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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기들의 도서관
김중혁 지음 / 문학동네 / 2008년 4월
평점 :
독특한 개성과 매력이 넘치는 소설집을 만났다. 음악을 주테마로 하는 여덟 편의 단편소설 하나하나가 마치 각기 다른 연주를 들려주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자동 피아노>에서 작가가 말하고 싶었던 그것처럼, 생각을 비우고 음악에 젖듯, 해석과 분석없이 읽은 느낌만을 간직하고 싶은 책이지만...
기존 음악의 또 다른 변형을 띄고 있는 복제, 표절, 리믹스, 자동화, 메뉴얼 등의 대중예술 현상을 통해 예술의 진정성에 대한 화두를 던진다. 지나치게 관습화, 표준화되고 진부해져버린 예술 속에서 창조적 예술세계의 개념이 모호해지는 순간이다.
그 중 인상적으로 읽힌 <매뉴얼 제너레이션>과 <악기들의 도서관>은 각각 매뉴얼과 악기 분류하기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는데, 지식과 말이 가지는 관습을 통해 소설의 운명을 보여준다.
단편 하나하나보다는 소설집 전체적으로 볼 때 큰 의미를 가진다. 사차원적인 인물들의 행동과 상황 설정에도 불구하고 작위성이 느껴지지 않고,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서사는 작품에 몰입하게 한다. 또 사물에 대한 깊은 관찰력으로 세상을 읽어내고 자기만의 질서를 만들어낸 것은 이 책을 읽으며 가장 높이 평가한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