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수아 지음 / 문학동네 / 2006년 1월
구판절판


냄새도 소리도 통증도 흔적도 갖지 않는 그 공격은 전혀 예상할 수도 없는데다가 매우 압도적이고 영향은 치명적이어서 거주자 중의 한 사람이 겨울 내내 하루 종일 창 밖을 내려다보고 서 있다가 그 자리에서 병에 걸렸다 해도 조금도 이상할 것이 없다. 게다가 내려다보이는 거리는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언제나, 말 그대로, 텅 비어 있는 것이다. 거리에 내린 폭설이 아무도 밟지 않은 채로 그대로 녹아가는 경우란 흔한 일이었다. 세 개나 혹은 네 개의 차량으로 이루어진 전차와 자동차들만이 신호등에 따라 규칙적으로 이곳을 지나다니고 있다. 상점이나 쇼핑센터도 아무것도 없으므로 해가 진 다음에는 불빛 하나 켜지지 않은 채 모든 것이 갑자기 매우 빠른 속도로 어두워진다. 단지 거리 모서리 저편에 있는 대형 세차장의 노란 불빛과 매주 광고판만이 이곳이 완전히 철거된 유령구역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줄 뿐이다.-133-134쪽

지금도 여전히 나에게 올가는 소중한 존재이지만, 그것은 11월의 달빛이나 1982년의 의자처럼 거리를 두고 멀리 있을 뿐이다.-16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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