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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레이드 ㅣ 오늘의 일본문학 1
요시다 슈이치 지음, 권남희 옮김 / 은행나무 / 200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요시다 슈이치의 <<7월 24일>>을 읽고 또 다시 그의 작품 <<퍼레이드>>를 읽은 것은 한 작가를 아는 데 있어 한 작품으로는 부족하다는 생각 때문이었는데, 다행히 전작보다 좋은 인상을 남겼다.
다섯 명의 젊은 남녀 동거인들의 이야기로, 다섯 명의 인물들이 돌아가며 화자가 되어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형식을 가졌다. 보통 이런 형식을 취한 경우, 같은 시간대로 돌아가 관점을 달리하는데, 이 책은 화자가 달라지면서도 시간의 흐름의 연속성상에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두 개의 방과 한 개의 작은 거실 사이에서 젊은 남녀들이 부딪히면서 일어나는 일상이란 그 상상만으로 유쾌할 것으로 기대하지만, 그 속내는 꼭 그렇지만은 않다. 사랑의 상처,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을 안고 있는 이 십 대 초반의 젊은이들의 삶은 그야말로 형체 불분명한 '괴물'스러운 구석이 있다. 겉으로는 서로를 위로하고 이해하는 것처럼 보여도, 사실은 적당한 거리에서 무관심으로 점철되어 있는 것.
그러나 가족간이라면 모를까, 한치 건너 알게 된 이들이 한데 모여 동거를 한다는 설정 안에서 인간 사이의 유대관계를 논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그들 사이엔 애초부터 관계라는 게 존재하지 않았으므로.
사토루의 등장과, 정체를 알 수 없는 옆집 남자, 그리고 동네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은 줄곧 뜻밖의 반전을 암시했고 그것을 기대하게 했는데, 그 반전이란 게 거북스럽고 불편하게 만들어 앞서 쌓아왔던 작품의 이미지를 흐트러놓았다.
20대의 감수성을 건드리는 섬세하고 감성적인 문장들이 많았다. 하지만 요시다 슈이치의 책은 딱 여기까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