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당 범우비평판세계문학선 40
강용흘 지음, 장문평 옮김 / 범우사 / 2002년 9월
평점 :
품절


 

"아, 한국! 한국! 불행한 한국이여! 어떡하면 좋단 말이냐?" 

우연찮게 눈을 돌렸는데 돈 만원이 떨어져있었다면, "재수! ^^" 하지 않을까. 그러면 기대없이 책 한 권 빼들었는데 마음을 확 빨아들인다면? 값비싼 보석을 얻은 것처럼 마음이 부풀어 오를까? --' 

쩝,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나 그렇지 난 돈 만원이 더 땡긴다". 뭐 나라고 별 수 있을까만은, 만원의 행복은 잠시고 지혜로 얻은 행복은 죽을 때까지 간다는 거, 그래서 책 읽어라 등 이런저런 구차한 얘기들이 너풀대는 거 아이겠슴^^"  

미국 여류작가 펄벅이 이 책을 가리켜 "가장 빛나는 동양의 지혜"라 평했던 책이다. 초당, 강용흘. 미국에서 영어로 쓴 책이라 다시 번역을 해놓았다.  

강용흘, 20세기를 앞둔 1898년 태어나 스물세살 되던 해 미국으로 건너가 10년 뒤 <Grass Roof>을 썼다. 번역해서 초당. 저자는 한국식 이름을 모두 풀어서 영어로 써놓았다. 만해 한용운은 'dragon-cloud' 뭐 이런 식이다. 다른 설명들도 비슷한데 가령, 사주를 '운명의 네 기둥'으로, 송전리는 '솔숲마을' 등으로 풀어놓았다.   

가끔 길을 가다보면 00대교라고 써놓고 밑에다 영어로 '00daegyo', 심지어 은하1교라면 unhailgyo로 써놓은 표지판을 보면서 저건 누구를 위한 영어일까 씁쓸해했던 게 바로 이 초당을 읽었던 탓이다. 이거이 책 소개와 별 상관없는 얘기지만, 외국인을 위해 동양의 시와 정신을 썼던 저자에게서, 표지판을 만드는 공무원들은 좀 읽고 배워야 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스친다.

아무튼 100년 전 태어난 한 지식인에게서, 담담한 문체가 이끄는 시선을 따라 오래된 한국을 여행한다. 유학자들의 마을에서 태어난 저자와 가족 이야기를 통해 조선왕조 말엽, 전쟁의 소문이 흉흉한 한반도에 불어닥친 격변의 시대상을 담담한, 그래서 슬프고 아련한 마음을 가슴 한 켠에 조금씩 쌓으면서 책을 읽어가게 된다.  

정의가 힘이 아닌 힘이 정의가 되어버린 힘없는 한국과 공부로 한국 근대화에 기여하고자 노력하는 마르고 갈한 영혼의 한 학생이 세상을 바라보는 눈에는 모든 게 구불구불하다. 하지만 그는 뜻을 세웠고, 뜻을 이룬 사람이 된다.  

한국.  

그러나, 중요한 건데, 책을 읽으면 위 몇 줄로 설명한 것처럼 진지하지만은 않다. 으레 이런 뉘앙스를 풍기는 책은 절절하고 두 눈에 불을 켜 놓은 듯 비장감을 가지겠지만, 구겐하임상, 북 오브 더 센추리상, 카민스키상, 와이즈 메모리얼상 등을 수상하고 퓰리처상 수상 후보에 올랐다고 박현준(대산문화재단 문화사업팀)씨가 어느 글에서 밝혀놓았다. 수상자료는 찾을 수 있지만 퓰리처상 후보는 검색해도 없어서 출처를 밝힌다.  

문체와 이야기가 깔끔하고 수준 낮으면 얻을 수 없는 수상이력이다.

암튼, 한국, 혹은 최초의 아시아계 작가로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강용흘, 그의 생애가 바라봐야 했던 한국은 몰락과 강제 점령, 식민지의 비애와 동족 전쟁, 그리고 독재와 같은 반복되는 슬픈 역사만을 바라보다 생을 마감했다. 그래서 그런지 책 속에 써놓은 한탄(맨 위에 붉은색 글귀)에 가슴이 찡해진다.  

오늘날 우리는, 3.1 운동에 참여해서 옥고를 치르고, 미국에서 한국 독재를 비판하며, 잘못을 꾸짖었던 강용흘 씨와 같은 사람들이 토해냈던 현실 참여로 성장한 한국 사회에 살고 있다. 그래서 지금 사회 일각이 아니라 만각에서, "아, 한국이여"를 부르짖는 목소리가 절절하게 다가온다. 

한국을 사랑하는가? 이국 땅에서 한국을 그렇게 그리워하던 한 사람을, 그가 그렸던 한국을 읽어보자.  

  

"초당에 일이 없어 거문고를 베고 누워 

 태평성대를 꿈에나 보렸더니 

 문전의 수성어적이 잠든 나를 깨우다"

                                    -유성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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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촌수필
이문구 지음 / 솔출판사 / 1997년 7월
평점 :
절판


삶이 고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구름이 낮게 깔린 음울한 오후같은, 뭐 입안이 씁쓸하니 입천청이 쩍쩍 갈라지는 것 같은 짜증이 노곤한 베개 위에 눈알 굴리며 드러누운 피곤한 낯짝 가운데 충만하게 번져 있을 때다.  

뭐 한 일도 없는데 뭐시 이래 기분이 처질까 싶었더니 슬근슬근 읽어댔던 뉴스 기사에다 블로그, 아고라에 새까맣게 누워 클릭을 기다리던 화려한 기사들이 머릿속에 남아 서로 분탕질을 해대서 그랬나보다.  

시절이 하 수상하다는데 이건 뭐 음식이면 게워내면 되지만 자리잡은 권세는 뽑아낼 수도 없고 눈가에 잔주름만 늘씬하게 퍼지는 게 쩝, 살짝 맛 간 넘 혼자 궁시렁대듯 입 안에서 뭔가 잘근잘근 씹히는 기분이 영 별로인 게다.  

이럴 때 뭔가 살짝  자기 위안을 삼아 다독여줘야 또 한밤 중에 낑낑대며 시덥잖은 개꿈으로 새벽 밝힐 일도 없고, 뭐 없나 싶어 눈이 스치는 대로 이래저래 굴려볼 때, 쩝, 보이는 거이 바로 이 관촌수필이었던것이었던것이다.  --' 

아무리 맛난 스테이크에 '빠다'바른 센스만점 외식을 해도, '스파게리' 쪽쪽 빨아대며 갖은 소스 감칠맛에 놀아나도, 결국은 김치에 된장 고추장 간장 쌈장 여타등등 장 맛으로 돌아오는 한국 입맛처럼, 정서를 달래줄 때 이 몇 줄 안되는 글 속에서 뿜어나오는 폭포수 같은 서정의 향연에 누가 녹아내리지 않을까 싶은 그 책이 바로 이 관촌수필이라는것이라는것이라고하는것이다. --" 

관촌수필을 처음 읽었을 때 식상한 말로 충격 그 자체였다. 책 읽다가 눈물 훔쳐봤나? 계속 눈물이 흘러 세수하고 다시 읽어본 책 있어봤나? "겁나게 재밌어서" 빨리 계속 읽고 싶은데 눈물 때문에 후다닥 세수하고 읽어본 책, 머리와 감정이 따로놀아봤던 책 읽어봤나? 

한국말이 가지고 있는 놀라운 표현력과 끝없는 매력을 발산하고 있는 문장 때문에 줄치고 외워본 적 있나? 사전에도 없는 단어, 말로만 듣던 "랑그 langue"와 "빠롤 parole"에 대한 의미가 이처럼 적확하게 다가온 책 얘기해 볼 수 있나? 인간에 대한 이해와 사랑이 저 아래 생각의 기저로부터 표현되어 있는, 그저 두 눈만 씀벅거리며 할 말을 잃게 만드는 다른 책 추천해 볼 수 있나?

강론서나 원론서에 있는 문학이 주는 거시기저시기 주저리 고상하고 품위있는 단어 나열해 놓은 그 생기없는 문장들이 갑자기 살아나 "이게 이런 뜻이야"라고 죽은 시체 일어나듯 '마빡'에 파도를 그리는 책, 단 한 권을 뽑으라면 관촌수필을 뽑겠다.  

혹시나 도시에서 태어나 도시인으로 자라 대체 시골 정서가 뭔지, 혹은 아스팔트만 내리 평생 밟아지낸지라 흙에서 나오는 원초적 생명력과 그 언저리에 묻어있는 풍요로운 감성들을 맛보지 못했다면, 관촌수필 읽어보시라 권한다.

가슴에 알싸한, 뭔지 모를 이상 야릇한 감성이 봄나물 올라오듯 마음에 구멍을 뚫어놓는다면, 먼저간 구닥다리 노인네가 아쉬워 전작들을 뒤적뒤적 긁어모을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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