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은 드라마다 - 지금 우리의 자리에서 생동하는 성경 이야기
마이클 고힌 외 지음, 김명희 옮김 / IVP / 2009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번역을 기다리던 책이 드뎌 발간되었고 고대했던 만큼 작년 말부터 새해 벽두에 읽은 첫 책이 되었다. 이 블로그의 게시판이 Story(이야기)인 이유와 궤를 같이하는 책이다. 처음에는 읽으면서 알게된 사실로 인해 흥분했다면, 이제 내가 생각한 것과 유사한 책을 만날때의 기쁨은 이루말할 수 없다. 고민을 시작하게 하고 새로운 사실을 알려주는 책도 좋지만, 내가 고민하고 생각했던 사실을 확인시켜주는 책은 활력과 격려를 준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성경을 '이야기'로 읽도록 격려한다는 점이다. 성경을 이야기(드라마)로 읽도록 격려하는 것은 최근의 성서신학과 기독교 세계관의 아주 중요한 전환이다. 이 책은 그래서 이야기에 대한 댄 알렌더(나를 찾아가는 이야기, IVP)톰 라이트(신약성서와 하나님의 백성, 크리스챤다이제스트의 2부 2장 3절에 대한 성실한 적용이다. 

드라마보다 재미난 이야기를 보았는가? 성경을 드라마나 뮤직비디오처럼 설교하고, 영화처럼 읽어낼 수 있다면... 드라마에 대한 진지하고도 성실한 해석과 성찰이 넘쳐나는 사이트와 카페도 많고, 영화에 대한 리뷰와 관람기도 넘쳐나는 데 성경에 대한, 성경의 인물에 대한, 성경의 이야기에 대한 이야기는 왜 맥을 추지 못할까? 이 시대는 성경을 이야기로, 드라마로 읽어내주길 요청할 뿐 아니라, 원래 성경은 이야기로 드라마로, 영화처럼 빛과 소리로 그려진 책 아니던가?

이 책은 성경 66권에 대한 이야식 개관이다. 저자는 세익스피어와 톰 라이트 6막 연극의 구조를 성경이야기 전체의 구조와 틀로 삼고 성경을 개관한다. 저자는 성경을 하나님의 나라에 대한, 땅과 그 백성과 통치, 그리고 벌어지는 전쟁에 대한 아주 거대하고 신뢰할만한 이야기라고 주장한다. 그 이야기의 신빙성은 지금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에 대한 들을만한 이야기를 제공하며, 우리가 듣고 있는 모든 이야기는 이 이야기에 의해 검증되고 조정되어야 한다고 한다. 

어떤 사람에게 이 책의 내용은 별반 새로울 게 없을 수 있다. 그러나 어떤 이들에게는 이 책의 성경에 대한 큰 흐름을 정리해주는 것 자체가 굉장한 소득일 수 있다. 늘 각권의 몇 장과 몇 절만을 가지고 고민하고 씨름했다면, 이 책이 보여주는 성경 66권 전체에 대한 큰 그림을 몇 번이고 궁금할 때 마다 찾아서 정리하는 게 굉장한 유익이 될 것이다. 처음에는 한 번 정도 다 읽고, 나중에는 성경을 대할 때 마다 그 성경의 위치를 큰 이야기 속에서 훎어보는 가이드로 사용하면 좋을 듯하다. 

이 책의 성경개관으로서의 실용성보다 중요한 것은 성경을 대하는 태도와 자세의 변화다. 성경을 어떤 이야기로 어떻게 읽느냐는 지금 내가 살아가며 쓰고 있는 이야기, 내 삶과 얽혀 이 사회가 지금 내게 해대고 있는 이야기를 분별하게 한다. 성경에 대한 태도와 인식의 변화는 그 이야기들의 홍수 속에서 내가 어떻게 반응하며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아주 차원이 다른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이 책은 누구의 손에 들려 지느냐에 따라 180도 달라진다. 누구에게는 성경개관의 진부한 이야기의 반복으로 전락할 수도 있고, 제대로 된 주인에게는 세계관을 전복하는 아주 강력한 무언가가 될 수도 있다. 절대반지의 신비로움을 간직한 이 책, 제발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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