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교회 - 후기 기독교 문화에서 선교적으로 살아가는 유수자들
마이클 프로스트 지음, 이대헌 옮김 / SFC출판부(학생신앙운동출판부)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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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한 책의 두께는?

책은 두께와 상관이 없다. 두껍지만 실속없는 책이 있고, 얇아도 제 값을 하고 맛깔스런 책이 있다. 반대로 두꺼워도 이유있다는 생각이 드는 책이 있고 얇지만 어이없는 책도 있다. 역시 책은 두께로 비교할 게 아니다. <위험한 교회>는 본문만 631쪽에 달하는 '두꺼운' 책이다. 근래에 읽은 몹시도 두꺼운 책이다. 엄두가 나지 않고 필요이상으로 두껍지 않을까 겉모습에 지레 겁을 먹는다. 과연 요즘 이런 책을 읽을 나처럼 '한가한 사람'이 있을까? 출판사는 어떤 확신으로 이런 두꺼운 책을? 다 읽었지만 이런저런 생각이 떠나지 않는다.

두꺼울 필요가 있는 책

이런 책을 다 읽으면 우선 성취감에 감격스럽다. 이 책, 두꺼울만 했다. 이 책은 두꺼울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두께에 걸맞는 길지만 분명하고 필요한 이야기를 충분히 하고 있다. 약간 당혹스러운 건 후반부를 읽어갈 때쯤 전반부의 내용이 거의 기억나지 않는다는거다. 망각의 속도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책의 두께는 조금 고려할 필요가 있긴 하다. 암튼 긴 호흡의 읽기 쉽지 않은 분량이지만 한 챕터의 호흡이 적당하고, 4부로 나눠진 긴 이야기는 확실하고 진정성이 넘친다. 책 전체 4부의 내용이 유기적이고 기억하기 쉽게 연결이 되어 있는 것도 장점이다. 이는 저자가 이 내용을 충분히 고민하고 살아내며 현재를 쓰고 있는 증거이기도 하다. 이 책의 고민은 숨쉬고 생생하며 펄펄 살아있다.

이 땅에서 뿌리 뽑힌채 살아가는 '위험한' 사람들

"이 세상이 하나님나라의 규범에 일찌될 때까지 인간 역사에 도전하고 그 역사를 바꾸고자 하는 그 무모함을 쉼 없이 추구해야 합니다'(47쪽)

이 책은 하나님 나라를 기대하며 이 땅에서 뿌리 뽑힌 채 혹은 스스로를 그렇게 규정하며 살아가고 있는 이들을 위한, 그렇게 살아가고 있는 이가 들려주는 이야기다. 그들을 이 책은 '유수자(Exiles)'라고 부르고, 이들이 살아가는 포스트문화적 환경에서의 이들의 모임인 교회는 위험하다 혹은 위험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들이 위험한 이유는 첫번째로 '위험한 기억들'을 항상 나누고 공부하고 듣고 얘기하기 때문이다. 먼저 유수자된 예수의 삶에 대한 뿌리깊은 기억, 그리고 그 기억을 모일 때마다 나누기에 그들은 위험하다.

 두번째로 그들은 '위험한 약속들'을 마치 현재 눈에 보이고 경험하는 것들보다 더 열렬히 붙들고 있기에 위험하다. 그들은 약속을 붙들고 '주류사회를 벗어나는 도전을 수용할 준비'가 되어있다. 그들은 구조를 벗어나므로 겪게 되는 어려움과 시련을 극복하는 데 익숙하다. 그 어려움과 시련을 두려워하지 않기에 그들은 위험하다.

"오직 마지막 나무가 죽었을 때, 마지막 강이 오염되었을 때, 그리고 마지막 물고기가 바다에서 잡혔을 때, 그때에야 비로소 우리는 우리가 돈을 먹지 못한다는 사실을 인식할 것이다"(448쪽)

세번째로 그들은 '위험한 비판들'을 거침없이 쏟아내기에 위험하다. 불의를 향해, 생태와 환경에 대한 정부와 기업들의 무감각함에 대해, 억압받는 자들의 인권을 위해 함께 고통받기를 두려워하지 않기에 위험하다.

 네번째로 그들은 '위험한 노래'를 환란가운데 핍박가운데 불러대기에 위험하다. "하지만 유수자들은 공개적 반대나 핍박에 직면할지라도, 주님의 말씀을 노래로 불러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615쪽) 그들이 노래를 알기에, 그 혁명적인 노래를 쉴 새 없이 함께 부르기에 그들은 대단히 위험하다.

과연 교회는 위험한가?

 21세기의 한국교회는 과연 위험한가? 아니면 '지상에서 가장 안전한 곳'이 되고 있는가? 이 책은 위험한 기억과 약속을 붙들고 위험한 비판을 하며 노래를 부르는 유수자들과 그들의 교회는 위험한 교회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그들은 기존의 신자들이 볼 때 불손하고 위험하고, 기존 교회가 볼 때 악명높을 수 밖에 없다. 안정을 추구하는 국가와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이 볼 때도 골치아프고 눈엣가시일 수 밖에 없다. 그러니 그들로 부터 어떤 취급을 받을 지 알 수 없기에 종종 위험에 처한다. 이 땅 곳곳에서 누군가에게는 위험이 되면서, 누군가로부터는 위험을 감수하면서 살아가고 있는 '후기 기독교 문화에서 선교적으로 살아가는 유수자들'에게 이 책이 위로가 되길 바란다. 그리고 너무도 안전하게 살아가는 이들과 교회에게 이 책이 아주 골치아픈, 위험한 책, 혹은 금서(禁書)가 되길 제발 간곡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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