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부모는 누구였을까. 지금은 그들과 함께했던 일상들이 모래 속의 금빛 은빛 싸라기 조각들처럼 기억 속에 흩어져서 반짝이고 있다. 모습은 어느 장면 하나 또렷하지 않고 희미하다. 회색 시멘트 담과 언제나 언덕처럼 곳곳에 쌓여 있던 석탄더미들.
기관차의 화물차량 뒤를 쥐새끼처럼 쫓아가며 땔감 코크스를 줍던 아이들, 국방색 작업복에 똑같이 하얀 칼라를 내놓은 차림의방직공장 처녀들, 검은 무명팬티만 입고 벌거벗은 채 뛰어다니며 쌍소리를 하던 영단주택 노동자의 아이들, 공장 폐수가 끊임 없이 흘러가던 학교 가는 길, 죽은 쥐, 버려진 제웅, 그리고 실직한 노동자들이 몰려 살던 부서진 화물차들, 그 양지 쪽에서 해바라기하던 아이들, 미군부대의 철조망이 가로막은 여의도 일대의쓰레기 더미, 틈틈이 잡초가 보이고 녹슨 깡통 사이로 피어나던오랑캐꽃과 민들레 자운영 냉이꽃 같은 작은 풀꽃들, 이런 것들 이 영등포에서의 내 어린 날의 기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