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대 위의 까치 - 진중권의 독창적인 그림읽기
진중권 지음 / 휴머니스트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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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한 사람을 형성해 온, 그리고 그 사람을 형성해가는 이야기, 그 이야기를 듣는 건 아주 행복한 일이다. 사람은 이야기를 만든다. 이야기를 만드는 존재가 바로 사람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 세상은 그래서 수많은 이야기로 가득하다. 세상은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이야기로 형성된, 그 이야기로 가득찬 곳이다. 

이야기를 전달하는 많은 매체들이 있다. 이야기를 담는 형식이 아주 많다는 말이다. 문자로 된 이야기 중에 가장 흔한 것이 소설이 아닐까? 이야기가 적당한 형식을 빌어 전달될 때, 그 이야기는 임팩트가 넘친다. 이야기를 전달하는 매체 중에 아주 함축적인 게 있다. 정도에 차이는 있겠지만 시가 있고, 노래가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함축적인 이야기 전달방식은 그림이 아닐까?  

그림 속에서 함축적인 이야기를 읽어내는 능력은 각별하다. 내겐 그런 능력이 없다. 그림까지 가기도 전에 시를 읽어내는 능력도 부족하다. 물론 소설이나 책 자체에서 이야기를 읽어내는 능력도 마찬가지다. 그림을 보며 숨겨진 이야기와 생략된 이야기를 읽어내고 재구성해내는 능력, 내 생각엔 그건,너무나도 탐나는,특별한 능력이다. 내게도 그런 재주가 있었으면 하고 생각한다. 과연 그게 가능할까?  

 

진중권에겐 그런 비상한 능력이 있다. 예약하는 이에게 저자가 직접 사인까지 해준다는 말에 바로 주문을 했다. 표지 안쪽 까만 색 종이 위에 진중권의 이름 석자가 선명하게 써 있었다. 책을 주문한지 이틀만에 냅다 읽었다. 쉽고 재미날 뿐 아니라 내가 동경해 마지 않던 세계에 대한 이야기라 그럴테다. 12개의 그림에 대한 진중권의 해박한 그림읽기가 담겨있다. 그림 속에서 현재를 읽고, 현재를 통해 그림을 읽는 그의 능력은 신비롭다. 

대한민국 모든 쟁점마다 그가 보여준 독설(?)이 광우의 어리석음이 아니라 고도의 미학적 훈련으로 단련된 비평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 그를 독설가로, 정치평론가로, 토론가로만 알아왔던 이가 있다면 이 책을 통해 그가 미학자로도 얼마나 재치있고 섬세한가를 발견했으면 좋겠다. 진중권, 그가 들려주는 그림 이야기는 아주 신선하고 명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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