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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언자적 상상력
월터 부르그만, 김기철 / 복있는사람 / 2009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예언자와 선지자가 필요한 시대
시대마다 그 시대의 철학적, 역사적 이면을 통렬하게 드러내고 고발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은 힘을 가진 자들이나 권력을 가진 자들이 아니라 권력이 만들어낸 지배와 체제에 용기있는 질문을 한 이들이고, 권력의 회유 혹은 탄압의 과정에서 의문을 품게 된 아주 평범한 사람들이다. 평범한 사람들이 전사가 되는 시대는 암울한 시대다. 난세가 영웅을 만든다지만 난세는 많은 이들의 눈물과 피를 요구한다.
MB정권이 들어서고 많은 이들이 전사가 되고 있다. 고등학생들이 학교를 뛰쳐 나왔고 딸아들자식 잘먹이고 남편을 뒷바라지하던 어머니들이 거리로 나왔다. 예언자를 필요로 하고 선지자들을 만들어내는 시대는 어두운 시대다. 선지자나 예언자가 불필요한 세상, 그 세상이 잘 돌아가는 세상이다. 시대가 수상하니 곳곳에서 선지자의 외침이 들린다. 그들의 외침은 준엄하고 통렬하지만 무언가가 부족하다. 월터 브루그만은 그걸 '상상력'이라고 이 책에서 얘기하고 있다.
그러나, 선지자가 넘쳐나도...
월터 브루그만은 구약의 모세와 이스라엘 공동체를 이집트 왕권에 대한 선지자적이고 예언적인 개인 혹은 집단이라고 예기한다. 그 공동체의 중심에 선지자 모세가 있다. 모세가 속한 이스라엘 공동체의 선지자적 비판은 이집트 지배체제에 대한 문제제기와 불만으로 시작된다. 그러나 브루그만은 "비판이란 트집을 잡고 비난을 퍼붓는 것이 아니다...진정한 비판은 애통할 수 있는 능력에서 나온다"라고 얘기한다. 그리고 덧붙인다. "애통은 자기연민의 표현일 수도 있고, 탄원인 것은 확실하나 결코 체념은 아니다"
그래, 이 시대와 우리에게 선지자는 많지만 무엇이 부족한지를 알았다. 그런면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은 참으로 선지자(?)였다는 생각이다. 그는 울 때를 알았고(울보 김대중), 제대로 울었다. 브루그만은 계속해서 말한다. "아픔을 공개적으로 표현하는 일은 해체하는 비판의 중요한 첫걸음이 되고, 이러한 비판은 신학적이고 사회적인 면에서 새로운 현실을 연다. 역사의 문을 두드리는 이러한 울부짖음을 하나님께서 들으시고, 역사는 힘을 얻게 된다" 아~ 애통과 눈문을 잃어버린 내 모습, 그리고 한국교회여~~
새로운 선지자의 세대를 기대하며...
이 책은 그동안의 '선지자적 비판'을 돌아보게 하게한다. 애통이 빠진, 눈물이 빠진 비판은 예언이 될 수 없고, 사람을 움직일 수 없으며 시대와 역사의 새로운 문을 열 수 없다. 그러나 브루그만은 선지자의 역할과 책임을 거기에 국한 시키지 않는다. 그는 '선지자적 활성화(enerzing)'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는 또 이렇게 말한다. "애통의 언어가 무감각의 언어에 맞서듯이, 경탄의 언어는 절망의 언어와 맞선다" 그래 우리에겐 경탄의 언어를 구사할 줄 아는, 명랑하고 해학과 풍자가 넘치는 정치인이 필요하다. 좀 더 재미나고 신나고 상상력이 넘칠 필요가 있다. 우리를 선동하는 이들에게 이게 부족하다. 이게!!
지배체제를 향한 파토스 넘치는 애통의 언어(비판)가 담긴 비판은 이제 공포와 절망으로 고개숙인 백성들을 향한 활성과 경탄의 언어(대안)가 되어야 한다. 브루그만은 활성과 경탄의 언어의 특징은 곧 송영과 노래 혹은 시로 나타난다고 한다. 그리고 그걸 이 책의 제목 <예언자적 상상력>으로 삼았다. 브루그만의 얘기를 이 시대의 버전으로 다시 말하면 활성은 우석훈이 얘기하는 '명랑'과도 일맥상통하고, 송영과 노래 혹은 시는 그 자체로 시나 뮤직비디오, 혹은 영화가 될 수 있겠다. 그리고 가장 상상력 넘치는 언어는 그렇게 살기를 몸부림치고 그리 살고 있는 이들의 '고백' 그 자체가 아닐까?
이 책을 '함께' 꼭꼭 씹어 '삼켜라'
이 책은 선지자들이 활동했던 고대의 제국들의 특징과 모습을 보여준다. 그 모습이 이 정권과 얼마나 똑같은지. 그들의 방식과 특징을 아주 잘 요약하고 있다. 그리고 그 시대에 저항하고 견뎌냈던 선지자들의 모습을 '선지자적 비판과 활성'으로 정의하고 있는데, 그 두 가지의 속깊은 정의와 해석은 두고두고 묵상할 꺼리를 제공한다. 이는 이 시대의 진보진영이나 시민운동가들 그리고 무언가 새시대를 갈망하는 평범한 이들이 깨달아 알아 갖추어야 할 시민의식이다.
개인의 필요로 인해 새해를 열고 책이 다들 있을텐데, 이 책은 지인들이 함께 새해를 시작하는 책이 되었으면 좋겠다. 혼자서가 아니라 2010년에 '더불어 함께' 읽는(그것이 스터디건 떨어져 있지만 같이 읽자고 약속하건) 첫 책이 되었으면 좋겠다. 혼자서도 꼭 읽어야 하는 건 물론이고. 이 책이 담고 있는 근원적이면서도 현실변혁적인 에너지를 모두가 다 충분히 들이켰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