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웰컴 투 지구별 ㅣ 웰컴 투 지구별
로버트 슈워츠 지음, 황근하 옮김 / 샨티 / 2008년 6월
평점 :
지난 달처럼 다함께 십자가를 향해 백팔배를 올리고, 독서모임을 시작했다.
지난 달에는 머리를 땅에 대라는 걸 못 알아듣고 숙이기만 했는데, 이번에 바람선생님께서 다시 알려주시는 대로 했다. 정수리를 땅에 붙이고 절을 했더니, 머리가 땅에 더 깊숙이 꼬꾸라져 내 자아를 완전히 내려놓고 하느님을 경배하는 느낌이 들었다.
백팔배를 할때, (흔히 바램기도를 하기 쉬운데) 바람선생님은 주기도문에 맞춰 순서대로, "죄에서 사하여 주십시오", "시험에 빠지지 말게 하십시오", "다만 악에서 구하여 주십시오", "나라와 권세와 영광이 하느님께 영원히 있사옵니다" 기도를 각각 27번씩하라고 일러주셨다. 무엇무엇을 바라는 게 아니라, 본래 깨끗하였던 영혼의 거울에 불만과 탁한기운으로 생긴 먼지를 닦아내는 기도를 할 뿐이라고 강조하셨다.
둘러앉아, 00님 진행으로 <웰컴투 지구별>(로버트 슈워츠지음/황근하역,샨티) 소감을 나눴다. 반응이 다르게 나눠졌다, "화가 난다는 측"과 "적절한 시기에 접해서 도움이 돼서 감사하다"는 측으로. 저자의 진의보다는 자신의 상황에 따라 책읽기에 대한 소감이 확연히 달라져, 이 책에 반응하는 자신을 되돌아 볼 필요가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우리에게 다가오는 시련이 배움의 목적이 있음을 인정한다하더라도, 부조리와 불합리 가득한 세상을 합리화하고 현실을 체념하라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지 모른다는 점에서 저항이 터져 나왔다.
반면, 저자의 진의에 다가가서 보자. 영혼의 성장을 위해 지구별에 태어난 것은 축복이며, 대단히 용기있는 일이다. 이런 맥락에서, 책 주인공들의 사례들을 통해, 오히려 시련을 극복할 수 있도록 더 큰 '영혼의 나'가 있다는 게 얼마나 희망적인가!
이것과 관련지어 힌두교의 창조신화에서를 언급할 수 있겠다. 창조신화에서는 가장 '재미있는 게임'으로 인간의 목적을 비유하고 있다. 신이 인간을 만들때, 인간이 하느님을 닮은 최초의 자신의 형상과 지어짐의 목적을 까맣게 잊어버리게 하고, 세상에서 시련과 고통속에 살아가면서 뉘우치고 깨닫도록 설정해뒀다는 것이다.
시련 가운데서도 우리가 축복과 환희를 느낄 수 있는 역설은, 오로지 하느님과 영적소통하는 가운데 있을 때이다. 시련으로 흔들리면서도, 끊임없이 고요한 자기를 지켜가는게 우리가 배울 과제(lesson)이다.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불구하고, 매순간 결단하고, 그 속에서 고요하게 자신을 지켜라"이다.
늘 앞날이 어떻게 될지 몰라 엄청난 두려움과 불안감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매순간 결단하고, 고요하게 자신을 지켜가라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두 가지가 방법이 필요한 것 같다.
'매순간 결단하여 움직이고 행동하거나, 분노 등 갖 가지 감정을 완전히 표출해라',
아니면, (그것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이전에 미쳐 옮기지 못했던 행동과 품었던 생각을 멈추고, 영원히 잊어 버려라".
사람들이 고통과 좌절속에 계속 머무르며 앞으로 나가지 못하는 이유는, 이전에 품었던 기대와 바램때문이다. 직면한 상황에 대해 기대와 집착(또는 미련)를 갖고 있기 때문에, 분노의 감정이 생기는 것이다.
고 김수환추기경께서 생전 인터뷰에서 했던 말씀 한 대목이 오늘 다룬 책과 관련이 있겠다.
"내가 무엇이 되든 괜찮다. 다 하느님께 맡겨라"
받아들임과 내맡김을 통해서 고요와 평정을 유지하는 삶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