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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에서 포스트모더니즘까지
새뮤얼 이녹 스텀프.제임스 피저 지음, 이광래 옮김 / 열린책들 / 2004년 9월
평점 :
어느날 갓 들어온 대학 후배에게 물었다.
" 넌 1더하기 1이 왜 2인줄 아니?"
" ....., 그건 이론적인 또는 사회적인 규정 내지는 규약..그런게 아닐까요?
즉, 선배님 질문이 좀 이상한 것 같은데요. "
" 그렇구나, 그렇다면 다시한번...1더하기 1이 2일때는 우리가 '맞다'라고 이야기하고,
1더하기 1을 3이라고 할 때 우리는 '틀리다'라고 하는데, 그것이 뜻하는 것은 뭘까?"
"......."
살아내기도 바쁜 이들이 듣기에 이런 대화는 어쩌면 의미없기 그지없는 차라리 어리석기까지
하다 여길만한 대화리라.
하지만, 아무리 살아내려 애를 쓰고 발버둥을쳐도 끝끝내 고개를 돌려 알 수없는 삶에 대한,
아니 세계와 인간에 대한 알 수없는 답들을 찾아내려는 욕망이 꿈틀거리는 이들도 있을게다.
'철학함'이란 결제 서류에 어서 빨리 싸인받기를 초조히 기다리는 나의 심정일랑 아랑곳 하지않고, 소음만 지절대는 수화기를 붙들고 줄담배만 피워대는 우락부락한 이부장님의 '쓸데없는 궁상론'에 어울린만 할 것이고, 연신 메신저로 희희덕거리며 빨간 립스틱 바른 입술을 씰룩거리는 우리 경리아가씨의 헤헤거리는 웃음소리로 묻어나는 빠알간 정념의 욕정보다 가치없다 여길만할 지도 모르는 기나길고도 외로운 사유의 여행이다.
하지만, 이같이 길고도 긴 외로운 사유의 여행에 용기내어 선뜻 동참하려는 이들이 있다면
또 이글을 읽고있다면 난 버선발로 뛰어내려가 두 손으로 맞으리다.
어찌 진정한 사유없이 참다운 삶이 나오리......
철학사는 철학의 출발점이다. 결코 외면할 수 없는, 외면해서도 안되는 첫걸음이다.
통사적으로 바라봄으로써 흐름을 익히고, 맥락을 이해함으로써 그네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일 수 있다.
'소크라테스에서 포스트모더니즘까지'는 부분부분 번역의 오류와 편집의 실수도 보이며 (이는 아마도 시중에 나와있는 번역된 철학 텍스트의 대부분에서 발견되리라), 특히 현대 철학부분의 빈약함에 다소 실망스럽다.
하지만, 근대까지의 개괄적인 철학사를 접한다는 측면에서 철학을 처음 접하는 이들이 무난하게
읽어내려갈 수 있다는 것과, 깔끔한 양장본의 제본 역시 기존의 철학책들이 가진 무거움을
다소나마 가볍게 느낄 수 있는 이점이 있다 하겠다.
물론 부족한 현대 철학부분은 '들라강파뉴'의 책이라든가 '동녘'에 나온 현대철학사 책들을
참조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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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질문에 답했던 후배는 어떻게 되었을까...
몹쓸 선배라며 취직 공부를 위해 두번 다시 선배와의 마주침을 피하려 했을 수도 있고,
어쩌면 비로소 진정한 대학(大學)의 길에 들어섰음을 기뻐하며 지금쯤 기나긴 사유 여행에 지친 노곤한 몸을 어느 길에서 뉘인채 쉬고 있을 지도 모른다.
과연 어떻게 사는 것이 참다운 삶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