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떠보니 선진국 - 앞으로 나아갈 대한민국을 위한 제언
박태웅 지음 / 한빛비즈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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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포함한 원문보기: https://blog.naver.com/gmlight/222474404881




일본 도쿄 올림픽이 진행되는 동안 부정적인 뉴스가 쏟아졌다. SNS에서는 지난 평창동계올림픽과 비교하는 글(당시 외국 선수들의 식사 관련 불평이 한 건도 접수되지 않았다거나, 부대시설 관련해 만족도가 매우 높았다는 등)도 심심찮게 등장했는데, 이런 비교가 가능했던 건 나는 굶어도 손님은 제대로 대접해야 속 편한 우리 민족성 덕분이지 않나 싶다.


중국산 김치 영상이 화제가 된 후로 식당에 갈 때마다 김치 원산지부터 확인하게 된다. 하지만 국내에서도 무를 세척하던 솔로 발을 문지르고 다시 무를 닦는 영상이 공개되었고, 절대 우리나라가 아닐 거라는(아니어야 한다는!) 바람이 무색하게 서울에 있는 식당으로 밝혀졌다. 아뿔싸! 중국 욕할 거 하나 없다던 냉소적인 댓글들이 기억에 남는다.


경제개발이 앞선 나라를 의미하는 선진국. 대한민국은 과연 진정한 선진국이 된 것일까?


진정한 선진국이 되기 위한 변화를 제언하는 <눈 떠보니 선진국>을 만나보았다. 이 책은 IT 전문가이자 한빛미디어 이사회 의장인 박태웅 님의 저서로, GDP 세계 9위이자 BTS와 봉준호 감독, 윤여정 배우, K 방역 등을 통해 세계적 위상이 높아진 대한민국이 진정한 선진국으로 나아가려면 어떤 변화가 필요한지 짚어준다.



제1부 선진국의 조건

제2부 고장 난 한국 사회

제3부 AI의 시대



1~2장을 통해서는 눈 떠보니 선진국이 되어버린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3부에서는 AI 인공지능이 미칠 영향과 위험, 대처 방법 등을 이야기한다. 사회문제에서부터 IT에 이르기까지 사회와 경제, 시스템을 위한 다양한 주제를 논한다.




많이 떼먹을수록 상을 준다 - 화이트칼라 범죄

사람을 죽이는 편이 싸다 - 산업안전법

강남 땅값은 왜 오르기만 할까 - 온 동네가 역세권

노력하면 벌을 내린다 - 임대차보호법

출산율이 떨어진다고? - 성형수술을 하라니까

공시족들은 왜 이렇게 많은가 - 부실한 사회 안전판

선정적인 기사를 내놓아야 한다 - 포털의 보상, 클릭 수에 따라 돈을 매긴다

- 고장난 한국사회 中



<노동4.0> 백서를 내놓기 이전 <산업 4.0>이라는 녹서를 통해 전 독일 사회의 토론과 의견 개진을 요청한 독일의 사례, 무턱대고 '어떻게 할까'를 고민하기 전에 '무엇'과 '왜'를 물어야 한다는 것, 신뢰자본을 위해 사전규제는 풀어주되 징벌의 강도를 높여야 한다고 제언하는 등 사회 전반적인 문제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고장난 한국사회를 돌아보거나, IT 전문가의 시선으로 바라본 정책의 부조리함도 인상적이었는데, 숫자로 된 자료들을 PDF로 처리할 것이 아니라, 구조화된 형태(분석가능한 데이터)로 공개하게 된다면 다양한 분석과 개선방안을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는 데이터처리 방식에 대한 제언이 기억에 남는다.


AI 시대의 교육에 대해서는 한국 교육의 치명적인 3가지 결핍으로 기본, 움직임, 근거가 없다고 이야기한다. AI 교육을 위해서는 관성적으로 이어온 방식이 아닌 구체적인 근거를 가지고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좋은 야구선수로 키우기 위해서는 어려서부터 변화구를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기본적 운동능력인 근력 등을 키워줘야 하는 것처럼, 컴퓨팅적 사고력, 책 읽는 습관, 주의 깊게 관찰하고 커뮤니케이션을 잘할 수 있게 하고, 뇌가 자랄 수 있도록 마음껏 뛰어놀고 즐길 수 있는 운동을 갖게 해야 한다는 조언은 부모라면 더욱 새겨두어야 할 내용이라 생각된다.



아인슈타인은 이렇게 말했다.

"나에게 세상을 구할 수 있는

단 한 시간이 주어진다면,

55분은 문제를 정의하는 것에 사용하고

나머지 5분은 그 문제를 푸는 데 쓸 것이다."

해답보다 질문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을 때

우리는 선진국이 될 수 있다. 

- 정의定義하는 사회 中에서



다양한 주제를 다루는 것에 비해 글밥이 많지 않고, 깊이 생각해 보게 되는 책이었다. 머리말에서 "그럼에도 이 책을 내는 것은, 내가 던진 질문이 대단히 훌륭한 답과 함께 돌아올 것을 믿기 때문이다"라고 이야기하고, 첫 단락에서 독일의 사례(백서를 내기전 녹서를 먼저 내놓고 2년 동안 독일 사회의 토론과 의견 개진을 거처 백서를 발간한 예)를 언급한 것을 떠올리게 된다. 보통 이런 주제의 책을 읽을 때면 주장하는 느낌이 너무 강해서 거부감이 드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이 책은 저자가 무언가 정의 내리고 가르치려는 의도가 아닌, 자신의 의견을 제언하여 함께 생각하고, 더 나은 해법이 제시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느껴져 좀 더 편한 마음으로 읽을 수 있었다. 물론 장관,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 형태의 글은 사뭇 당황스럽기는 했지만!


​시사, 사회학에 관심이 많은 분들 외에도 현시대를 살아가는(특히 부모인) 사람으로 현재를 돌아보고, 생각의 폭을 넓힐 수 있는 책이라 생각된다. 대선을 앞둔 시점이니만큼 우리나라가 안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들을 한 번 더 생각해 보고, 대선 주자들의 공략을 살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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