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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 이야기
얀 마텔 지음, 공경희 옮김 / 작가정신 / 2004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처음엔 표지그림에 호기심이 생겼다. 푸른 바다위에 떠 있는 보트위 소년과 호랑이라... 사소한 호감으로 읽기 시작한 책이었다. 그런데 읽을 수록 책장을 넘기는 속도가 빨라졌다. 사실 초반에 그칠줄 모르는 다양한 종교이야기는 몇 번이나 하품을 하게 만들었지만. 결국 소년의 깊은 종교적 성찰이 이야기의 전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므로 이해하기로 했다.
이 책의 묘미는 무엇보다 뛰어난 묘사에 있다. 넓은 바다, 드높은 하늘이 낭만일 수 있으나 밤바다는 두려움자체이기도 하다. 소년 파이가 호랑이와 밤을 맞은 바다에 떠 있을 때 번개치는 하늘을 맞닥뜨리게 된다.
"이 초나 삼 초 동안, 깨진 우주의 창문에서 쏟아진, 거대하고 앞이 보이지 않는 흰 파편이 하늘에서 춤을 췄다." 이것은 번개에 대한 묘사다. 현상에 대한 사실적 관찰과 감성적 통찰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이런 놓칠 수 없는 빛나는 묘사들을 발견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 대목 말고도 문장을 읽다보면 그대로 그려지는 사실적 묘사들이 여기저기 널려있다.
또한, 넓은 바다위에서 소년 파이의 내적 변화 또한 거울에 투영된 인간의 본래적 모습을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