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안중근
사이토 다이켄 지음, 이송은 옮김 / 집사재 / 2002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의 암울했던 시기인 일제식민통치 기간 중 우리가 교과서에서 흔히 접한 열사들은 정규교육과정을 졸업하는 것과 동시에 먼지 켜켜히 쌓인 기억의 뒤란으로 처박히는 것이 통상적인 모습입니다.

안중근 혹은 안창호 등등으로 대표되는 그 시대의 의사 혹은 열사들이란 우리가 올려보기에 너무나 버거운 저 높은 곳 구름 위의 어느 곳에 속한 사람들이라는 자괴감이 그 분들과의 친밀한 만남을 왕왕 방해하고는 하지요.....

안중근 의사라고 하면 그러한 의사들 중 요새말로는 가장 엽기적이고 카리스마적인 분으로 이 책은 통상적인 위인전기가 아니라 그 분의 인간성과 신념에 반한 한 일본인의 고백록입니다.

그 일본인이란 다름아닌 안중근의사께서 이토오히로부미를 폭살하고 난 뒤 여순감옥으로 송치되신 후 재판에서 사형집행 기간 동안 그 분 곁에서 그 분을 감시하던 일본인 교도관입니다.

이 교도관은 자못 감상적으로 그리고 의인에 대한 존경의 념을 가지고 걸출한 의사 안중근을 지켜보다가 마침내 그 인격에 반하여 안중근 의사께서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이후 스스로 군복을 벗고 난 뒤 낙향하여 평생 안중근 의사의 영정을 앞에하고 아침저녁 제례를 올리기 까지 하였습니다.

식민,피식민의 관계를 떠나서 한 인간을 감동케하는 안중근 의사의 감옥에서의 의연한 모습을 접하게 되니 참으로 감동이 되더군요.

저자는 안중근의사가 사형확정의 판결을 받은 후 국제사회의 관심을 환기시키고자 항소를 결심하였지만 감옥에서 어머니로부터 한통의 편지를 받고는 항소를 포기하고 그대로 형장의 이슬이 되어 순국하셨습니다.

안의사의 모친이신 조마리아님은 감옥에 갇힌 아들에게 '일제에 목숨의 연명을 구걸하는 행위를 한다면 그건 실로 조국과 나에게 모욕을 주는 것이'라며 그대로 순국할 것을 의연하게 부탁하였습니다. 참으로 엄청난 어머니라고 할 수가 있겠지요. 저는 그 대목을 읽으며 왈칵 눈물이 솟더군요.

안중근의사께서 스스로 손가락을 자르고 당대 일본 정계의 최고 거물인 이토오히로부미를 처단한 뒤 순국하신 것은 불과 당신 나이 30살이었습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 나이가 얼마나 되셨는지요? 정말로 우리의 인생은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지 새삼 되묻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이 책에서 아쉬운 부분은 번역이 매끄럽지 않다는 것입니다. 번역이란 단순히 내용전달이 아닐진대 보다 더 깊은 감동을 줄 수도 있었을텐데 번역이 정말 아쉽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스로에게 깊은 성찰을 불러 일으키는 좋은 책입니다.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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