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혜옹주

덕혜옹주 - 조선의 마지막 황녀
권비영 지음 / 다산책방 / 2009년 12월

  이름이 널리 알려지지 않은 작가의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고 많은 사람들에게 읽혀지는 것도 그리 흔치 않은 일인데, 과연 무엇이 대중의 관심을 이토록 끌어 모았을까. 꽤 두껍지만 만 하루만에 읽어냈다. 작가는 무척 섬세한 감성과, 단문을 추구하는 깔끔한 필체를 가졌으나, 감정선의 호흡이 짧은 면이 있다.

   조선의 마지막 황녀이자, 고종황제의 막내딸인 덕혜옹주의 삶을 통해, 한 여인의 비극적 삶과 시대적 비극을 동시에 그려낸다.

  어린 나이에 고종황제의 죽음을 목격하고, 일본에 볼모로 끌려가 일본남성와 강제 결혼하고, 오랜 세월을 정신병원에 감금되어 보냈으면서도 그 긴 세월을 견뎌낼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조국에 대한 그리움과 조국을 되찾겠다는 의지 때문이었으리라. 

  따지고보면 그로부터 채 일 백 년도 되지 않는 짧은 세월을 지나왔다. 우리 것을 지키지 못하고 빼앗기고, 그리하여 짓밟힌 세월들이 그저 치욕스럽고 부끄러울 따름이다. 그리고 우리 선조가 이루어놓은 이 땅에서 온전히 살아감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작품성만을 두고 이야기하기엔, 소재가 소재인지라 그 의미가 무색해질 것 같긴 하지만, 덕혜옹주의 삶에 대해 잘 그려낸 반면, 주변인물에 대한 활동이나 시대적 상황에 대한 묘사는 부족해 보인다. 내용이 어렵지 않으니 어린 조카에게도 읽혀볼 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