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가족
천명관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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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명관의 작품을 읽어보기로 마음먹고 가장 최근작인 이책을 먼저 읽었다. 흥미진진한 전개와 깔끔한 구성, 그리고 군더더기 없는 문장이 마음에 들었다.

   바람난 부모 사이에서 태어나 혈연관계가 복잡해진 세 남매가 사회에서 도태되고 결혼에 실패하면서 어머니집에 한데 모여 살게 되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한다.  어린시절의 기억과 상처는 서로에 대한 불신과 갈등의  근원이 되었고, 한공간 안에서 부딪히며 애써 감추고 참아왔던 일들이 곪아터지는 지경에 이른다. 

  부모의 외도를 통해 각기 다른 부모 밑에서 태어난 이들에게 혈연으로 맺어진 가족이란 사실상 그 의미가 없다. 막장드라마에서나 등장할 법한 복잡하고 시끄럽고 비윤리적이기까지한, 가족내 질서를 도무지 찾아볼 수 없는 이 가족을 이어주는 끈이 질긴 혈연 때문이 아니라는 것은 특별하다.

  갈등과 화해는 이들을 다시금 결속력 있게 묶어주어야 할 것 같지만, 이제는 제각기 사랑하는 사람과 떠난다는 결말은, 가족이란 혈연 중심이 아닌 사랑과 희생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라는 작가의 생각 반영이다. 


  그러고보면 나는 평생 보살핌만 받았을 뿐 누군가를 돌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헌신적으로 나를 보살피는 캐서린을 지켜보며 나는 한 인간의 삶은 오로지 이타적인 행동 속에서만 완성되어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를 돌보고 자신을 희생하며 상대를 위해 무언가를 내어주는 삶...... 거기에 비추어보면 나의 삶은 얼마나 이기적이고 불완전한 삶이었던지. (p2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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