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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페다고지 - 탈토건 시대를 여는 생태교육 ㅣ 생태경제학 시리즈 2
우석훈 지음 / 개마고원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시대마다 그 시대를 장악하는 지배적이고 폭력적인 이야기가 있다. 그 이야기에 장악되지 않고 그 이야기로부터 적당한 거리두기를 위해서는 살펴보아야 할 역사, 읽어야 할 사람(의 전기), 혹은 참고해야 할 책이 있다. 지금의 10, 20대들이 읽어야 할 책은 단연코 우석훈이다. 요즘 내 주변에 책 소개를 바라는 이들에게 웬만하면 우석훈을 권한다. 한국의 학자 중에 이 만큼 글쓰기가 성실하고 글이 되는, 글이 쉬운 사람 있으면 나와보라 그래.
<생태 페다고지>는 <생태 요괴전>과 짝을 이루는 책이다. <생태 요괴전>이 10대들에게 직접 말을 걸기 위해 쓴 책이라면, <생태 페타고지>는 10대를 위해 살아가는 이들과 관련된 삶을 살아가는, 그들을 교육하고 지도하는 입장에 있는 학부모와 선생님들을 향한 책이다.
"이 책은 한국의 교사와, 교사가 아니면서도 십대들을 가르치거나 지도해야 할 자리에 있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그들은 한 명도 빠짐없이 오래 전에 스무 살이 지난 사람들일 것이다...이 책에서 나는 독자 여러분의 가치관을 바꾸고자 노력할 생각이 없다. 그러니 내가 썼던 이전의 책들과 달리, 그리고 앞으로 쓸 몇 권의 책들과 달리, 이 책은 좀더 편하게, 구경하는 마음으로 봐도 좋을 것 같다"
새빨간 거짓말이다. 그의 말이 거짓이라는 게 아니라 이 책을 읽은 내가, 내 몸이, 내 생각의 반응이 인용한 구절을 거짓말이라고 한다. 강요하고 주장하는 글이나 이유없이 거친 말에는 방어기제가 작동하기 마련이다. 한 번더 생각하게 되고 내가 가진 근거들을 동원하며 논쟁적으로 읽고 듣게 된다. 그런데 이 책 초장부터 자세를 낮추고 무장해제를 요청한다. 그러면서 쉽고 편하게 대화를 요청하며 이야기를 건넬테니 잘 들어주기나 했으면 좋겠다라고 얘기한다. 아주 교활하다. 그의 속셈에 제대로 속았다.
탈토건 시대를 여는 생태교육을 위해 유아와 어린이로 부터 고등학생들에게 이르기 까지 각 연령별 세대들에게 필요한 중요가치를 이야기 하고 있다. 페다코지라는 책의 제목과 어울리게 각 연령별 교육학의 목표를 알려주는 책이다. 유아들과 어린이들에게는 생태적인 육아 환경을 체험적으로 알도록 해야 된단다. 그들의 먹고 마시고 뛰노는 환경이 생태적이 될 수 있도록.
초등학생들에게는 생태적 감수성을 길러주고, 중학생들에겐 생태적 지혜를 가질 수 있도록 즐거움을 길러줄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단다. 고등학생들에게는 생태적 용기를 낼 수 있도록, 농업에 대한 새로운 발견, 농업을 자신의 직업으로 선택할 수 있는 용기를 길러주고 그 선택에 환호를 해줄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한단다. 그리고 생태와 교육이 공진화를 할 수 있는 방법을 다 같이 모색하잔다. 이런 제기랄~~
그동안 내가 틈틈이, 얼기 설기 이쪽 저쪽에서 구걸해온 생태적인 지식과 적용에 대한 고민을 이렇게 쉽고 간단(?)하면서도 일목요연하게 한 칼에 정리해버리다니. 일초식으로 적을 제압하고 일도양단하는 고수의 칼 솜씨에 그냥 혀를 내두를 뿐이다. 책장을 덮는 순간 밀려오는 여운이 시원스레 무겁다. 좋은 책은 목차가 명료하다. 이 책의 목차는 그냥 그대로 한 편의 강의가 될 수 있을 정도다. 다들 이 책 목차만이라도 한 번씩 훓어보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