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언과 군인 아저씨 어린이문학방 14
리사 톰슨 지음, 이은지 그림, 양재희 옮김 / 여유당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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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읽을 때면 등장 인물에게 나를, 혹은 내 주변 사람들을 대입해보며 만약을 가정해본다. 책 속의 인물과 내가(혹은 내 주변 사람들이) 비슷해서 더 공감이 갈 때도 있고, 너무나 다르기에 기존의 이야기 진행과 전혀 다른 갈래의 결말을 생각해볼 수도 있는 재미도 있다.


여유당 출판사에서 나온 책 <오언과 군인 아저씨>를 읽으면서는 10살 첫째 생각이 많이 났다. 오언에게 나를 대입하기에는 이미 '딸'로서 부모님과의 이별, 그리고 상실감에 대해 헤아려보는 것보다 '엄마'로서 어린 딸을 남겨두고 먼저 떠나게 되었을 때 남겨진 딸의 마음이 어떠할지에 대해 생각하는 게 더 가슴아픈 일이고 상상만으로도 괴로운 그런 관계적 위치에 와있기 때문이다. (물론 나는 부모님을 사랑하고 있고 헤어짐은 너무나 가슴 아프겠지만, 내리사랑인데다가 어린 자녀를 남겨두고 일찍 떠나는 부모의 마음은 정말 얼마나 괴롭겠는가!) 또, 군인 아저씨에게 재잘재잘 하고픈 이야기가 많고, 이것 좀 보세요, 저를 좀 보세요, 관심과 사랑을 받고싶어하는 오언의 모습이 딱 우리 첫째와 닮아서 어찌나 생각이 나던지.. (내가 퇴근하기만을 기다렸다가 집에 도착하면 나를 졸졸 따라다니며 꼭 하고 싶었던 말, 더하기 시시콜콜한 이야기까지 할 말이 한 보따리인 첫째이다.)


그랬다. 오언은 자신과 눈을 맞추며 이야기를 들어주고, 오언의 편을 들으며 맞장구 쳐주고, 오언이 보여주는 멋진 동작에 환호해주고, 웃어 줄 아빠와 엄마가 필요했다. 하지만 너무나 안타깝게도 아빠는 파병된 전쟁에서 목숨을 잃고 돌아오지 못했고, 엄마는 큰 상실감 때문에 오언에게 버팀목이 되어주기는 커녕 아직 부모의 손길이 필요한 오언을 방치하는 것과 같은 상황에 이르렀다. 이런 힘든 상황속에서 아이답지 않은 모습으로 엄마를 챙기고, 그 아픔을 받아들이고 사는 오언을 지켜보는 것은 참 마음이 아팠다. 군인 석상에게 말을 건네는 오언의 목소리는 담담했고, 다정했고, 때로는 천진난만했지만 나는 그 모든 순간이 다 마음이 아팠다.


다행이다. 상실과 절망, 좌절과 아픔만 이야기하는 책이 아니어서! 오언의 마음에 큰 의지가 되고 아버지를 떠올리게 하는 존재였지만 그 자체로는 힘이 없는 군인 석상이 결국엔 오언이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어 행동하게끔 작용하는 장치가 되어주었고, 오언의 곁에 먼저 다가와주고 용기를 주는 친구도 있었고, 오언의 가능성을 보고 기회를 열어주는 선생님도 있었고, 오언의 진심에 공감하고 과감한 결단을 내릴 수 있는 어른도 있었고, 오언과 오언의 엄마를 따스하게 살펴주는 이웃도 있었다. 아빠의 빈자리를 다른 누가 똑같이 채울 수는 없지만, 많은 이들과의 따뜻한 관계 속에서 오언이 성장하고 있음에 나는 안도했다. 감사했다.


오언을 마음에 깊이 품고 나니 내가 해야할 일들이 보였다. 지금 현재 내가 사랑하고 나를 사랑해주는 가족-특히 자녀에게 좋은 엄마가 되어주는 일(눈 마주치고 대화하기, 곁에 있어주기, 함께 시간 보내기 등 대단하지 않아보여도 정말 소중한 일)을 나중으로 미루지 않기, 메건이나 케이트 아줌마와 같은 친구 혹은 좋은 이웃이 되어주기. 오언은 어디에나 있고, 누구나 될 수 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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