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촌수필
이문구 지음 / 솔출판사 / 1997년 7월
평점 :
절판


삶이 고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구름이 낮게 깔린 음울한 오후같은, 뭐 입안이 씁쓸하니 입천청이 쩍쩍 갈라지는 것 같은 짜증이 노곤한 베개 위에 눈알 굴리며 드러누운 피곤한 낯짝 가운데 충만하게 번져 있을 때다.  

뭐 한 일도 없는데 뭐시 이래 기분이 처질까 싶었더니 슬근슬근 읽어댔던 뉴스 기사에다 블로그, 아고라에 새까맣게 누워 클릭을 기다리던 화려한 기사들이 머릿속에 남아 서로 분탕질을 해대서 그랬나보다.  

시절이 하 수상하다는데 이건 뭐 음식이면 게워내면 되지만 자리잡은 권세는 뽑아낼 수도 없고 눈가에 잔주름만 늘씬하게 퍼지는 게 쩝, 살짝 맛 간 넘 혼자 궁시렁대듯 입 안에서 뭔가 잘근잘근 씹히는 기분이 영 별로인 게다.  

이럴 때 뭔가 살짝  자기 위안을 삼아 다독여줘야 또 한밤 중에 낑낑대며 시덥잖은 개꿈으로 새벽 밝힐 일도 없고, 뭐 없나 싶어 눈이 스치는 대로 이래저래 굴려볼 때, 쩝, 보이는 거이 바로 이 관촌수필이었던것이었던것이다.  --' 

아무리 맛난 스테이크에 '빠다'바른 센스만점 외식을 해도, '스파게리' 쪽쪽 빨아대며 갖은 소스 감칠맛에 놀아나도, 결국은 김치에 된장 고추장 간장 쌈장 여타등등 장 맛으로 돌아오는 한국 입맛처럼, 정서를 달래줄 때 이 몇 줄 안되는 글 속에서 뿜어나오는 폭포수 같은 서정의 향연에 누가 녹아내리지 않을까 싶은 그 책이 바로 이 관촌수필이라는것이라는것이라고하는것이다. --" 

관촌수필을 처음 읽었을 때 식상한 말로 충격 그 자체였다. 책 읽다가 눈물 훔쳐봤나? 계속 눈물이 흘러 세수하고 다시 읽어본 책 있어봤나? "겁나게 재밌어서" 빨리 계속 읽고 싶은데 눈물 때문에 후다닥 세수하고 읽어본 책, 머리와 감정이 따로놀아봤던 책 읽어봤나? 

한국말이 가지고 있는 놀라운 표현력과 끝없는 매력을 발산하고 있는 문장 때문에 줄치고 외워본 적 있나? 사전에도 없는 단어, 말로만 듣던 "랑그 langue"와 "빠롤 parole"에 대한 의미가 이처럼 적확하게 다가온 책 얘기해 볼 수 있나? 인간에 대한 이해와 사랑이 저 아래 생각의 기저로부터 표현되어 있는, 그저 두 눈만 씀벅거리며 할 말을 잃게 만드는 다른 책 추천해 볼 수 있나?

강론서나 원론서에 있는 문학이 주는 거시기저시기 주저리 고상하고 품위있는 단어 나열해 놓은 그 생기없는 문장들이 갑자기 살아나 "이게 이런 뜻이야"라고 죽은 시체 일어나듯 '마빡'에 파도를 그리는 책, 단 한 권을 뽑으라면 관촌수필을 뽑겠다.  

혹시나 도시에서 태어나 도시인으로 자라 대체 시골 정서가 뭔지, 혹은 아스팔트만 내리 평생 밟아지낸지라 흙에서 나오는 원초적 생명력과 그 언저리에 묻어있는 풍요로운 감성들을 맛보지 못했다면, 관촌수필 읽어보시라 권한다.

가슴에 알싸한, 뭔지 모를 이상 야릇한 감성이 봄나물 올라오듯 마음에 구멍을 뚫어놓는다면, 먼저간 구닥다리 노인네가 아쉬워 전작들을 뒤적뒤적 긁어모을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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