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옥같은 너를 어이 묻으랴 ㅣ 태학산문선 104
이승수 엮어옮김 / 태학사 / 2001년 5월
평점 :
품절
태학산문선 중에서 다산의 '뜬 세상의 아름다움'과 함께 이 '옥 같은 너를 어이 묻으랴'가 단연 백미이다.
이 책은 어찌보면 우울한 책이다. 모두 묘지송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이 떠나면 눈물로 보내고 넋두리로 그 사람에 대한 기억을 서서히 날려보내곤 한다. 허나 옛날 사람들은 떠나가는 이의 뒤에 그를 기리는 글을 하나씩 남겨주었는데 이 책은 그 글의 모음이다.
사랑하는 누이, 자식처럼 자신을 키워준 형수, 어려운 시절에 고생한 조강지처 등 그 대상이 되는 인물은 다르지만 각 글마다 그들을 떠나보내는 사람들의 가슴아픈 이야기가 구구절절이 맺혀있고 자기 자신의 비문을 직접 지은 남효온 등의 글은 섬뜩하기까지 하다. 제목인 '옥같은 너를 어이 묻으랴'는 농암 김창협이 14살 아래인 누이가 산고로 세상을 떠나자 가슴아파하며 지은 '다시는 너를 볼 수 없겠지'의 한 구절이다. 조선 후기, 시집간 어린 누이의 어린 시절부터 추억하면서 육친을 잃은 오라버니의 심정을 기탄없이 풀어놓았다. 인간의 감정을 억누를 것이라 생각하는 선인들의 진솔한 감정이 담겨있어 더욱 애뜻하다.
무거워 보이지만 결코 무겁지 않고, 어두워 보이지만 결코 어둡지 않다. 추운 겨울에 더욱 잘 어울리는 책으로 적극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