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딸
신달자 지음 / 민음사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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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와 아들, 아빠와 딸, 엄마와 아들, 엄마와 딸.

가족간의 관계중 가장 서로가 서로같은 애증의 관계는 바로 엄마와 딸 사이가 아닐까. 그 딸이 또 언젠가 엄마가 된다면 더욱이.

이 책은 딸로서 70년, 엄마로서 45년을 살아온 작가의 엄마와 딸 사이에 대해 적은 에세이이다.

에세이는 잘 안읽어 봤는데 나도 아들없는 딸집의 딸이라 그런가 많이 공감해 가면서 읽었다.

 

 

나는 엄마를 모른다. 이 세상에 엄마를 아는 딸이 있는가.

없다라고 나는 자신 있게 말한다. 나는 한 번도 엄마를 이해하고 알아준 날이 없었다.

엄마의 우울, 엄마의 외로움, 엄마의 허기를 알지 못했다.

 

사실 난 10대때 좋은 딸은 아니였다. 지금은 좋은 딸이냐하면 그것도 그렇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그다지 애교도 없고, 엄마와 대화도 많은 편도 아니였다. 하지만 조금씩 나이를 먹어가면서 친구같은 느낌으로 엄마와 대화도 많아지고

엄마의 속내도 어느정도 듣게됬지만 100% 엄마를 이해해드릴 수 있는 딸이 될 수 있을지는 자신이 없다.

아마 이 세상에 100% 엄마를 이해하는 딸은 없지 않을까.

보통은 딸의 엄마에 대한 애정이 아무리 커도, 엄마가 딸을 생각하는 그에는 비하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것은 너무나 큰 모순이다. 어마가 살아 있는 동안에는 엄마를 제대로 이해하지도 사랑하지도 못하고,

그 어떤표현으로도 불가능한 죽음 이후에 엄마가 보이는 것은 인간이 겪는 가장 큰 불행이다.

 

 오늘이, 이 한순간이 영원하리라는 생각과 함께 우리는 우리가 사랑하는 대상이 언제나 내 곁을 지킨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생의 순리를 언제나 생각하면서 사는 것은 무리다. 우리는 어느 순간 덜컥 어떤 현실에 부딪힐 때 그 현실을 본다.

이런 잘못을 저지르지 않기 위해 사랑도 하고 독서도 하고 경험도 하지만, 결국 굴복당하고 후회를 만들고 마는 것이 인간 아닌가.

그런 후회중에 엄마에 대한 후회는 평생을 간다는 것, 그 평생이 생각날 때마다 언제나 영롱하다는 것, 늙지 않는다는 것,

가슴의 통증이 처음보다 점점 더 커진다는 것, 울부짖고 싶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그것은 엄마의 죽음에서 나의 죽음까지 유효하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것들을 당연시 여기다 그것을 잃고 나서야 새삼 그것의 소중함을 느끼곤 한다.

그러한 점에 있어 일방적으로 조건없이 주어지는 엄마의 애정은 감사히 느끼면서도 그것이 너무나 당연해져서 쉽게 내치고,

상처를 줘버리는게 아닐까. 엄마는 한 사람의 여자 이전에 나를 위한 엄마, 라고 무의식중에 생각해버리기 때문 같다.

 

작가 또한 그랬기에 엄마를 잃고나서 그 후회에 안타까움에 대해 우리에게 이야기한다. 잃기전에 그 소중함에 감사하자고.

 

사과를 잘하는 사람은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과의 갈등해소에 뛰어나고, 남을 이해하려는 긍정적 사고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미안해"라는 말은 마음데 두면 둘수록 썩기 쉽다. 부패한 찌꺼기는 결국 건강을 해치고 인간관계를 썩게 하는 것이다.

 

엄마와 딸은 서로에게서 서로의 모습을 보지만 보고 느끼는 입장이 다르기 때문에 서로 의견충돌이 일어날 수 밖에 없다고 한다.

그 관계 개선을 위한 제안을 몇가지 하고 있는데, 이 제안들은 다른 인간관계에 있어서도 좋을 것 같아 기억에 남는다.

인사를 잘하고, 사과를 할 수 있는 사람이 되게 할 것.

 

심리학자들이 서로 감정을 풀어내는 방법으로 또 한가지 권하는 것이 있었으니,

상대방의 장점을 노트에 적어보라는 것이다.

참 할일 없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미워죽겠는데 장점을 찾아적으라니...

그러나 그러다보면 정말장점에 공감하고 미안한 마음이 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엄마는 딸에게, 딸은 엄마에게 그냥 지나쳐도 될것까지, 얼마든지 스스로 고칠 수 있는 것 까지 세세하게 콕 찍어 말하므로

그만큼 상처를 입고 미움도 생기는 것이다.

 

서로 화가 나 감정이 쌓였을때면, 서로의 장점을 노트에 적어보기. 나는 이 방법이 꽤 마음에 들었다.

그외에 어릴적부터 자신의 잘못을 고치게 하기보다는 남탓으로 돌리는 우리나라의 특성에 대해 이야기한 것도 흥미로웠다.

아이의, 딸의 고마움을 알고 잘못함을 아는 마음은 모두 엄마가 가르친다는 것이다.

하지만 어느정도 머리가 크고나서 서로의 관계를 위해선 엄마와 딸 서로가 서로를 배려해야 된다는 사실.

 

 

심리학자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모두 후회하면서 살지만,

인생 막바지에 가서는 모두들 하나같이, 한 것을 후회한다기보다 하지 않은 것을 후회한다고 한다.

'행동'보다 '비행동'을 후회한다는 것이다.

시간은 많지 않다. 누구에게나 그렇다. 시간은 우리가 정하는 것이 아니므로, 다만 오늘 내가 얼마나 사랑받았는가가 아니고

내가 얼마나 사랑했는가를 생각하며 살아야 할 것이다.

 

'엄마와 딸'을 읽으면서 엄마와 내가 지내온 지난 시절과 앞으로의 관계, 그리고 엄마의 삶에 대해 많은 생각이 들었다.

작가분의 엄마처럼 우리 엄마 또한 많은 것을 희생하시고 참아오시며 살아오셨다. 현재도 그러시고.

그리고 우리 엄마는 내게 가끔 기대로 인한 부담을 주시긴 하시지만 그래도 기본적으로 내 의사를 항상 존중해주신다.

어릴적에는 몰랐던 엄마에 대한 것들이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보이게 되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새삼 또 느꼈다.

엄마와 함께 지내는 동안, 그 시간에 감사하고 엄마께 잘하자고. 나중에 후회가 적도록, 엄마의 소중함에 감사하자.

 

이 책을 처음 알게 되었을때, 내가 읽고 싶다는 생각보다도 엄마께서 읽으셨으면- 하는 마음이 더 크게 들었다.

왜냐하면 나는 '딸'일뿐이지만, 엄마는 '엄마'이자 '딸'이시기 때문이다.  더욱이 작가분과 연령대가 비슷하셔서 시대간의 공감대도 크실 것 같다.

또한 책을 읽으면서 작가가 딸의 모습으로서도 이야기를 많이 하지만 전체적으로 '딸'보다는 '엄마'로서의 이미지를 더 강하게 느꼈기 때문이기도 하다.

나 또한 만약 한 아이의 엄마가 되고나서 이 책을 다시 읽으면 더욱 공감을 많이하게 될 것 같다.

 

 

나는 이제 이 책을 엄마께 드리고자 한다. 엄마와 딸 둘다 이 책을 읽는다면 서로에 대해 좀더 배려하고 이해할 수 있게 될 것 같다.

이 책이 모든 딸들과 엄마사이의 공감을 이끌어내주는 책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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