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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세트] [BL] 사랑에 빠진 로렌스 & 사랑에 빠진 데미안 (전2권)
뾰족가시 지음 / 더클북컴퍼니 / 2018년 2월
평점 :
아버지의 빚을 청산한 후 몰락귀족이 되어버린 고학생 클리프와, 오페라 가수이면서 동시에 시나리오 작가를 지망하는 자유로운 영혼의 로렌스 두 사람의 이야기입니다.....만은 클리프의 사촌인 에밀리의 분량이 상당합니다. 사실상 세 사람이 주인공이라 느껴질 정도에요.
에밀리가 로렌스를 짝사랑한다는 것을 알게되고, 그 로렌스가 다른 여인과 함께 있는 걸 목격한 클리프는 그에게 화를 내고 추궁합니다.
로렌스는 본인 나름대로는 정절을 지켰다며, 그 순간만큼은 전부 진심이었다고 항변인지 궤변인지를 토로합니다. 에밀리를 사모하게 되었다고도 고백하구요.
클리프는 이후로도 로렌스에게 몇차례 화를 더 내는 것을 반복한 후 편견을 가져서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는데요.
표지 일러스트나 주어진 환경 등으로부터 클리프에게 연상되는 이미지는 전형적으로 올곧고 고지식하고 조용한 느낌이지만, 실제의 행동은 오지랖이 강하며 땍땍거리며 충동적이기도 하고 중심을 잡지 못 하는 모습으로 묘사가 되어있어 괴리감이 크게 느껴집니다.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입니다.
몇몇 짧막한 에피소드가 지나간 후 로렌스가 에밀리에 대한 사랑을 말하고, 클리프는 그것을 듣고 기분이 이상해집니다.
많이 아꼈던 에밀리 때문인가 생각하지만... 사실 너무 뻔한거죠. 클리프는 사랑에 빠졌습니다. 이유는 모르겠습니다.
에밀리와 로렌스가 커플이 되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예상했던대로 에밀리 또한 로렌스가 자신을 간절히 원하지 않는다고 느끼게 됩니다. 그 고민상담을 해주다가 클리프는 문득 로렌스를 향한 사랑을 깨닫습니다. 이유는 모르겠습니다.
에밀리에게는 딱히 성의를 보이지 않으면서도 클리프에게 자꾸 신경이 쓰이는 로렌스. 이것도 뻔하죠. 사랑의 조짐입니다만... 이유는 모르겠습니다..
예정된 파국이 찾아옵니다. 로렌스는 서로의 감정에 차이가 있었다는 걸 인정한 에밀리로부터 이별을 통보받습니다. 그에 득달같이 달려와서 왜 헤어졌냐고 추궁하는 클리프.
'당신을 사랑을 모릅니다.' 라고 울분을 토하더니
갑자기 사랑을 고백하고,
갑자기 행복한 감정만이 사랑이 아니라며 훈수를 두고,
갑자기 자리를 뜹니다. 왜 이러는 걸까요. 이유는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클리프가 떠나고 몇달 후로 시간을 뛰어넘어 로렌스는 계단 사고로 인해 절름발이가 됩니다. 가수로서도 은퇴를 하고, 후원도 끊기고 여러모로 곤란한 처지에 놓입니다.
에밀리의 도움으로 거처를 옮기지만 클리프는 찾아오지 않습니다.
자신이 이렇게 처참한 상황에 놓여있는데 이런 자신을 외면하다니, 그런 당신 또한 사랑이 아니라며 애먼 사람을 원망하는 로렌스의 독백이 킬링포인트입니다. 정말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시나리오에 매진하고 퇴짜맞길 반복하던 중 에밀리가 로렌스를 한 연극에 데려가는데... 그곳에 가보니 로렌스의 시나리오가 무대에서 재현되고 있었습니다. 로렌스는 그것이 클리프의 도움임을 알게 되는데, 이 부분의 서술이 매우 허술합니다.
알고보니 클리프가 음대생.
알고보니 클리프가 거처도 구해줬던 것.
이런 사실들을 미리 암시하지 않고 단지 사실을 알라낸 로렌스의 독백으로만 표현합니다. 갑자기 설정을 떠먹여진 독자는 얼떨떨합니다.
고마움의 대가로 마음을 받아주는건 원치 않는다며, 순수한 사랑만을 원한다는 클리프의 말에 로렌스는 마음 속에 해일이 치는 걸 느낍니다.
그러나 그 후로도 별 진전은 없습니다.
클리프는 어색함과 민망함과 미안함의 복잡한 감정에 다른 것을 더 요구하지 않고, 로렌스는 더 요구받지 못하고 더 가까워지지 못하는 것을 답답해합니다.
그런 대치 상태가 계속 되던 중, 클리프는 자신의 삶과 그로부터 비롯된 고지식하며 고루한 성격을 말하고 다시 고백을 하면서 로렌스에게 거절을 해달라고 요청합니다.
사랑을 하면 영원을 기약하는 자신과, 다른 방식으로 사랑을 하는 로렌스를 인정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로렌스는 그 고백을 받아들입니다.
영원은 약속할 수 없지만 지금 이순간 진실로 사랑하고있다며....
영원을 부정하는 말은 괜한 사족인 것처럼 느껴지지만, 클리프는 그에 감동을 받은 것 같으니 되었습니다.
그 후로는 소소한 이야기들의 연속입니다. 사교계에서 혼기가 찬 멀끔한 남자들이기에 겪을 수 밖에 없는 곤란과 관련된 이야기들로 이어집니다.
그리고 마지막 에피소드는.... 조금 황당했습니다. 나름의 개그포인트인가 싶기도 하고... 허무하기도 하고....ㅠㅠ
정통 서양물이라기엔 깊이가 없고, 로맨틱코미디물이라기엔 발랄함이 없습니다.
리뷰에서는 의도적으로 두 사람에게만 초점을 두고 썼지만, 실제 작품 속에서는 에밀리와 관련된 분량도 굉장히 많습니다. 거의 1:1:1 수준입니다. 실연을 겪은 귀족아가씨의 내적 성장이 왜 BL에서 다뤄져야하는 것인지...
전개에 있어 에밀리와 로렌스의 연인 관계 또한 필수 요소로 생각되지는 않았기 때문에, 에밀리의 분량을 다 쳐내고 대신 두 사람의 서사에 집중했다면 이야기가 조금이나마 더 설득력을 가질 수 있었을 것 같아 아쉬움이 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