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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개의 찬란한 태양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왕은철 옮김 / 현대문학 / 2007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연을 쫒는 아이>>에서는 결코 첫작품이라 생각되지 않을만큼 참신하고 깔끔한 글솜씨를 보여주었다면, 두번째 작품인 <<천 개의 찬란한 태양>>에서는 벌써부터 오래 글을 써온 작가처럼 농익은 듯한 느낌이 든다. 남성작가가 여성을 이토록 세밀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낸 책을 나는 이제껏 본 적이 없다.
꽤 두터운 책이어서 읽기 전부터 살짝 부담감이 느껴졌지만 막상 읽기 시작하면 작가의 재치있는 말솜씨에 압도되어 술술 읽힌다.
하라미(사생아)로 태어난 마리암은 단둘이 살던 어머니가 죽게 되자, 명예를 실추시킬 것을 염려한 아버지로부터 버림받고, 구두장이 라시드에게 시집보내진다. 또 다른 소녀 라일라는, 참혹한 전쟁통에 사랑하는 사람 타리크를 멀리 떠나보내고, 부모를 잃고 혼자가 되고, 타리크의 아이를 임신한 채로 라시드의 두번째 아내가 된다. 라시드는 점차 폭력적인 면모를 드러내고 마리암과 라일라는 탈출을 감행하지만 다시 붙잡히고 만다.
전쟁의 가장 큰 피해자는 여성과 아이라는 말에 공감한다. 부르카로 얼굴을 가리고 살아야 하며, 남자의 동행없이 바깥출입을 할 수 없으며, 남자에게 매를 맞아 죽어나가도 아무도 모르는, 그야말로 마치 모두가 한통속이 되어버린 듯한 이 불합리한 사회적 제도와 폭력성이 남성으로 대변된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시드를 꼭 빼닮은 그의 아들 잘마이에게 죄책감을 강하게 느끼는 것이나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 고국으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마음, 그녀들이 펼치는 우정 속에는 여성, 즉 모든 것을 용서하고 강하게 끌어안는 어머니의 모습이 나타난다. 이 책이 가슴 아프면서도 따뜻하고 감동적으로 읽히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게다가 아버지를 목을 빼고 기다리는 소녀 마리암의 모습과 처음 시집을 가서 카불의 시내 곳곳을 구경하며 처음 맛보는 아이스크림의 달콤함과 설렘. 그 수줍은 듯 순수하고 깨끗한 영혼은 얼마나 아름다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