도 내 코에는 감지되지 않으니 나로선 불쾌할 일이 없고, 어느 구석 혹여 더러운 곳이 있다 한들 내가 쓰는 공간이고 물건이므로 별 상관없다. -31

 

집에서 누리는 행동의 자유란 사생활의 극치라 할 수 있다. 결혼이란 엄청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32

 

사생활의 안전하고도 확실한 보장은 마음의 평화와 긴밀한 관련이 있다. 사실은 그 어떤 것보다도 우선적으로 배려되어야 할 중요한 가치이다.

완벽한 비공개의 자유란 얼마나 갖기 어렵고 소중한지 공감할 것이다. 일탈이란, 아무도 모르는 머나먼 타지에서 행해지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는 나의 집, 아무도 들여다볼 수 없는 곳에서 언제든 가능한 것이다. -35


다만 난 꿈이라는 게 누구에게나 쉽게 주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내가 알기로는 꿈이 없어서 고민하고, 꿈을 찾으러 애쓰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다. -37


산책은 풍경이 필요하다. 산책에 길이 필요한 것은, 길이란 풍경을 동반하기 마련이고 좋은 길은 좋은 산책을 가능하게 하기 때문이다. -45


우리 인생이 저 위에서 보면 결국 이런 것일 거야. 이렇게 작고, 단지 여러 개체 중 하나일 뿐인 아무것도 아닌 삶. -76


두려움이 너무 앞서버리면 지금 이 순간조차도 온전히 누릴 수 없게 된다는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 -80


그러나 종말과 상처에 대한 이 모든 확실하고 불안하며 어두운 전망에도 불구하고 사랑은 아랑곳없이 피어납니다. 씨앗이 바람을 타고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곳 어디라도 날아가 생존이 불가능해 보이는 암벽 틈이나 낭떠러지 위에서까지 얼마든지 꽃을 피우듯, 사랑은 그렇게 어디서든 피어납니다. 원하든 원치 않든 일단 시작되고 나면 누구든 바로 모든 사랑의 단계 중에서 가장 황홀하고 아름다운 처음의 순간을 피할 수는 없게 되죠. -82


그러나 그 불공평함이 결국 모두에게 적용되는 것을 보면, 게임의 승부는 누가 하루라도 더 빨리 자신에게 주어진 것들을 긍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가에 달려 있는지도 모릅니다. – 99


누군가를 있는 그대로 존중한다는 것은 그만큼 어려운 일이다. 사람은 자신의 필요에 의해서, 자신의 입장과 시각으로 타인을 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존재의 본질이란 어쩌면 타인에 의해 인식되는 것외에 다른 답이 없을지도 모른다. -110


말이란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기억될 뿐이다. 나를 황홀하게 했던 수많은 말들은 언제나 내 귀에 들려온 순간 사라져버렸다. 말이란 이처럼 존재와 동시에 소멸해버리기에 그토록 부질없고 애틋한 것인지도 모른다. -144


누구나 자신에 대한 기대라는 것이 있고 그것이 실제로 오르기 어려운 산이라는 것을 깨닫기까지는 어느 정도의 세월이 필요하다. 그 깨달음을 스물다섯에 얻는다면 그건 바보 같은 일일 것이고, 서른이라 한들 속단이긴 마찬가지다. 그러나 마흔 언저리쯤 되면 반드시 포기하고 받아들여야 할 때가 온다. 그때가 되면 마지막 몸부림도 쳐보고 온몸으로 거부도 해보지만 결국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은 나 자신에 대한 거부할 수 없는 확인이다. 자신을 안다는 것. 그 잔인한 일 말이다.
-189 <어느 보통의 존재>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려면 타인이란 존재는 절대적입니다. 나의 말을 들어주는 사람이 있을 때라야 비로소 말이 될 수 있고, 나의 행동과 내가 빚어내는 모든 결과물들은 지켜봐 주는 사람이 있을 때 비로소 의미라는 것을 가질 수 있게 됩니다. -218


로망이란 어쩌면 단지 꿈꾸는 단계에서만 아름답고 행복할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토록 바라던 많은 것들이 실제로 내 것이 되었을 때, 상상하던 만큼의 감흥을 얻었던 적은 많지 않았으니까. 그러니 중요한 건 이루어낸 로망보다는 아직 이루지 못한 로망이 얼마나 남아 있는가,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꿈을 품게 될 것이가 하는 점일 것이다. -268


같은 언어를 쓰지만 표현은 서로 다른 우리는 이토록 개별적인 존재들. -개별성, 285


도대체 사랑은 몇 번째 순위일까. 누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사랑이라 했을까. 그래서 사랑은 0순위이다. 때로는 그 어떤 것보다 중요하지만 때로는 아무것도 아닐 수 있는 게 바로 사랑이기 때문에. – 290

 

진정으로 굳은 결속은 대화가 끊기지 않는 사이가 아니라 침묵이 불편하지 않은 사이를 말한다. -296

 

행복 중의 으뜸이 바로 평범한 행복이다. 왜냐하면 삶이, 세상이 우리를 가만 놔두질 않는다. 일상에서 무사히 하루를 보내는 것만한 행복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는 날, 당신의 인생은 안타깝다. -297


그런데 그 생의 의미, 하고 싶은 일, ,,, 이런 거 어떻게 보면 정말 신기루 같애. 그런 거창한 거 없이도 일상의 행복을 누리면서 사는 사람들 얼마든지 많구, 생겼다고 좋아했다가 아니가 싶어서 다시 힘들어하는 사람들도 많은 걸 보면, 확신이라는 걸 갖고 사는 사람들이 정말 몇이나 될까 싶어. 그러니 내가 볼 때 중요한 건 그게 있건 없건 자신이 불행하지 않다고 생각하며 사는 게 가장 중요한 거 같애. 안 그러니? 아무튼 기운 내. 너만 그런 건 아니니까. -321

 

사람이 나이를 먹어간다는 건 하나둘 포기해야 하는 것이 그만큼 늘어남을 뜻하고 결국엔 그렇게 커져가는 빈자리를 감당하고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 바로 어른의 삶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351

사람이 거의 일생 동안 콤플렉스의 지배를 받는 것, 다른 사람들의 평판의 지배를 받는 것, 어떤 종류의 것이든 공포의 지배를 받는다는 것이 끔찍하다. 숨겨도 솔직해도 어쨌든 벗어날 수 없다는 건 더더욱 절망적, 그러나 어쩌면 사람들은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나에 대해 관심이 없는지도 모른다. -361


 


이석원 작가님이 생성하신 <보통의 존재>는 나의 인생 책 중 하나이다.
사람들이 나에게 책 추천을 권할 때면 주저하지 않고 '보통의 존재'를 추천한다.

작년에 <보통의 존재>라는 책을 읽은 후, 이석원 작가님이 궁금해져서,  생성하신 다른 책들도 읽었는데, 정말 하나같이 다 마음에 든다. <실내 인간>도 강추다!

색 노란 표지에 '보통의 존재'가 적혀있다.
보통의 존재? 보통의 존재는 무엇인가?
알 것 같으면서도 규정짓지 못하겠다.

블랙 에디션으로 재탄생한 <보통의 존재>.
신기한 건,
블랙으로 보는 느낌은 노랑으로 볼 때와는 또 다른 감성에 빠지게 한다는 것.



<보통의 존재>는 일기 같으면서도 통찰서같고 편지 같기도 하다.
나를 포함한 우리는 평범한 한 사람으로 살아가면서도, 나름대로는 평범하지 않게 살겠다며 열심히 살아간다. 삶을 살아가면서 느끼는 감정들과 상황들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보통의 존재>는 우리의 다름을 공감으로 같게 만든다.

사랑, 슬픔, 실연과 같은 여러 감정들과, 우리의 존재의 이유, 삶을 대하는 태도 등 현실 속에서 우리가 마주치는 것들에 대한 개인적이지만 개인적이지 않은 글.

평범한 '보통의 존재'들이 <보통의 존재>를 읽으며 
위로를 받고, 우리의 삶도 가치 있으며, 살아갈만하다는,  
나를 더 사랑하고 당당하게 살아가자는 힘을 얻길,

보통의 존재를 3번째 읽는데, 읽는 상황마다
문장 하나하나가 다르게 다가온다.

우리의 존재를 응원한다.
우리 존재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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