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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 먼저 살려야 할까? - 깐깐한 의사 제이콥의 슬기로운 의학윤리 상담소
제이콥 M. 애펠 지음, 김정아 옮김, 김준혁 감수 / 한빛비즈 / 2021년 2월
평점 :
사진을 포함한 원문보기: https://blog.naver.com/gmlight/222280271889
신장 기증을 받아야 하는 프레드를 위해 외동딸 린다가 기증자 적합성 검사를 받았다. 하지만 유전자 검사 결과 외동딸인 린다가 프레드의 친딸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면? 이미 오래전 세상을 떠난 프레드의 아내가 외도를 통해 낳은 것으로 추측된다. 의료진은 이 사실을 프레드에게 알려야 할까?
미국의 의학박사이자 생명윤리학자인 제이콥 M. 애펠(Jacob M. Appel)의 저서인<누구 먼저 살려야 할까?>. 제이콥은 정신과 의사, 생명윤리학자 외에도 로스쿨을 졸업한 변호사이자 소설과 시를 쓰는 작가이기도 하다. 이러한 경험과 활동을 통해 탐구해 온 의학윤리 문제 중 해답을 정의하기 힘든 79개의 딜레마를 이 책에 담았다.
1부. 현장의 의사들이 고민하는 문제들
2부. 개인과 공공 사이의 문제들
3부. 현대의학이 마주한 문제들
4부. 수술과 관련한 문제들
5부. 임신·출산에 얽힌 문제들
6부. 죽음을 둘러싼 문제들
이 책은 각각 제시된 주제의 배경, 과정에서 선택한 결정, 또 다른 사례와 반대되는 의견까지 두루 담고 있다. 수많은 선택지 중 옳은 결정은 무엇이며, 내게 닥친 상황이라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고민하게 된다. 총 6부로 나뉜 79개의 난제 중 언뜻 나와는 상관없을 것 같은 이야기도 있지만 사회 구성원이라면 누구도 피할 수 없는 크고 작은 영향은 부인할 수 없다.
이미 인공호흡기를 이용하고 있는 만성질환자와 바이러스 감염으로 인공호흡기 징발이 시급한 다수의 환자들. 누구 먼저 살릴 것인가?
가벼운 마음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는 솔직히 '아차' 싶었다. '안 그래도 살기 힘든 요즘인데 이렇게 머리 아픈 문제들을 왜 떠올려야 하는가' 시쳇말로 '멘붕'이 살짝 스쳤다.
"병원에서나 입법부에서 이렇게 난감하기 짝이 없는 주제를 다루면 마음이 심란해지기 쉽다. 하지만 거실에 앉아 현실이라 가정하고 논의한다면, 다행히 사뭇 활기차고도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토론이 될 것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지적 즐거움을 느끼길 바랐지만 너무 과몰입한 탓인지 텍스트 상의 어려움이 없음에도 마냥 쉽고 즐겁게 읽히지는 않았다. 하지만 어쩌면 내게도 닥칠 수 있는 현실임을, 사회 구성원으로서 결코 무관할 수 없음을 느끼며 조금씩 공감되었다. 주제마다 각각의 사정과 여러 가지 조건을 고려한 상충된 의견들을 접하며 생각의 폭을 넓힐 수 있는 시간이었고, 이제 고학년에 접어든 아이와 이야기 나누며 함께 생각해 보아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인문학을 좋아하는 분들, 의학 문제나 윤리에 관한 여러 현실적인 문제들을 궁금해하시는 분들, 의학과 관련된 종사자 및 학생들에게는 꼭 읽어봐야 할 책이라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