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의 제국 1 제4의 제국 1
최인호 지음 / 여백(여백미디어) / 2006년 4월
평점 :
절판


‘제4의 제국’을 읽고 난 후의 느낌은 이 책은 작가가 손과 머리로 쓰셨다기 보다는 발과 뜨거운 심장으로 글을 쓰신 듯한 강렬함을 느꼈습니다. 최인호 작가께서 백제, 고구려, 신라에 이어 이번에 가야를 끝으로 역사소설은 마지막이 될 거 같다고 말씀하셨는데요. 한편으론 진한 아쉬움과 그간의 역사소설을 한 작품씩 떠올려 보면서 깊은 감동과 놀라움을 새삼 실감 할 수 있었습니다.

그간 ‘잃어버린 왕국 - 백제’, ‘왕도의 비밀(제왕의 문) - 고구려’, ‘해신 - 신라’의 일련의 역사소설에서 국내의 어느 고고학자, 역사가들보다 더 철저한 현장답사와 문헌, 자료를 통한 역사복원은 학계를 비롯해 사회적으로 많은 반향을 불러 모으셨습니다.

‘제4의 제국’은 특히 문헌 사료적으로 양이 매우 희박하고 신빙성에 있어서 많은 의심을 받을 만큼 신화적인 요소가 많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최인호 작가는 몇쪽 되지 않는 가야사를 토대로 철저한 고증에 입각한 ‘다큐멘터리 소설’을 쓰셨습니다. 그간 발표하셨던 역사소설에는 쓰지 않으신 표현인 ‘다큐멘터리’란 표현을 통해서 이번 가야사에 관한 ‘제4의 제국’은 소설적인 면보다는 철저한 고증에 입각한 가야사에 대한 역사복원에 무게중심을 더 두지 않으셨나란 생각을 했습니다.

그럼 본격적으로 ‘제4의 제국’에 관한 내용을 살펴보겠습니다.

우선 최인호 작가께서 책에 나온 유적지 답사 장소를 순서적으로 나열해보면

‘대성동 고분 - 김해박물관 - 인덕천황릉 - 다이센 공원 - 하세유적 -응신천황릉 -도명사 천만궁 - 각라도(가당도) -스다하치망 신사 - 구지봉 - 김해 -오키나와 - 인도’ 입니다. 부산일보에 ‘제4의 제국’을 연재하시는 동안 한국, 일본, 인도 등을 그야말로 종횡무진 역사의 현장을 찾아 각고의 노력을 다하심을 알 수 있습니다.

대성동 고분의 파형동기에서 시작된 작가의 가야역사 추적은 그야말로 풍성한 결과물을 밝혀내게 됩니다.

*가야인들이 민족 대이동을 총해 일본으로 들어간 점.
*임나일본부에 대한 진실
*하세부족의 정체 밝힘
*학문의 신 스기하라는 하세노고오 출신, 따라서 그는 가야민족의 후예
*무령대왕이 탄생한 곳 찾아냄. 그곳의 해류를 통해 과거 가야인들의 대이동 경로 밝힘
*무령대왕 목관의 비밀
*일본의 역사는 가야와 백제에 의해 성립
*북방 기마민족과 남방 해양문화의 혼합체인 가야제국의 특성
*파형동기의 수수께끼 밝힘
*대성동 고분의 비밀 밝힘
*조개 (스이지가이, 유나치모모)의 원형 밝힘
*인도의 아유타국에서 허황옥이 온 것을 입증

책에 나오는 역사적 고증들을 나열해 봤습니다.

마치 무슨 한편의 역사논문을 보시는 것 같지 않나요?^^ 사실 ‘제4의 제국’을 완독하기란 쉬운 일만은 아니었습니다. 생소한 가야사에 대해서 이를 밝히시려는 글이 쉽게 읽힌다는 게 애초에 불가능한 일일 것입니다. 그러나 ‘다큐멘터리 소설’이라고 스스로 밝히신 점에도 불구하고 책 맨앞에 나온 유적지, 유물 사진들을 책 내용에 맞춰 비교해 가면서 작가의 역사현장 답사 과정을 손을 잡고 함께 간다는 기분으로 차분히 읽는 사이에 어느덧 우리가 그간 얼마나 가야에 대해 무관심하고 무지했음에 대해 실감하고 통탄 할 수 있었습니다. 아울러 가슴 저린 감동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일본의 독도에 대한 도발이 예사롭지 않은 민감한 시점에서 ‘제4의 제국’이 많은 이들에게 널리 읽혀야 할 이유는 자명합니다. 우리 선조가 어떤 식으로 일본에 대해 객관적이고 과학적으로 영향을 끼치고 그들이 과연 우리에게 얼마나 말도 안되는 망언을 현재도 계속 하는지에 대해 이 책은 흥분하지 않고 차분하게 조목조목 말해줍니다. 물론 최인호 작가분이 책에서 밝힌 역사적 탐구와 진실이 오류가 있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런 시도가 삼국의 역사를 넘어선 제4의 제국의 역사까지 소설가의 한계를 넘어선 끝없는 열정과 노력으로 국내외의 현장답사와 문헌연구를 통해 대중에게 알린다는 게 크나큰 의의가 있지 않나 생각됩니다.

본문 마지막에 나오듯이 2년여의 역사추적으로 누군가 반드시 했어야 할 가야역사의 밑그림을 최인호 작가가 그린 것이라면 이러한 작업은 또 다른 사람에 의해 계승되고 발전되어 가야의 역사는 반드시 복원되어 우뚝 서야 할 것입니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한 작가의 글을 통해서 내 나라, 내 조국의 역사에 대해 깊은 관심과 애정을 가질 수 있음에, 알려지지 않고 바로 잡지 못했던 사실에 대해 올바른 식견을 가질 수 있음에 가슴 깊은 기쁨과 고마움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자고로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 했습니다.

우리 것에 대해 얼마나 우리가 알고 관심을 가져왔었는지 ‘제4의 제국’을 통해 느끼고 반성해봐야 하지 않을까란 생각이 책을 읽고 난 후 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게 되네요. 앞으로도 네편의 최인호 선생님 역사소설은 제게 있어 두고두고 읽혀지고 함께 생 을 가야할 책이라 생각됩니다. 아니 저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있어서두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