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혹하는 에디터 - 고경태 기자의 색깔 있는 편집 노하우
고경태 지음 / 한겨레출판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아, 글 만지기 

글을 잘 매만지고 싶다. 자극적이만 유치하지 않고,  섹지하지만 천박하지 않게. 말도 잘 안되지만 글은 더 잘 안된다. 당혹스럽다. 교육탓도 해본다. 초,중,고 시절 생각을 나누고 말을 하며, 고민한 걸 글로 써내는 교육을 받지 못했다. 대학가서도 별반 차이는 없었다. 

월간지를 기획에서 편집, 제작까지 총괄해야 하니 죽을 지경이다. 글을 만져야 한다. 읽고 고치고 제목도 달고 디자인도 신경쓰고 할 일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게다가 글도 쓸 일이 자꾸 생긴다. 당혹스럽다. 어디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다. 근데 요게 참 즐겁다....ㅋㅋㅋ 하나 아쉬운 건 도대체 내가 어떤 수준인지, 잘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는거다. 곧 12월 개정준비호가 나오니까 판가름은 나긴 하겠지만, 평가에 대한 두려움보다 내가, 혹은 우리가 어떤 수준에 있는지가 더 궁금하다.  

 

고경태

간간히 그의 글을 보았다. 익히 알고 있는 이름이었다. 책에도 나오지만 <한겨레 21>에서 <ESC>로, <ESC>에서 <씨네 21>로 옮겨다닌 걸 알고 있다. <씨네21> 편집장이 되면서 밝힌 포부의 글은 어디선가 우연히 읽은 걸 기억하고 있다. 그가 쓴 책이러 언제부터 눈 독들였는데, 요것도 한 3~4일 만에 다 읽었다. 

이 책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이다. 이 점이 이 책의 가장 장점이자, 가장 약점이 될 수 있겠다. 심각하게 에디터로 머리 쥐어 뜯으며 돌파구를 찾고자 편집자에 대한 체계적으로 정리된 책을 생각하고 집어든 사람은 쌍욕을 하지 싶다. 하지만 나처럼 고경태라는 인간을 조금이라도 알고, '또 뭔소리를 하려고...'하는 마음으로 가볍게 시작한 사람은 무릎을 치고 박수를 보내지 싶다. '또 한 건 했군' 

편집짐승

이 책은 보인다. 책이라면 읽혀야 하는데 보인다. 글 속에 고경태가 보이고, 그가 해온 일이 보인다. 그 동안 자신이 작업해온 카피와 <한겨레21> 표지사진이랑 <ESC> 기획들이 풍성하게 담겨 있어 볼 거리가 풍성하긴하다다. 하지만 더 풍성한 볼거리는 손으로 만지고 냄새를 만질만큼 편집에 대해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들이 아주 생생하다. 숫제 편집과정이 눈에 들어오고 그가 앉은 책상 옆에서 지켜보는 듯 하고 그가 머리 쥐어뜯는 뒷통수를 바라보고 있는 것처럼 책이 읽힌다. 이상하다.

"고경태는 제목을 뽑지 않는다, 심는다....그는 한 마리 대책없는 편집짐승이다"

<중앙일보> 문화 데스크 정재숙이 쓴 추천의 글은 이 책의 내용에 대한 아주 우렁찬 상찬이다. 이 상찬을 보고 책을 읽은 게 아니라, 이 책을 다 읽고 책 뒷표지의 이 짤막한 글을 읽었다. 아주 동감이다. 이 책에 대해 왈가왈부 더 할 말이 없다. 그냥 사서 읽어라. 돈, 안 아깝다. 나는 몇 번이나 더 볼란다. 이 참에 <씨네21>도 정기구독할까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