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네가 어디 있는지 알고 있다
로라 리프먼 지음, 홍현숙 옮김 / 레드박스 / 2011년 8월
평점 :
절판


 

23년전 연쇄살인범에게 납치되어 강간을 당했지만, 유일한 생존자인 엘리자 베네딕트.

시간이 흘러 자상한 남편과 두 아이들과 행복하게 살고 있는 그녀에게 편지 한통이 도착한다.

보낸이는 다름아닌 그녀를 납치강간했던 장본인 월터 보먼.

사형집행일이 얼마남지 않는 사형수인 그는 엘리자에게 자신을 만나줄 것을 요구한다.

 

 

소재가 너무 기발해서 읽게되었다가 너무 무서우면 어떡하지 고민했던 책.

다행히 내가 걱정하는 그런 무서움 없이 덤덤히 읽어내려갔다. 전체적으로 굉장히 차분하면서도 객관적으로

쓰여져있어서 이런 미스테리 소설도 있을 수 있구나 싶었다.

 

사형집행일을 남기고 살아보고자 하는 사형수 월터, 그런 사형수를 살리고자 애쓰는 (내 생각에는) 비뚤어진

가치관의 소유자 바버라, 딸아이를 잃고 살아남은 엘리자베스를 증오할 수 밖에 없는 트루디, 자신의 만족과

성공을 위해 피해자의 심정은 생각치 않고 제멋대로인 소설을 써낸 제러드.

마지막으로 희생된 소녀들을 뒤로 하고 유일하게 살아남은 엘리자베스.

 

인물 하나하나의 이야기가 전부 그들의 입장에 맞춰 쓰여져 있어 읽으면서 기묘한 느낌이 들었다.

'아 이사람은 이런식으로 생각을 해서 그런 행동을 하는구나, 이랬기에 그랬구나'하고 묘하게 납득이 갔다.

살인자이자 월터도 살고자 자신의 행동을 스스로 자기 합리화해나가고, 마지막에는 죽음을 두려워 한다.

그 모습과 나는 무엇보다 트루디의 행동이 기억에 남는다. 나는 한편으론 월터보다도 트루디가 더 무서웠다.

사실 엘리자에 대한 그녀의 행동은 집착적이고 무례한 감이 없잖아 있지만 어느 어머니가 이런 상황에 엘리자를

원망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래도 저 아이만은 살아서 다행이네요.' 진심으로 이렇게 생각하더라도 순수하게 그

마음만 있을 수 있다는건 굉장히 어려운 일 아닐까.

그런 트루디의 심정을 알기에 트루디의 무례에도 (이소가 있기때문이기도 했겠지만) 엘리자는 참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도대체 정의가 뭐라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네가 죽고, 내 딸이 살아 돌아오는 것.'

하지만 트루디 태킷은 그렇게까지 잔인하지는 않았다.

 

엘리자의 심정은 또 어떠한가?

그녀 또한 엄연히 피해자지만 유일하게 살아남았기에 그녀가 지고 있는 것 또한 많다.

 

무섭진 않은 대신 잔잔하면서도 무거웠던 이 소설은 깔끔하게 끝을 맺는다.

과연 어떻게 끝이 나게될지 조마조마한것들이 그냥 말그대로 깔끔하게 정리된 느낌으로 끝난다.

 

오늘은 괜찮았지만 내일 모든 게 끝날 수도 있다는 불안감. 물론 그건 행복한 모든 가정도 마찬가지였다.

차이가 있다면 러너 가족은 그러한 사실은 안다는 것뿐. 한 번 불은을 겪은 사람들은 다시 불행해질 수 있다.

운의 문제에 있어서는 어떤 보호 장치도 할당 제도도 존재하지 않으므로. 

 

생각했던 것과는 많이 달랐지만 기억에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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